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考愛

영원회귀의 사랑

by 월간 김창주 202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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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 김수영(1961)

 

왼쪽부터 루 살로메, 파울 레,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는 살로메에게 청혼했지만, 살로메는 거절한다. 이후 위와 같이 코믹하게 연출한 사진을 촬영했다고 하는데, 살로메는 채찍을 들고 있고, 니체와 파울 레는 카트를 끌고 있는 듯 하다. 파울 레 역시 살로메에게 청혼했지만, 살로메는 거절한다. (1882)

  사람은 순간순간 변화한다. 몸도 마음도 지나간 과거와 일관된 것은 없다. 일관된 기대만이 있다. 기대는 과거의 순간이 미래에도 재현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기대 속에는 사랑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은 처음 사랑했던 순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어제 사랑했던 순간에 머물러 오늘 변화한 그를 사랑할 수 없다면 실망과 이별이 찾아온다.

  사랑하는 그를 눈 깜짝하는 순간순간을 새롭게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이별과 상실의 순간순간에도 사랑의 의미를 부여한다.

  사랑은 상실이다. 상실은 이별과 사라짐이다. 사랑이 시작되면 상실은 예고되어 있다. 평생을 함께 사랑해도 누군가는 먼저 죽는다. 한 사람은 상실의 아픔을 겪어야 한다. 사랑은 아픔을 포함하고 있다. 상실과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환상이 신이고 종교다. 신을 사랑하면 상실하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생각은 인간의 아픔을 먹고 자랐다. 

  사람에게 끝없는 사랑은 없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사랑은 눈 깜짝하는 그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 밖에 없다. 사랑은 이별을 포함하고 있다. 이별의 순간순간에도 그 변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깨닫고 사랑하는 것이 영원회귀의 사랑이다.

자신의 모든 행위는 다른 행위와 사고, 결단 등을 이끌어 내는 요인이 되거나 혹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떠한 행위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없다.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 일단 발생한 현상은 항상 어떤 형태로든 다음에 일어나는 현상과 단단히 이어져 있다. 먼 과거 옛 사람들의 행동조차 현재의 현상과 강하게 혹은 약하게 결부되어 있다. 모든 행위나 운동은 불변한다. 그리고 한 인간의 어느 작은 행위도 불변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들은 영원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시라토리 하루히코 편, 박재현 역, 『초역 니체의 말』, 삼호미디어, 2012, 29쪽

 

[월간 김창주,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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