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 22:00ㆍ考愛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제5화의 장면입니다.
이산은 금족령이 내려 방 밖으로 나올 수 없고, 성덕임은 방 밖에서 『시경』의 시 한 편을 읽고 있습니다. 이산은 미닫이문에 다가가 성덕임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산은 성덕임이 읽고 있는 시에 대해 “정말로 뜻은 알고 있는 것이냐?”라며 묻습니다.
北風
北風其涼 雨雪其雱 惠而好我 攜手同行 其虛其邪 旣亟只且
北風其喈 雨雪其霏 惠而好我 攜手同歸 其虛其邪 旣亟只且
莫赤匪狐 莫黑匪烏 惠而好我 攜手同車 其虛其邪 旣亟只且
어떤 내용의 시일까요? 북풍이 차갑게 불고 눈이 푹푹 내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잡고 함께 떠나자, 망설이지 말고 빨리 떠나자고 합니다. 왜 하필 한 겨울 찬바람이 불고 눈 오는 날 손잡고 가자고 했을까요? 그것도 망설이지 말고 빨리 가자고요.
시를 지은 사람은 눈이 오던 날 그때 잡지 못한 연인의 차가운 손을 생각합니다. 그는 망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함께 떠나지 못한 마음이 시가 되었습니다. 연인과 함께 떠나고 싶은 심정을 담은 이 시에는 더 깊은 내막이 있습니다.
이 시의 배경은 중국 위나라입니다. 위나라의 포학하고 가혹한 정치를 피해 떠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시입니다. 그러니 이산이 성덕임에게 “정말로 뜻은 알고 있는 것이냐?”며 물은 것입니다.
성덕임이 뜻을 알고 읽어 주었다면, 할아버지 영조를 피해 함께 떠나자고 말한 것이 되니까요. 영조의 정치를 비판한 것이 됩니다. 시를 다 읽고 나자, 영조가 갑자기 들이 닥쳐 이산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이산을 성덕임이 위로해 줍니다.
이산은 떠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눈물을 흘렸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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