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考愛22

『너를 닮은 사람』과 신데렐라 JTBC 16부작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유보라 극본, 임현욱 연출)은 같은 제목의 정소현의 단편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원작 소설도 읽어 보면 좋다. 드라마가 주는 영상미와 여러 에피소드도 대단하지만, 원작이 전해주는 강렬함도 대단하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등장인물, 용서와 죄책감, 문화자본과 신데렐라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작품을 읽어 보았다. 이야기의 모티브 부잣집 며느리로 변신에 성공한 정희주가 가난한 화가 지망생 구해원에게 미술 레슨을 받다가, 구해원과 결혼을 약속한 화가 지망생 서우재와 바람이 난다. 몇 년 후 서우재와의 과거를 모두 단절하고 싶은 정희주에게 구해원이 찾아온다. 등장인물 정희주 주인공 정희주는 빚에 쫓기면 가난하게 산다. 직업은 간병인이고, 환자를 대상으로.. 2021. 12. 5.
이별의 푸가 이별 뒤의 침묵은 둘이다. 나의 침묵과 그 사람의 침묵. 나의 침묵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포화 상태다. 나는 그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전화를 걸고 싶고, 문자를 보내고 싶고, 메일을 전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그 말들에게 스스로 금기를 내린다. 안 돼, 그러면 안 돼, 그건 너의 약속을 배반하는 거야. 그건 그 사람을 더 아프게 할 뿐이야... 하지만 또 하나의 침묵이 있다. 그건 그 사람의 침묵이다. 그 사람이 닫아버린 침묵의 문 앞에서 나는 나의 침묵을 부둥켜안고 나날이 서성인다. 혹시 전화가 오지 않을까. 문자가 날아들지 않을까... 하지만 나의 침묵이 열리지 않는 것처럼 그 사람의 침묵도 열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단 하나 허락된 말하기를 배운다. 그건 모놀로그다. 잘 지내나요. 아무 일.. 2021. 10. 23.
상사화 꽃무릇 아래 신라 경문왕의 침선장은 죽기 전에 대나무 숲을 찾아갔다. 대나무를 베고 산수유를 심어 놓은 곳에 더듬더듬 기던 애벌레 스스로 껍질을 벗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비를 보고 속삭였다. 붉은 껍질을 벗겨내어 숨어 있는 날개를 찾아줘. 하얀 속살을 베어 먹어, 남김없이 제 살을 모두 도려내어 똬리를 튼 껍질만 남긴 사과 쐐기풀로 자라 가시 돋은 옷이 되어 날개를 숨겨 주었다. 백조는 사람이 되어 대나무 숲에 들어갔다. 이야기를 삼킨 대나무 바람이 불면 스스스사사사하악 상사화 꽃무릇 아래 스스로 껍질을 벗어도 날 수 없는 뱀이 잠에서 깨었다. [월간 김창주, 2021] 2021. 10. 11.
시월애와 건축학 개론 『시월애』(2000)와 『건축학 개론』(2012)은 비슷한 점이 많은 영화다. 제목부터 보면, 둘 다 어려운 한자어다. 한글에 괄호 넣고 한자가 쓰여있던 마지막 세대의 사랑 이야기다. 시월애(時越愛)는 10월의 사랑이란 뜻이 아닐까, 언뜻 생각이 들지만,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란 뜻을 담고 있다. 건축학 개론(建築學 槪論)이란 단어 역시 어려운 한자어다. 20세기 대학에 입학하면, 이런 개론 수업들을 처음으로 수강했다. 개론은 어떤 뜻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내용을 대강 추려서 서술함. 또는 그런 것."이란 뜻풀이가 되어 있다. 뭔가 쉽게 알려줄 것 같지만, 대강 추린다는 말처럼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 아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첫 번째 공통점 영화의 제목이 둘 다 한자어다. 時越愛와 建築學 槪論 마치.. 2021. 9. 13.
미끄럼틀 저녁 6시 30분. 기다리던 사람은 오지 않는다. 같이 미끄럼을 타던 사람은 더 이상 이곳에 오지 않는다. 미끄럼틀을 보고 있으면, 어느 약수터의 전설이 생각난다. 이 약수를 한 잔 마시면 10년이 젊어지고, 두 잔을 마시면 20년이 젊어지오. 욕심을 내 세 잔을 마시면, 도로 제 나이가 되오. 난 미끄럼을 타고 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전설처럼 나는 도로 제 나이가 되지 않는다. 텅 빈 미끄럼틀을 보면, 사람은 늙어 간다. 놀이터엔 노인이 된 줄 모르는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고 있다.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며 [월간 김창주, 2021] 2021. 9. 6.
만복사 저포기 저포 놀이가 맺어준 사랑 이야기인데요.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나오는 「만복사저포기」입니다. 만복사에서 저포를 놀이를 한 기록이란 제목의 소설입니다. 문: 저포 놀이가 뭔가요? 만복사는 절 이름인가요? 답: 저포는 나무로 만든 주사위를 던지며 노는 놀이인데요. 윷놀이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만복사는 현재는 남원에 있는 절터로 만복사지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주춧돌만 남아 있는 황량한 절터인데, 이야기를 듣고 나시면, 꼭 한번 가게 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특히 겨울에 가면 묘미가 있습니다. 문: 황량한 절터를 찾을 정도로 이야기가 감동적이란 말씀인데, 시작해 볼까요. 답: 남원에 만복사 동쪽에 장가를 못 간 양생이란 사람이 살았어요. 하는 일이 달밤에 나무 아래에 서성거리며 시를 짓는 게 취미인 청년인데,.. 2021.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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