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8. 20:22ㆍ考愛
허무하고 허무한 사랑.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 나스쩬까.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는 다른 남자. 남자는 그녀의 고통스런 이야기를 들어주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무슨 얘길 해야 할지 몰랐다. (중략) 우리는 마치 어린애들 같았다. 『백야』, 열린책들, 303쪽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려는 꿈같은 순간. 나스쩬까는 기다리던 남자와 재회한다. 나스쩬까는 속절없이 그를 따라 떠나버린다.
마침내 그 둘 모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백야』, 열린책들, 309쪽
남자는 한 순간 사랑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떠나는 나스쩬까를 보는 남자. 만약 남자와 나스쩬까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그 둘은 행복했을까?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조신의 꿈 이야기가 떠오른다. 스님 조신은 짝사랑하던 태수의 딸과 사랑을 이룬다. 그러나 그 둘은 “10년 동안 초야를 떠돌아다니다 보니 (옷은) 메추라기가 매달린 것처럼 너덜너덜해지고 백 번이나 기워 입어 몸도 가리지 못할 정도(『삼국유사』, 을유문화사, 374쪽)”로 궁핍하게 산다. 아들은 굶어 죽고, 열 살 난 딸은 밥을 구걸하다 개에 물려 죽는다. 그런 후 서로 헤어지자는 부인의 말에 조신은 기뻐하며, 꿈에서 깨어난다.
사랑은 고통을 포함하고 있다. 그 고통을 처음에는 사랑의 열정에 가려 연인은 깨닫지 못한다. 사랑이 시작되면, 가슴 아픈 고통도 시작된다. 연인간의 사랑은 평생 단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단 한 번, 한 순간의 사랑만으로도 족하다.
오, 하느님! 한순간 동안이나마 지속되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인간의 일생이 그것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백야』, 열린책들, 309쪽
처녀귀신을 사랑한 「만복사저포기」 의 양생은 그래서 지리산으로 떠났고, 조신은 꿈속의 사랑만으로 깨달았다, 인간의 사랑을.
조신 설화는 조선시대 김만중의 『구운몽』,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 , 20세기 작가와 예술가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춘원 이광수의 「꿈」, 김동인의 「조신의 꿈」, 신상옥 감독의 1955년과 1967년 작품 「꿈」, 배창호 감독의 1990년 작품 「꿈」, 1983년에 방영한 KBS TV문학관의 「꿈」 등이 모두 조신 설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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