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지평선 : 오방앗간
2024. 11. 9. 12:54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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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가면
정자에 늘 앉아 있는 노인이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추수가 끝나고 방앗간에서
곱게 도정한 쌀을
어쩐지 믿음직해 보이는
트럭에 실어 보내고,
금방 갔다가 돌아올께유
해가 지고 비가 내린다.
비님이 와 못 온 모양이여
이른 아침 정자로 나서
트럭을 기다린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가고
보름이 되어도
1년이 가고, 3년이 가도
노인은 정자에 앉아 기다린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노인이
시간이 멈춰진 정자에서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하염없는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어렸을 적 들었던 기억이 있다.
얼마나 아득하게 들리던지.
방간앗의 무한궤도는 쉼 없이 돌지만,
그 안에서 시간이 멈춰진 삶을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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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도착한 곳은
오방앗간이다.
방앗간이 멈춰 있으니,
기다리던 사람도 떠나고
시간만 아득하게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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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에서 계속)
사건의 지평선 : 장미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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