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여성은 히잡을 좋아할까?

2020. 8. 19. 02:59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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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이슬람 여성의 히잡이란?

  2019년 6월 7일 한국일보의 “35도에 히잡을... 여자로서 이란을 여행한다는 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 전통에 대한 한 가지 통찰을 준다. “젊은 세대는 불필요한 혁명의 부산물로 인식”한다는 부제가 붙어 있었는데, 히잡은 무엇이고, 혁명은 또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통은 호불호 또는 애증의 양가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의 히잡 착용이 법으로 정해져 꼭 착용해야 한다. 이 기사를 쓴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는 이란을 여행하면 종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기에 히잡을 착용해야 했는데, “6월 현재 이란 날씨는 잔인할 정도로 뜨겁다. 종교를 내세워 합법적으로 인권을 탄압한다는 생각에 자꾸만 반항심이 몽글거린다.”라는 글로 심정을 표현했다. 더운 날씨에 차안에서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 역시 예상과 달랐다. “테헤란 외곽으로 빠지는 고속도로 시작 지점이다. 감시의 눈인 카메라가 거기 있었다. 히잡을 쓰지 않은 ‘여자’ 운전자든 ‘여자’ 동승자든 발각될 경우 운전자는 벌칙을 받는다. 40여 일간 운전 금지, 그리고 벌금이 부과된다.”

 

히잡은 베일?

  히잡은 TV나 영화에서 많이 보았을 것 같다. 같지는 않지만 천주교에서도 비슷한 미사포가 있고, 결혼식 할 때 웨딩드레스에도 이런 베일이 아주 길게 달려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문화가 있었다. 사극 같은 것을 보면 조선시대 여성들이 얼굴을 다 가리는 옷을 입고 외출하는 장면이 있다. 쓰개치마라고 한다. 신윤복이 그린 달 아래서 만난 연인이란 뜻의 월하정인이란 그림을 보면,  한 선비가 어떤 여성을 만나고 있는데, 여성이 얼굴만 살짝 내놓은 쓰개치마를 입고 있다. 또 조선시대 이하곤이 18세기 초에 전주를 여행하면서 쓴 기행문이 있다. “길거리에 다니는 여인들은 모두 틀어 올린 머리를 하거나, 파란색 보자기를 머리에 둘러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문헌에 의하면 초나라에도 이런 풍속이 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더욱 좋아하여 애용하고 있었다.” 이런 베일들은 여자로서 행실이 곧고 마음씨가 맑고 곱다는 정숙함과 그 여성이 고귀한 존재임을 상징하고 있다.

신윤복의 월하정인

  머리에 쓰는 여러 베일이 있듯, 히잡도 종류가 다양하다. 어떤 것은 머리카락만 가린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전신을 다 가리고 눈만 보이게 한 것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주로 쓰는 부르까가 있는데, 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통옷 형태라서 이건 입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걸프 지역에서는 머리와 어깨까지 덮어 쓰는 차도르와 머리와 손을 제외한 신체를 가리는 아바야를 주로 입고, 가장 대중적인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히잡은 머리카락과 귀를 가린다. 또 동남아시아 무슬림 여성들은 허리까지 가리는 키마르를 입는다. 눈을 제외하고 모둔 부분을 가리고 장갑까지 착용하는 스타일은 니깝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슬람 문화에서 히잡을 입는 역사적 이유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 착용은 이슬람이 그 시작점이 아니다. 이보다 더 오래되었다. 함무라비법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대 바빌로니아 제1왕조의 제6대 왕인 함무라비왕(재위 BC 1792∼BC 1750)이 그의 만년인 BC1750년경의 성문법이다. 여기에서 베일을 셈족의 전통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함무라비 법전에 따르면 여성이 자신의 신분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니까 베일을 쓰면 노예나 어떤 하층 여성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기원전 아시리아 법까지 계승이 되는데, 영주의 아내와 딸은 베일을 착용해야 하고, 노예는 착용할 수 없었다. 이런 규정을 어기면 태형, 투석형, 귀가 잘리는 벌을 받았다. 베일이 신분과 고귀함을 상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형벌이 참 무섭다. 이렇게 베일 착용은 아랍 셈족과 셈계의 후손들에게 전해져 오다가, 이슬람을 받아들인 이후에도 계속 자신들의 문화로 계승된다. 고대에는 베일이 여성의 고귀함, 정숙함을 상징했다.

  이런 상징에다 이슬람 문화로 계승된 후에는 종교적인 의미가 더해진다. 이슬람교 여성을 이슬람교가 아닌 사람들로 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베일을 쓴 여성은 노예가 아니며, 정숙한 여성으로 존경하고 겸손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목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는 상징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슬람권에서 대체로 동의하는 히잡의 7대 조건이 있다. 첫째 베일은 몸 전체를 덮어야 한다. 둘째 베일이 투명해 살이 보이면 안된다. 셋째 유혹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넷째 몸에 딱 달라붙으면 안된다. 다섯째 남자옷 같아서는 안된다. 여섯째 다른 종교의 옷과 비슷하면 안된다. 일곱 번째는 허례허식이나 허영심을 나타내서는 안된다.(엄익란, 2018)

 

히잡의 양가성

  역사적으로 여성 스스로가 베일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 시작이 여성을 보호하려는 남성의 요구였다. 현재도 법으로 강제하기도 해서 간간히 히잡과 관련한 뉴스를 들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스포츠와 관련한 운동선수의 히잡 착용에 대한 기사다.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스위스에서 축구 연습경기를 한 이란 축구선수가 경기 장면을 SNS에서 올렸다가, 이게 알려지면서 스위스에 망명 신청을 했다는 관련 기사가 있다. 2018년 6월에는 이란의 인권변호사 나스린 소토데가 여성인권을 옹호하고 이란의 히잡 강제 착용법 반대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징역 38년에 148번의 채찍질 형을 선고받았다.

  반면에 히잡도 여러 스타일이 있듯이, 한편에서는 히잡을 패션으로 적극적으로 수용한 여성들도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힙스타 히자비로 부른다. 힙스타는 패션을 선도하는 중산층 청년을 말한다.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에 대한 시선을 변화시킨 힙합곡도 있다. 곡명이 히자비다. 서구권에서 히잡을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보지만, 히잡을 쓰는 여성 중에는 히잡 착용으로 자신이 무슬림이라는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고, 자존감을 갖는다며, 히잡을 여성 억압으로 보지 말라는 노래다.

 

히잡 착용을 어떻게 생각하나?

  히잡 착용 자체를 좋다 안좋다로 평가할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좋아서 한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여성에게 법으로 강제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이것이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그렇지 않다. 1970년대 우리나라도 두발과 여성의 치마길이를 단속했고, 청소년들의 두발자율화가 된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들의 염색과 파마 등을 전면 제한하는 중·고등학교 생활규정이 학생들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며 인천광역시교육감에게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히잡과 연관해 생각해 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이것 역시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금기, 무슬림 여성을 엿보다
국내도서
저자 : 엄익란
출판 : 한울 2018.10.25
상세보기

 

강미승, 「35도에 히잡을... 여자로서 이란을 여행한다는 것」(한국일보, 2019.6.7.)

김하늘, 「국제앰네스티, 세계여성의 날에 여성 인권운동가 조명」(한국NGO신문, 20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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