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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장구? 장고?

by 월간 김창주 2021.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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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타악기인 장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문: 잘 안다 생각하지만, 실은 잘 모르는 타악기가 장구인 것 같아요.

답: 그렇죠. 누구나 두드리며 연주할 수 있지만, 제대로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이기도 하고요. 남이 연주하면 시끄럽고, 내가 연주하면 신나는 타악기죠. 무용가 최승희는 선율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장구 소리를 꺼려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문: 그런데, 장구가 맞나요? 장고가 맞나요?

답: 장고는 악학궤범에서 지팡이 장(杖), 북 고(鼓)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또, 장구는 노루 장(獐) 자에 개 구(狗) 자를 쓰는 한자로 표기해서 장구에 사용한 가죽으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현행 ‘장구’는 한자어가 아니라, 순 우리말로 보고 있습니다. 장구와 장고 모두 표준말로 알고 있는데요. 표준어 규정 제8항을 보면, 양성모음이 음성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쓰여 있습니다.

 

문: 굳이 따지자면 양성모음을 사용하는 장구가 맞다는 말씀이죠?

답: 그렇죠. ‘장구’가 올바른 표기이고, 국립국악원의 ‘국악용어 통일안’에서도 장구로 통일해서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문: 장구, 장고 편하게 말해도 될 것 같은데, 언제부터 악기로 사용이 되었나요?

답: 고구려 고분벽화와 신라의 범종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양의 장구가 그려져 있거나 새겨져 있습니다. 또 고려 문종(1076) 때 대악관현방의 장고업사(杖鼓業師)에 대한 급료를 정하는 기록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 아하 장구 악사에게 월급을 준 기록이 있군요. 생김새도 지금 하고 비슷하겠죠?

답: 비슷하지만 달라요. 악학궤범에는 장고를 설명하고 도상이 그려져 있는데요. 갈고(羯鼓, 양장고), 장고, 요고(腰鼓)는 한나라와 위나라에서 사용하였고, 요고의 통은 큰 것은 질그릇으로 작은 것은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모두 머리는 넓고 허리는 가늘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문: 장구의 이름이 여러 개 군요.

답: 그래서 허리가 가는 것을 송나라의 소위 세요고라고 했고, 오른쪽은 채로 치고, 왼쪽은 손으로 두드리는데 후세에 이를 장고라 하였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문: 그런데 질그릇 만들었으면 무거울 텐데 어떻게 연주했을까요?

답: 고려시대 도자기로 만든 장고는 7Kg, 현재의 장고는 3~4Kg인데요. 고려시대에는 장고를 메고 사용하지 않고 받침대나 바닥에 놓고 연주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김미화가 장구를 연주하며 춤을 추고 있다.(전주문화재단, 2008)

문: 장구를 만드는 방법도 다양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답: 악학궤범』에서 장고 만드는 법을 보면 그 허리는 나무에다 칠포漆布(옻칠)를 붙인 것이 제일 좋고, 사기가 그 다음이며, 질그릇은 좋지 않고, 허리에는 검정 또는 주홍색을 칠을 하는데 양면에는 철테를 두른다.”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문: 장구 연주자들을 보면 줄을 조이고, 푸는 것을 보았는데 왜 그런 것인가?

답: 음악의 높고 낮음에 따라 굴레(조이개)를 좌우로 움직여서 ‘죄고 풀어서 장고의 음 높이를’ 조절하는데요. 이건 서양의 드럼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의 키(Key)에 맞춰서 조절을 해요. 보통 베이스 드럼과 스네어 드럼이 완전 5도를 이룹니다. 베이스가 도면 스네어는 솔이 되는 거죠.

 

문: TV에서 보면 다른 나라에서도 장구와 비슷한 악기를 사용하는 것 같다.

답: 보통 장구와 인도의 타악기인 다마루를 많이 비교하는데요. 같은 점은 허리가 좁은 나무통의 양면에 가죽을 댄 타악기라는 점, 양면을 줄로 연결해서, 서로 조이고 풀어서 음정을 조율하는 점, 기악이나 성악의 반주 장단에 쓰인다는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문: 장구 단순해 보이지만, 알고 나니까 섬세함이 느껴지네요.

답: 국악감상을 할 때는 장구 연구자가 양손을 동시에 연주하는 합장단을 잘 들어보셔야 해요. 합장단은 악절, 한 문장의 시작을 의미하는데, 합장단에 주목하면서 음악을 듣다 보면 합장단과 합장단 사이에 내재한 규칙적인 순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 아하! 이 순환을 파악하게 되면, 장단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말이 쉽지, 들어서 아는 것보다 직접 해보면 더 빨리 알 수 있어요. 장구는 관현합주와 같이 큰 소리가 필요할 경우에는 복판을 치고, 줄풍류와 독주 등과 같이 작은 소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변죽을 치는 특징이 있습니다.

 

문: 오래전부터 사용을 했고 여러 나라에 비슷한 모습의 장구가 있는 것을 보아서는 장구에 관련한 속담이나,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

답: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있는 이야기를 하나 가져왔어요. 17세기에 올공금 팔자라는 속담이 있었습니다. 올공금은 장구의 용두쇠, 요즘 식으로 말하면 갈고리쇠인데, 이야기의 시작은 전주 상인이 배에 생강을 가득 싣고 평양의 대동강에 정박을 합니다.

 

문: 수레를 타고 가지 않고, 배를 타고 가네요?

답: 달구지에 싣고 간 것이 아니라, 배로 갔다는 것이 재미있는 지점인데요. 실제로 봉동 부근까지 배가 들어왔다고 해요. 당시에 생강은 남쪽 지방에서만 나는 귀한 물건으로 값이 비쌌다고 합니다. 한 배 가득 실어오면, 베 천 필, 곡식 천 석에 해당했다고 하고요.

 

문: 그런데 팔러 갔다가, 모두 탕진할 것 같다.

답: 평양의 유명한 기생 하나가 이 생강을 탐을 내어서, 이 상인을 유혹을 해요. 몇 년 사이에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마는데, 집에 돌아갈 수 없어서 평양의 기생집 머슴살이를 하게 됩니다. 자신이 놀던 안방의 불을 지피며 갖은 고생을 하는 신세가 되지요.

 

문: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어떻게 합니까?

답: 그러다 상인이 떠나겠다고 말하니까, 그 기생이 가엾게 여겨서 노잣돈을 줘야겠는데, 쌀 한 말, 베 한 자도 아까워서, 집안에서 부서져가는 장구의 올공금 16개를 줍니다. “길 가다 바꾸면 한 됫박 쌀은 될 것이오.”하면서요.

 

문: 앞에서 올공금은 장구의 갈고리쇠라고 하셨죠?

답: 그런데 이것이 오금(구리에 1~10%의 금을 섞은 합금, 검붉은 빛으로 장식품으로 쓰임)이었다고 해요. 어우야담에는 금값보다 10배 비싸다고 기록되어 있는데요. 이 상인은 올공금을 팔아서 다시 가업을 회복하고 동방의 갑부가 되어서, 오금장자라고 일컬어졌다고 합니다.

 

문: 아하! 이후에 올공금 팔자라는 속담이 생긴 것이군요.

답: 요즘 말로 하면 두레박 팔자라는 말하고 비슷한 거 같은데요. 전에 조선왕조실록를 햇볕에 말리기(포쇄 하기) 위해 전주에 내려온 포쇄별관이 전주 기생에게 빠져서, 골탕을 먹는 이야기를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학자들은 이 생강 장수 이야기와 포쇄별감 이야기가 같은 이야기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전주는 판소리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도시라는 생각도 드네요.  [월간 김창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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