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푸가
이별 뒤의 침묵은 둘이다. 나의 침묵과 그 사람의 침묵. 나의 침묵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포화 상태다. 나는 그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전화를 걸고 싶고, 문자를 보내고 싶고, 메일을 전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그 말들에게 스스로 금기를 내린다. 안 돼, 그러면 안 돼, 그건 너의 약속을 배반하는 거야. 그건 그 사람을 더 아프게 할 뿐이야... 하지만 또 하나의 침묵이 있다. 그건 그 사람의 침묵이다. 그 사람이 닫아버린 침묵의 문 앞에서 나는 나의 침묵을 부둥켜안고 나날이 서성인다. 혹시 전화가 오지 않을까. 문자가 날아들지 않을까... 하지만 나의 침묵이 열리지 않는 것처럼 그 사람의 침묵도 열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단 하나 허락된 말하기를 배운다. 그건 모놀로그다. 잘 지내나요. 아무 일..
2021.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