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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혐오’라는 서글픈 판타지: 자본의 말장난이 완성한 각자도생
1994년 영화 에서 모델을 지망하던 주인공 이한(이정재 분)은 자신을 옭아매던 전속 계약서를 불태운다. 그 순간 영화 속 카메라는 해방감이 아닌, 걷잡을 수 없는 파멸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청춘의 뒷모습을 비춘다. 당대 청년들에게 ‘전속 계약’이란 속박이자 일종의 노예 계약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계약서를 태우며 완전한 자유를 꿈꿨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기묘한 역설을 목격하고 있다. 한때 청춘들이 그토록 불태우고 싶어 했던 ‘소속의 계약서’는,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쟁취해야 할 ‘정규직’이라는 선망의 대상으로 부활했었다. 하지만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는 이 정규직마저도 ‘기득권의 성벽’이자 ‘나를 옭아매는 족쇄’라며 냉소하고 혐오하는 새로운 기류가 흐르고 있다. 돌이..
2026.07.10 -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세상. 저도 이제 그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기 시작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것은 개인과 개인 간의 싸움이고, 즉각적인 싸움이며, 그 자리에서 곧장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인간은 결코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노예도 노예 나름의 비열한 보복을 한다. 그러니 인간으로서는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한판 승부에 기대는 것밖에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나라를 위한다는 식의 대의명분을 부르짖기는 하지만 목표는 언제나 개인이고, 그 목표가 충족된다 하더라도 결국 또 다른 개인이 등장할 뿐이다.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 함이다.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 실격》에서 주인공 요조가 깨닫는 가장 강렬한 일침이자, 세상이라는 거대한 안개 속에서 마주한 차가운 진실이지요."세상이 아니라..
2026.06.30 -
눈먼 남자의 신화
창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 먼 남자는 어떤 신화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앞 못 보는 남자는 여성에게 매력적일까? 프로이트 심리학으로 말하면, 자신의 비밀을 알고, 두 눈을 뽑은 오이디푸스가 있다. 여기서 두 눈을 상실한 것은 남자가 성적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그냥 끝나지 않는다. 그는 왕이었고, 그의 딸 안티고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심청이의 아버지 역시 앞을 볼 수는 없는 남자이다. 연관 지어 보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되었던,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라는 말도 있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구술로 근현대사를 재구성하는 구술사라는 역사학 분야가 있다. 여기서 여성의 구술에 나타나는 서사적 특징이 있는데, “심청전”, “바리데기”와 비..
2025.07.28 -
유튜브 쇼츠와 전주문화올림픽
1. 유튜브에 올린 3분을 초과하는 동영상의 조회 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시청자가 30초 이상 감상 후 ‘좋아요’를 누르게 해야 한다. 2. 3분 이하의 쇼츠는 누가 올려도 200회 이상의 조회 수가 나온다. 그러나 공공기관에서 올린 쇼츠는 이런 조회 수가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개인이 만든 영상은 유튜브가 이 영상을 검증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영상을 배포하기 때문이다. 이때 신고가 접수가 되지 않고, 문제가 없으면, 200명의 불특정 다수 중 해당 영상을 오래 시청한 특정 층에 다시 영상이 배포된다. 그 층이 두텁고 다양하다면, 더 많이 노출된다. 이것을 위해서는 40초 이상의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 1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낼 수 있다. 3. 공공기관의 쇼츠는 불특정 다수에게 배..
2025.07.21 -
탈출
모든 것을 끝내기로 한 날살을 빼기로 했다.그래야만 이 집의 대문을 나설 수 있다.있는 대로 먹고 마시지 않고누워도 자지 않기로 했다.팔다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대문 밖으로 나오려고몸을 길게 늘이자,촉수가 돋아났다.드디어 문 밖으로 나온던 날모두가 보고 있었다.벌거벗은 몸으로 기어다니던나를
2025.06.10 -
집
아무도 모르는 집 하나를 짓고끝없는 작별을 시작했다. 밥상을 차려 주어도지은 죄가 많아밥을 먹을 수 없었다. 불을 질렀다. 모든 것이 재가 될 때까지비는 내리지 않았다. 집은 어느새 다시 지어졌다.불을 질렀다. 끝나지 않는불타는 집과 먹을 수 없는 밥검은 재를 뒤집어쓰고 흰 눈동자를 껌벅이며,하늘을 본다. 비 내리는 소리에벌거벗은 달팽이 한 마리잠에서 깨어,오가는 길 하나 없는 곳에아무도 모르는 집 하나를 짓고끝없는 작별을 시작한다.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