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考愛

거짓의 진실함, "베스트 오퍼"

by 월간 김창주 2022.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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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진실함

  거짓은 진실을 품고 있으며, 진실은 거짓을 품고 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수단은 진실이며, 진실한 사람의 수단은 거짓이다.

 

거짓은 왜 진실을 품고 있는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진실함이 없다면 상대는 속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바람둥이가 상대의 마음을 사는 것은 진실함이 있기 때문이다. 진실함이 없다면 상대는 속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바람둥이의 진실함은 수단일 뿐이다. 바람둥이가 진실한 것은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진실을 수단으로 다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돈일 수도, 권력일 수도, 색욕일 수도 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수단이 진실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에게도 죄책감이란 것은 있다.

"사랑해 그 순간만은 진실이었어" - 최성수, 「해후」, 1988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건 알아줘요." 『베스트 오퍼』, 94쪽

  거짓말을 일삼는 자의 죄책감이란 것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이들을 비난하면 죄책감마저 사라진다. 진실은 불쾌하기 때문이다.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장편 소설 『마담 보봐리』의 삽화, 1931년 Charles Léandre(1862 - 1934) 作

 

진실은 왜 거짓을 품고 있는가?

  진실은 불쾌하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진실만을 이야기한다면 상대는 믿지 않을 것이다. 나쁜 일을 한 사람에게 넌 나쁜 사람이라고 하면 불쾌해할 것이다. 바람둥이에게 너는 바람둥이라고 하면 불쾌해하며 수 만 가지 이유를 들면서, 자기를 합리화하며 상대를 비난할 것이다. 이때 먼지만큼 있던 죄책감마저 사라져 버린다.

  성직자들은 천국과 지옥을 보지도 않은 채 이렇게 말한다. 나쁜 일을 하면 지옥에 갑니다. 진실은 허풍과 과장, 거짓을 수단으로 목적을 실현하다. 그 목적은 상대의 진실한 행동과 마음의 변화다. 이숍 우화를 생각해 보라. 수많은 동물이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인간에게 교훈을 준다. 성서 역시 다름이 없다. 

 

위작품의 진실함

  『베스트 오퍼』(본북스, 2013)는 주세페 토르나토 감독이 지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주세페 토르나토는 『시네마 천국』(1988)을 연출하기도 했다. 『베스트 오퍼』 역시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다.

  주인공 버질 올드만은 위조된 미술품을 감정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감정가이자, 경매사다.

“모든 위조품 속에는 늘 진실한 뭔가가 숨겨져 있다.” 『베스트 오퍼』, 84쪽

  버질은 모든 위작품에는 위작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자신만의 표현을 남겨 놓는다고 말한다.  남을 속이려는 위작자가 자신이 거짓말하고 있음을 어딘가 표현해 놓는다니, 왜 그런 행동을 하며 어떤 의미일까?

  죄책감을 면하기 위해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죄책감을 면하기 위해 은연중에 자신이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때로는 의도적으로 상대에게 보여준다. 이때 상대가 거짓을 눈치 채지 못하면, 이미 거짓임을 밝혔으므로 상대가 속는 것은 본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자기 합리화로 위선자는 죄책감을 면하게 된다. 죄책감을 스스로 면하는 게임 상황을 즐기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자는 절실한 마음으로 속이고 있기에, 또한 속고 있는 상대의 진실한 마음을 알고 있기에, 거짓말을 하는 자는 상대가 완전히 속을 때 자신이 속이고 있음을 은연중에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는 자는 속이는 자의 거짓을 믿는다. 속는 자는 자기 자신에게 속는 것이다.

  버질 올드만은 믿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속은 것이다. 속는 자는 거짓을 달콤해하고, 진실을 불쾌해한다. 때문에 버젓이 속았음을 안 후에도 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 버질 올드만은 거짓과 진실을 알고 난 뒤에도 프라하로 떠나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가 남긴 말을 회상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건 알아줘요." 『베스트 오퍼』, 94쪽

  다시 위해서 인용한 노래 가사로 돌아간다.

"사랑해 그 순간만은 진실이었어" - 최성수, 「해후」, 1988

  버질 올드만은 그 순간을 회상하며, 기다린다. 그 순간이 영원하길 염원할 것이다.

  염원할 때 순간은 영원해진다. 순간은 영원하다.

  버질 올드만은 위작품에 속에 숨겨 놓은 진실함을 감상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는 자는 간절하며, 진실한 자는 절실하다. 간절하다는 것은 마음 씀씀이가 더없이 정성스럽고 지극한 것을 뜻하고, 절실하다는 것은 느낌이나 생각이 뼈저리게 강렬한 상태를 뜻한다.  절실한 거짓말은 간절한 진실을 품고 있고, 간절한 진실은 절실한 거짓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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