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2025. 5. 26. 23:06ㆍ考愛

아무도 모르는 집 하나를 짓고
끝없는 작별을 시작했다.
밥상을 차려 주어도
지은 죄가 많아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불을 질렀다.
모든 것이 재가 될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집은 어느새 다시 지어졌다.
불을 질렀다.
끝나지 않는
불타는 집과 먹을 수 없는 밥
검은 재를 뒤집어쓰고
흰 눈동자를 껌벅이며,
하늘을 본다.
비 내리는 소리에
벌거벗은 달팽이 한 마리
잠에서 깨어,
오가는 길 하나 없는 곳에
아무도 모르는 집 하나를 짓고
끝없는 작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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