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考愛

뫼비우스의 계단

by 월간 김창주 202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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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

  사람이 늙게 되면, 그의 시간은 어느 순간에 멈춘다. 15년 전 일이야! 누군가의 회상을 듣다 보면 15년 전 일이 아니라, 20년 전 또는 그 보다 훨씬 과거의 사건일 때가 있다. 그의 시간은 그 사건이 있고 15년 후부터 시간이 멈춘 것이다. 멈춘 시간 속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잘한 건, 좋은 건,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못하고 후회되는 것만 기억이 나, 그때는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생각을 해. 자신이 만들어낸 뫼비우스 계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지된 시간 속에 살면, 그는 늙은 것이다.

  나이가 든 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퇴적하는 일이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의 계단을 쌓는 일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떠난다. 그 눈 깜박하는 순간을 돌이키고 싶은 사람은 미친다. 자신이 만든 계단을 거꾸로 걸으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그 한 순간을 거슬러 운명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은 직전의 그 순간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는 그 직후의 순간 속에 갇혀 있다. 때문에 그의 눈은 눈물이 맺혀도, 그는 눈을 깜짝이지 않는다. 거의 그 순간에 도달한 순간 그의 눈에서 눈물이 도르르 흐른다.

 

Sisyphus  (1548–49) by  Titian ,  Prado Museum , Madrid,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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