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과 오카리나

2021. 5. 9. 17:58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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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고대 문명의 각지에서 흙으로 만들기도 하고, 나무로 만든 것도 있는 악기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 중에는 기원전 2,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훈(塤)이 있습니다. 요즘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습니다. 

 

문: 혹시 오카리나 말씀하시나요?

답: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훈이라고 하고, 서양에서는 오카리나라고 부르는 흙으로 만든 피리죠, 훈은 고려 예종 11년(1116) 대성아악이 송에서 들어올 때 다른 악기와 함께 들어왔고, 제작 상태에 따라 음정이 고루 지 못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흙으로 형태를 만들고 굽는 과정 동안 모양이 수축하면서 음정이 변하게 됩니다.

ocarina by Melinda Willis

문: 훈은 어떤 악기인가?

답: 훈은 저울추 모양, 계란모양, 공 모양 등 여러 가지 모양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쓰는 훈은 저울추 모양에 속한다고 쓰여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홍시 같이 생겼습니다.

 

문: 서양 오카리나와 다르게, 둥근 모양인가 보네요?

답: 네, 악학궤범에는 훈은 물과 불이 합한 후에 악기가 되고, 또한 물과 불이 화(和)한(서로 응한) 후에 소리를 이룬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또 “악학궤범에는 훈과 지가 서로 응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문: 지는 또 뭔가요? 

답: 지는 대나무로 만든 가로로 연주하는 짧은 관악기인데요. 서양의 피콜로처럼 크기가 작습니다. 훈과 지 둘 다 지공을 모두 막았을 때(도)와 열었을 때(시) 똑같은 음이 나는데, 시경에 “형은 훈을 동생을 지를 연주한다”는 구절이 있어서, 형제간의 우애가 좋을 때를 비유했습니다.

 

문: 훈과 지가 형제에 비유되었다 말씀이 재미있는데, 어떤 음악에 연주되나요?

답: 현재 「문묘제례악」에  훈과 지는 악기 편성에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조상들이 지와 훈을 형제에 비유했던 이유를 오카리나를 보면서 느꼈는데요.

 

문: 왜 그렇죠?

답: 일단 생김새를 보면, 서양에서는 처음에 오카리나를 거위 알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학자도 있는데요. 병에 바람을 넣으면 소리가 나는데, 이런 경우를 상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탈리아어로 오카는 거위, 오카리나는 작은 거위를 뜻하는데, 알이란 뜻이죠.

 

문: 그러니까 서양의 오카리나의 본래 모습 역시 알 모양이었다는 말씀이군요.

답: 그렇죠, 그런데 현재의 오카리나는 바람을 부는 취구가 위쪽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입에 물고 연주를 해요. 지는 대나무로 만들지만, 취구를 세로로 붙여서 오카리나처럼 튀어나와 있고, 가로로 연주하는데, 재질은 다르지만 모양이 비슷하죠.

 

문: 그러니까 비슷비슷한 훈과 지, 오카리나와 같은 형제라는 말로 들어도 될까요?

답: 알 모양의 훈이 지의 모양처럼 바뀌어서, 지금의 오카리나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정확한 음정을 내기 위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한쪽은 성질을 바꿔서 대나무로 만들고, 한쪽은 도자기라는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데, 지와 오카리나 역시 형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둘 다 폐관 악기라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 훈이 제작 상태에 따라 정확한 음정을 내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왜 그런가요?

답: 도자기는 구우며 수축하는 특성이 있어서, 처음 제작할 때는 정확한 음정을 내도, 굽고 나면 음정이 변해요. 지금의 오카리나는 19세기 이탈리아 제빵 기술자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이때 오카리나가 정확한 음정으로 낼 수 있게 발명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 이탈리아의 오카리나는 누가 만들었나요?

답: 근대식 오카리나는 19세기에 이탈리아의 도나티(1836~1925)가 발명했는데, 그 이전에는 로마의 제빵 기술자들이 장난감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아 장난감으로 사용되어 오던 악기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 그럼 도나티도 빵을 만드는 사람이었나?

답: 도나티가 13세에 가족이 하는 제빵 일을 돕다가 오카리나를 접한 뒤 이것을 개량하기 위해 연구에 전념했는데, 처음에는 알 모양의 전통적인 오카리나를 만들다가, 17세 때인 1853년에 요즘의 거위(오리) 모양의 정확한 음정을 내는 오카리나를 만들어 냈습니다.

 

문: 오카리나를 요즘에는 취미로도 많이 배우고, 국내에도 전문 연주자들이 많이 있죠?

답: 국내에는 한태주 씨가 유명하죠. 또, 1988년에 방영한 다큐멘터리 「대황하」의 주제곡이 알려지면서 오카리나가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고대 문명발상지인 황하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면서, 당시 사운드 트랙이 발매가 되기도 했죠.

 

문: 아~ 어떤 곡인지 알 것 같아요.

답: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오카리나(일명 토적)라는 특수한 악기가 사용되었다~ 작곡가인 소지로는 신비롭고 장엄한 역사 발상지인 황하의 분위기에 맞도록 직접 제작한 오카리나를 사용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오카리나를 선택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 그만큼 중국적인 악기라는 말씀이군요.

답: 그렇죠. 6세기경 중국 수나라가 제정한 칠부기에 보면 중국의 속악에만 훈이 등장을 합니다. 주변국의 악기 편성에는 보이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문: 수나라의 칠부기는 뭔가요?

답: 중국 수나라(581~630)의 황제인 문제 양견이 제정한 일곱 가지 춤곡이 칠부기인데요. 여러 나라의 음악을 모아 연주케 한 것인데, 하나씩 소개를 하면요. 서량기(지금의 티베트 북쪽에 있던 서량의 춤곡), 청상기(당시 중국의 속악, 15종의 악기 중 훈과 지가 등장)가 있고요.

 

문: 우리나라 음악은 없나요?

답: 고려기(고구려의 춤곡)가 있습니다. 이외에 천축기(인도), 안국기(지금의 투르키스탄 지방의 춤곡), 구자기(지금의 중앙아시아 타클라마칸 사막 북쪽에 있던 구자의 춤곡), 문강기(진나라의 탈춤곡) 이렇게 일곱 가지 구성인데요. 후에 구부기, 당나라 때에는 십부기로 늘어납니다.

 

문: 수나라는 왜 칠부기를 만들었을까요?

답: 수나라의 이야기는 진나라(BC 221∼BC 206)와 비교를 하면 재미있는데요. 두 나라 다 중국을 통일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진나라는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수나라는 위진남북조시대를 통일했는데, 왕조의 수명은 짧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문: 진나라하면 만리장성 아닌가요?

답: 그렇죠. 진은 만리장성, 수나라는 대운하를 건설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했고요. 체제를 정비한 공통점이 있는데요. 진은 도량형, 화폐, 문자를 통일하고 수나라는 과거제도를 만들어서 이후 중국과 유교권의 아시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 이게 예술하고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답: 진나라는 다양성을 통일했다면, 수나라의 칠부기, 구부기를 보면 다양성을 포용한 것인데, 이후 수나라의 이러한 성격이 당나라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실 음악이란 게 익숙하지 않은 외래의 것이면 시끄러울 때가 있는데, 중국은 수나라 때 이미 다양한 음악문화를 수용한 점은 요즘 같은 다문화사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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