考愛(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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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계단 2
삶은 뫼비우스의 계단을 걷는 것과 닮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현실의 높낮이를 넘어서는 그 길. 사람들은 흔히 직선적인 삶을 꿈꾸지만, 우리는 결국 뫼비우스의 굴레 속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번의 선택이 또 다른 선택을 낳고, 그 선택은 다시 원치 않는 상황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그 길 위에서 맴도는 존재가 되어간다. 뫼비우스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우리가 걸었던 길이 자꾸만 겹쳐지고, 잊혀지지 않은 기억들은 자꾸만 되살아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지나면서, 우리는 과거의 순간을 돌이키고 싶어한다. 잘한 일보다는 못한 일이, 이루지 못한 것들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그 이유일 것이다. 후회와 아쉬움 속에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 길..
2024.11.21 -
거울의 여왕
거울의 여왕 등장인물여왕기사 1막 용이 연기와 불을 내뿜으며 무언가를 녹이고 있다.여왕은 엎드려 울고 있다.멀리서 기사가 망원경으로 이 장면을 보고 있다. 기사: 가련한 여왕, 벌써 삼일 밤낮을 저러고 있어. 무얼 녹이고 있는 걸까? 무지막지한 불과 연기로 여왕에게 겁을 주고 있다니, 소문대로였어. 여왕: (용이 있는 하늘을 보며) 이제 그만해, 난 아무 잘못이 없다고. 나한테 정말 왜 이러는 거야. 그렇게 한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어. 넌 나의 용이고, 난 너의 여왕이야 용의 불과 연기가 잦아지더니 용이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간다. 여왕: 벌써 수십 명의 기사가 나를 구하러 왔지만, 아무도 날 구하지 못했어. 지긋지긋해 기사: (멀리서 바라보며)구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 이겠어. 여왕: (망원경이 있는..
2024.11.13 -
인간이 인간을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인간을 배신한다.
인간이 인간을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인간을 배신한다. 시간 속에서 상황은 늘 변화하므로, 인간은 늘 배신을 당한다. 타인뿐만 아니라, 인간은 스스로에게도 배신당한다. 인간은 덧 없이 늙고, 하염없이 욕망하기에.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인간은 배신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늘 변화를 겪으며 산다. 이것이 인생이다. 세상만물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소멸한다는 확고한 결론 안에서 생각해 보면, 인간을 배신한 것은 없다. 인간만이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달리 말하면 나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인간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겪는 숙명이다. 그 시행착오는 이에 대한 지식이 있었도 경험하지 않고는 깨닫기 힘들고, 그것을 경험해도 깨닫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 인간의 특징이다. ..
2024.08.06 -
花落花開
한동안 가곡 "동심초"에 빠져 있었다. 당나라 설도가 지은 시를 김소월의 스승 김억이 번역한 것을 가사로 한 가곡이다. 에서는 설도가 지은 시로 확증할 수 있는 시 88수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시 8수를 실어 모두 96수를 실었다. 본문은 사교용 시를 ‘그녀의 사람’이란 제목을 붙여 정리하였고, 비사교용 시는 ‘그녀의 사물’이란 제목을 붙였는데 주로 영물시들로 구성된다. 이 밖에 위작 논쟁이 있는 몇몇 작품은 ‘미지의 시’로 묶어 본문 뒤에 소개하였다."}"> 설도시집(양장본 HardCover)에서는 설도가 지은 시로 확증할 수 있는 시 88수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시 8수를 실어 모두 96수를 실었다. 본문은 사교용 시를 ‘그녀의 사람’이란 제목을 붙여 정리하였고, 비사교용 시는 ‘그녀의 사물’이란 ..
2024.07.01 -
칭찬과 비난
누군가 나를 비난하면 그것은 칭찬이고,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그것은 비난이다. 칭찬과 비난은 같다. 칭찬과 비난은 모두 다른 사람의 평가라는 점에서 같다. 이러한 평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하는 것이다. 이런 평가에 의해 나의 행복이 결정된다면,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면,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평가를 받기 위해 사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비난은 칭찬이고, 타인의 칭찬은 비난이다. 영원한 지옥과 천국 책 한 권이 있다. 그 책은 도서관에 영원히 보관된다. 서지 사항에는 책을 함께 만든 사람이 있다. 그 책을 만들때 서로가 싫었다면, 그들은 영원히 지옥에 함께 있을 것이고, 그 책을 만들때 서로가 좋았다면 그들은 영원히 천국에 함께 할 것이다...
2024.04.03 -
강화도
강화도 전등사 나부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 지붕 밑에는 네 추녀를 이고 있는 옷 벗은 사람이 있는데 광해군 때 소실된 대웅전을 새로 짓던 목수가 절간 앞 주모에게 돈을 맡겨 두었다는데 그걸 가지고 야반도주를 해서 목탁 소리 불경 읽는 소리 들으며 죄를 뉘우치라고 저리 만들어 놓았다는데, 강화도는 섬이라지 절 찾아오는 사람에게 밥 주고 술 주는 것을 낙으로 살던 여자가 그 무거운 돈 어찌 싸들고 질퍽질퍽한 갯벌을 걷고, 바다를 걷너, 뭍으로 갔으랴? 내 보기엔 귀을 막은 저 나부 아직 꿈을 깨지 못한 조신으로 보이네.
202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