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3. 20:15ㆍ考愛
거울의 여왕
등장인물
여왕
기사
1막
용이 연기와 불을 내뿜으며 무언가를 녹이고 있다.
여왕은 엎드려 울고 있다.
멀리서 기사가 망원경으로 이 장면을 보고 있다.
기사: 가련한 여왕, 벌써 삼일 밤낮을 저러고 있어. 무얼 녹이고 있는 걸까? 무지막지한 불과 연기로 여왕에게 겁을 주고 있다니, 소문대로였어.
여왕: (용이 있는 하늘을 보며) 이제 그만해, 난 아무 잘못이 없다고. 나한테 정말 왜 이러는 거야. 그렇게 한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어. 넌 나의 용이고, 난 너의 여왕이야
용의 불과 연기가 잦아지더니 용이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간다.
여왕: 벌써 수십 명의 기사가 나를 구하러 왔지만, 아무도 날 구하지 못했어. 지긋지긋해
기사: (멀리서 바라보며)구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 이겠어.
여왕: (망원경이 있는 쪽을 보며 미소 지으며) 구해주세요.(조명 꺼진다.)
기사: 방금 뭐지, 마치 날 보고 말하는 것 같았어. 구해달라고, 심장을 멎게 하는 미소여. 다시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내가 구하러 가리다. 기다리시오.
2막 여왕의 성
기사: (주위를 경계하며 성안으로 들어선다) 용은 내 앞에 나와라. 내 칼을 받아라. (여왕이 문을 열고 나오자 기사가 조금 당황한다) 용은 어디에 있습니까?
여왕: 걱정 말아요. 용은 지금 없어요. 가끔 날아와서 제가 던져주는 먹이를 먹고, 제 할 일을 하고 날아가죠. 잘 맞춰 오셨네요. 당신의 검은 보통 검과는 다르네요. 크고 길고 반짝이는 게 강력한 힘을 가진 거 같아요. 이 검으로 용을 잡으러 오셨나요?
기사: (검을 보며 자랑스러워 하며) 우리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 온 가보지요. 수 많은 용을 쓰러뜨린 영광의 검입니다.
여왕: 기대가 되네요. 지금은 용이 없으니, 들어와서 편히 쉬세요. 마침 저녁을 먹던 참이었어요. 이쪽으로 오세요.(여왕이 식사으로 안내하자,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기사가 따라 간다.) 자 거기에 앉으세요.
기사: 하인들은 안보이는군요.
여왕: 용이 무서워 일이 마치며, 모두 어딘가에 숨어있죠. 기사님 두려움이 없으시네요.
기사: (기사가 호기롭게 웃으며) 여왕님이야 말로 두려움이 없는 아름다운 분입니다.
여왕: 그래도 많이 긴장하셨을테니 와인 한 잔 하세요.
기사: (와인잔을 들며) 아름다운 여왕님을 위해 (와인을 마신다.)
여왕: 기사님의 승리를 위해(와인을 마신다.)
기사: 그런데 용이 삼일 밤낮으로 녹이던 것은 무엇인가요?
여왕: 그걸 알면 불행해져요. 모르면 그나만 불행 중 행복이죠. 아닌가? 알면 행복해지고 모르면 행복 중 불행인가? (요사스럽게 웃는다.)
기사: 와인 맛이 그윽하고 향기롭습니다.
여왕: 기사님의 마음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신비한 힘을 와인이에요.
기사: (웃으며) 술을 마시면 어느 정도는 진실을 말하게 되죠.
여왕: 이미 당신의 눈은 사랑을 말하고 있네요.
기사: (당황하며)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여왕: 당신의 모습이 이미 나를 거울처럼 비추고 있어요. 사랑하는 마음을,
기사: 정말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와인인가요? 여왕님 역시 제 모습을 비추고 있네요.
여왕: 어떤 모습인가요?
기사: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여왕: 서로의 마음을 아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아요.
