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28. 16:35ㆍ考愛
창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 먼 남자는 어떤 신화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앞 못 보는 남자는 여성에게 매력적일까? 프로이트 심리학으로 말하면, 자신의 비밀을 알고, 두 눈을 뽑은 오이디푸스가 있다. 여기서 두 눈을 상실한 것은 남자가 성적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그냥 끝나지 않는다. 그는 왕이었고, 그의 딸 안티고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심청이의 아버지 역시 앞을 볼 수는 없는 남자이다. 연관 지어 보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되었던,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라는 말도 있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구술로 근현대사를 재구성하는 구술사라는 역사학 분야가 있다. 여기서 여성의 구술에 나타나는 서사적 특징이 있는데, “심청전”, “바리데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남성의 이야기는 “별주부전”과 유사하다. “내가 출세하려고, 간까지 주진 않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흑화 되었다.”라는 말이 있다. 뺑 덕과 심봉사가 흑화 되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와 말 못 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혼한 남편과 멀리 해외로 떠나는 그녀의 딸이 있다. 마치 “희랍어 시간”은 심청이가 주인공이 아닌 외전, 심청전의 전사를 말해 주는 것 같다.
우리 어머니 세대에는 화병이란 것이 있었다. 역시 말 못 하는 여자가 등장한다. 시집살이 3년은 벙어리로 살아야 한다며,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말로 할 수 없었다. 조선시대에는 죽어서야 겨우 목소리가 생겨나 억울함을 풀어 달라며, 처녀 귀신이 나타났다. 그리고 21세기가 되어서야, ‘미투’라는 여성 운동이 우리 사회에 있었다.
혹자는 현대 여성은 화병을 술로 풀고, 그다음에는 이성을 원하고, 그다음에는 관계 중독에 빠진다고 말한다. 여성의 욕망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거나, 몰랐던 시간이 더 많았기에 이런 부정적 해석은 더 이상 동의받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현대 사회의 문명이 발전했다 해도, 여전히 유리 천정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또한, 현대 사회는 철마다 신상 명품과 신차가 쏟아져 나오니,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많은 욕망을 욕망하게 한다.
요즘같이 비밀스러운 연애가 많아 보이는 세상에서, 비밀을 말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앞을 보지 못하는 남자는 오쟁이를 지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자가 원할 때 그 남자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그녀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눈먼 남자의 신화는 말 그대로 사랑에 눈먼 남자다. 그러나, 여자의 비밀을 알면 안 되는 오쟁이 진 남자다. 요즘 식으로 쿨하게 말하면 그 비밀을 알고 싶지 않은 쿨한 남자다. 그러나, 어느 날 찾아오는 그녀만을 의심 없이 사랑하는 남자다. 그리고 그녀의 많은 욕망 중의 하나를 담당하거나, 해결하는 '장님 무사'인 것이다.
온달과 평강의 이야기가 있다. 온달은 바보였으나, 힘이 장사였고, 평강은 공주였으나, 궁에서 쫓겨난 이유는 지금도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다. 온달과 평강이 흑화 된 버전이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이다. 다른 점은 전자의 남자가 여자의 유일한 선택지였다면, 후자의 남자는 여러 욕구 중 하나를 충족해 주는 선택지 중 하나라는 차이점이 있다.
평강공주 콤플렉스라는 말이 한때 유행이었다. 또한 신데렐라, 피터팬 등등, 여러 종류의 콤플렉스가 있다며, 소개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MBTI 성격 검사가 유행하며, 이를 대체하고 있다. 콤플렉스가 어떤 평균적인 인간의 전형을 놓고 이것을 운운했다면, MBTI 성격 검사는 다원화된 세계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썩 믿을만한 성격 검사는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성격이 어떤 병이나, 개선해야 하는 문제로 콤플렉스를 운운하는 것보다는 이것이 보다 인간 내면 성숙과 공동체에 긍정적이다.
옛말처럼 사람은 생긴 대로 사는 것이니. 과거에는 도화살, 역마살이 부정적인 말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면 이런 관점들이 긍정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렇게 긍정과 부정을 오가며, 신화는 변주한다.

더 생각해 볼 이야기
구술사에서 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에는 ‘돌봄’, ‘희생’, ‘부재’라는 키워드가 반복되고, 이는 곧 현대 여성의 무의식적 서사로 이어지고 있다. “희랍어 시간” 속 침묵과 시각 상실의 메타포를 중심으로 근현대 여성 서사의 흐름을 엮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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