노동조합을 나서서 만들지 말라.
노조가 이미 있는 회사에 입사해라.
남보다 편안한 삶을 살고 싶다면,
그럼에도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누구나 가질 수 없으니.
먼저 너의 등과 가슴을 철판으로 만들어라.
끊임없이 꽂는 칼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배신을 당해야하기 때문이다.
배신은 누구에게 당하는가?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것이 배신이다.
적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적은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지만,
믿었던 사람의 배신은 깊은 상처로 남는다.
그럼에도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적어도 나와 뜻을 끝까지 같이 하는 사람이
두 사람 이상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서지 말라.
그 두 사람도 자세히 살펴라.
어차피 떠날 직장,
일 한 번 저질러 보자는 사람도 있고,
슬그머니 뒤꽁무니를 빼는 사람도 있다.
그보다 더 흔한 것은 당당하게
한 점 부끄럼도 없이
너를 팔아먹는 사람이다.
노조를 만들어 맨 앞에 서면,
모든 사람이 너를 싫어하거나 회피할 것이다.
환호성에 속지 말라.
타인의 고통을 안고 있는 너를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다.
사측은 노조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너를 회피하고 싫어할 것이며,
조합원은 자신의 요구를 모두 충족해 주지 못하기에
너를 당당하게 싫어한다,
한 점 부끄럼도 없이
네가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일수록
너를 더욱 싫어할 것이다.
노조와 사측의 눈치를 보며,
이익을 쫒아서,
때로는 너에게 하소연하고,
틈틈이 기회만 되면
너를 그들에게 팔아넘길 것이다.
네가 상처 받았을 때
아무도 너를 위로해 주지 않을 것이다.
네가 아무리 좋은 업적을 남겨도
아무도 너를 존경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미움과 회한만이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네가 노조를 만든다면,
너는 인간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그 미움과 회한을 거름으로
스스로 충만한 사람이 될 것이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누구나 가질 수 없으니.
Vos autem nolite vocari Rabbi : unus est enim magister vester, omnes autem vos fratres estis.
Matthæus 23:8
처음부터 인간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연민과 사랑의 대상일 뿐이니까요.
한동일, 2017, "라틴어 수업", 흐름출판, 2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