기사: (일어나며 여왕 곁으로 가까이 가자, 여왕이 손을 내민다, 기사가 손등에 키스한다.) 사랑하는 여왕님을 용을 반드시 물리치겠습니다.
여왕: 언제까지 손등에만 키스를 할 건가요? 나의 기사님
기사: (여왕에게 키스한다.) 나의 여왕님
여왕: 나의 기사님
암전
여왕: 용이 언제 올지 모르니, 이 거울 속에 숨어 있어요.
기사: 거울 속에요?
여왕: 그대는 나를 비추는 거울, 내가 가진 마법의 힘으로 거울 속에서 쉬고 있어요.
기사: 좋아요. 용이 날아가 먹이를 먹을때 저를 꺼내 주세요.
여왕: 나의 기사님, 나의 거울이 되어, 거울 속으로 들어가라
암전
기사가 거울 속에 들어가 있다.
여왕이 거울을 보며 사랑스런 눈빛을 보낸다.
거울 속 기사 역시 사랑에 빠져 있다.
여왕: 이제 더 안전한 거울의 방으로 당신을 옮겨 줄께요.
기사: 거울의 방?
제3막
거울이 일렬로 진열되어 있다.
여왕이 거울을 차례로 보며 지나친다.
가끔 어떤 거울에서는 말을 하기도 한다. 기사는 알아 듣지 못한다.
여왕: (다른 거울을 보며) 그 동안 잘있었나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안심하세요
기사: 누구와 이야기하는 거지. 뭐라고 하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어.
여왕: 나의 기사님, 보고 싶었어요. 거울 속에서 나와 거울 속으로 들어가 함께 하고 싶어요.
기사: 나의 여왕님 보고 싶었어요. 거울 속에서 나와 거울 속으로 들어가 함께 하고 싶어요.
여왕: 서로의 눈을 보면 함께 할 수 있어요.
기사: (거울 속에서 손과 얼굴이 나와, 손을 잡고 키스를 한다.)꿈에 깨듯 황홀한 순간이에요.
여왕: 전 용이 하늘을 배회하고 있는지 보고 올께요.
기사: 자주 와 주세요. 이 방은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요.
여왕: 저 역시 쓸쓸하고 외롭답니다.
기사: 아까 다른 거울과 말을 하던 것 같던데 무슨 말을 한 거죠.
여왕: (의심하며) 보셨어요?
기사: 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사랑스러워 보였어요.
여왕: 나의 기사님에게 사랑스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연습했어요. (거울 앞에서 한 바퀴 돌며) 어때요?
기사: (호탕하게 웃으며) 어느때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당신을 비춰주는 나의 여왕님의 거울입니다.
여왕: 그럼 전 잠깐 나갔다 올게요.
기사: 네, 나의 여왕님
여왕이 밖으로 나간다.
기사: ...
제4막
용이 연기와 불을 내뿜으며 무언가를 녹이고 있다.
여왕은 엎드려 울고 있다.
멀리서 기사가 망원경으로 이 장면을 보고 있다.
기사: 가련한 여왕, 벌써 삼일 밤낮을 저러고 있어. 무얼 녹이고 있는 걸까? 무지막지한 불과 연기로 여왕에게 겁을 주고 있다니, 소문대로였어.
여왕: (용이 있는 하늘을 보며) 이제 그만해, 난 아무 잘못이 없다고. 나한테 정말 왜 이러는 거야. 그렇게 한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어. 넌 나의 용이고, 난 너의 여왕이야
용의 불과 연기가 잦아지더니 용이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간다.
여왕: 벌써 수십 명의 기사가 나를 구하러 왔지만, 아무도 날 구하지 못했어. 지긋지긋해
기사: (멀리서 바라보며)구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 이겠어.
여왕: (망원경이 있는 쪽을 보며 미소 지으며) 구해주세요.(조명 꺼진다.)
기사: 방금 뭐지, 마치 날 보고 말하는 것 같았어. 구해달라고, 심장을 멎게 하는 미소여. 다시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내가 구하러 가리다. 기다리시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