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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생황과 김홍도

by 월간 김창주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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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간에 북학파 홍대용의 양금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고, 홍대용의 문집인 담헌서의 중국 견문기에 대한 이야기도 말씀해 드렸는데요. 이중에 홍대용이 생황을 묘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2021.05.28 - [음악의 역사] - 홍대용과 양금

 

문: 아하 오늘은 생황에 대한 이야기군요.

답: 생황은 우리나라에서 궁중 의식에서 쓰이는 아악기로 사용되다가, 조선후기에는 민간의 풍류음악에도 사용이 됩니다. 홍대용의 별장 유춘오에서, 신분을 초월해 음악회를 개최한 장면을 소개해 드렸는데, 여기에서 장악원 악공 박보안이 연주한 악기가 생황입니다.

 

문: 그러면 홍대용의 담헌서에서는 생황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나요?

답: 읽어 볼께요.

생황(笙簧)은 악기 중에서 맨 먼저 나왔지만, 마음속 감정을 나타내는 데 있어서는 가장 정밀한 것이며 대나무로 만든 악기 중에서는 상품(上品)이다. 아득한 옛날 혼돈(混沌) 시기에 벌써 이처럼 기묘한 사고력을 가지고 생황을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문: 어떻게 생긴 악기였기에 상상할 수도 없다고 했을까요?

답: 계속 인용하면, “생황의 관(管)은 14개도 있고 혹은 17개도 있었으며, 그의 길이는 일정하지 않으며, 황엽(簧葉)은 마치 매암이 날개처럼 가볍고 얇았다.

월하취생도(김홍도, 1745~?)

문: 매미 날개처럼 가볍다는 황엽이 무엇인가?

답: reed를 말해요. 공기를 발음체로 하는 악기를 공명 악기라고 하는데요. 이것의 발음체로서 악기에 부착시키는 대 ·나무 ·금속 등으로 만든 엷은 조각입니다.

 

문: 생황의 몸체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

답: 통은 옛날에는 박(匏, 바가지)으로 만들었으나, 지금은 나무로 만들고 옻칠을 하였다. 더러는 백동(白銅)으로 만들기도 하였는데 이것이 가장 좋았다. 부는 구멍은 옆에 있었고 입술을 모아 불면, 황엽이 떨리면서 소리가 나므로 날숨과 들숨을 다 쓸 수 있었다.”

 

문: 생황이 궁중 의식에 사용되었다고 하셨는데, 우리나라에는 언제 처음 연주되었나요?

답: 생황은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것 같습니다.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악, 백제악에도 생황이 등장합니다. 악학궤범의하면 생황은 세 가지 이름 불리어집니다. 악기의 몸통에 꽂힌 죽관(竹管)의 수에 따라서 화(13관)·생(17관)·우(36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문: 생황만의 특징 같은 게 있나요?

답: 중국에서 생황의 역사를 4,000천 년 정도로 잡고 있어요. 조선 후기에 이르러 17관의 생황이 주로 쓰이면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새로운 주법이 등장해서 해금으로 화음을 내기도 하는데, 생황은 국악기 중에는 유일하게 화음을 낼 수 있는 악기이기도 합니다.

 

문: 오랜 역사를 지닌 생황, 연주곡이 많이 전해져 오나요?

답: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조선 후기 전까지는 주로 궁중의 의식이나 제례에 사용된 것 같습니다. 아악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겪으면서 궁중 악사들이 피난을 가고, 도중에 악기를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궁중음악이 단절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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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현재 생황이 전래되는 것을 보면 복원 노력이 있었던 것 같다.

답: 생황은 영조 대에 이르러서 복구 노력이 기울여집니다. 이후 민간에 생황이 전해진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생황과 단소 이중주 곡인 생소병주, 「수룡음」이 대표적인 연주곡입니다. 말 그대로 하면 물속 용의 소리죠. 다른 이름은 염양춘」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무르익은 봄이란 뜻이에요.

 

문: 무르익은 봄, 제목 좋네요.

답: 임권택 감독의 2002년 작품 영화 취화선에서 화가인 장승업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몰락한 양반 집안의 딸인 기생 매향의 생황 연주에 매료되는데, 장승업이 단소를 연주하고 기생 매향이 생황을 연주한 곡이 수룡음입니다. 수룡음은 가곡의 반주를 기악곡화 한 것입니다.

 

문: 앞에서 조선시대 영조대에 생황의 복구 노력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답: 세종대에 생황을 국내 기술로 궁중에서 악기도감을 설치해서 자체 제작하기도 했는데, 임진왜란 이후에는 중국에서 수입을 해서 사용을 합니다. 그러다 영조대에 생황을 자체 제작하는데, 생황의 황엽이 당시 기술로는 만들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문: 그래서 어떻게 했나?

답: 홍대용이 황엽을 매미 날개처럼 얇고 가볍다고 표현을 했는데, 황엽만을 수입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영조 41년에는 1765년인데요. 이때 홍대용이 중국에 연행을 가서 양금을 국내에 소개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영조는 이때에 또 장악원 악공을 중국 연행에 따라가게 해서 생황을 다시 배워오게 합니다.

 

문: 아하 중국 유학을 보냈군요.

답: 영조는 이보다 20여 년 전인 1741년과 1742년에도 장악원의 악공을 중국 북경에 보내서 생황을 배워 오도록 합니다. 이후에 국내 생산이 단절이 되었던 생황은 2007년에 악학궤범을 토대로 국립국악원이 복원을 했습니다.

 

문: 우여곡절이 많은데, 조선 후기 민간에서 연주된 생황에 대한 이야기도 있을 것 같다.

답: 가야금이나 거문고는 저 마다 이야기가 있죠, 예를 들면 거문고는 연주하자, 검은학이 날아와 춤을 추어 현학금이라 했다 처럼요. 그런데 생황에 대한 이야기는 간간히 책 속에서 누가 중국에서 생황을 배워왔다, 누가 생황을 잘한다 정도로 짧은 기록이 있어요.

 

문: 예를 들면요?

답: 저번 시간에 말씀드린 장악원 악공 박보안이 생황을 연주했고요. 또는 조선 말기 고종 때 활동한 가객 안민영의 가집인 『승평곡』 서문에는 김운재는 생황으로 이름났고, 완산 기생 매월과 연홍은 모두 이름난 기생이다.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문: 생황에 대한 기록이 적다면 그림으로라도 남아 있을 것 같다. 얼핏 본 기억이 있어요?

답: 대표적인 것이 상원사 동종의 생황을 연주하는 비천상이 있고, 단원 김홍도(1745~?)의 그림에는 「월하취생도」가 있습니다. ‘달 아래서 생황을 연주한다’라는 뜻 같은데요. 그림에는 이런 시구가 쓰여있습니다. ‘달빛이 비쳐 드는 방 안에서 생황 소리는 용의 울음보다 더 처절하다’

 

문: 아하, 뭔가 비장한데, 그림 설명을 더 해주시죠.

답: 한 남자가 바지를 무릎까지 올리고 맨 발로 파초잎 위에 쭈그려 앉아 생황을 연주하는 그림이고, 포의풍류도 역시 맨 발의 선비가 비파를 연주를 하는 그림인데요. 한쪽에는 검이 놓여 있고, 또 한쪽에는 생황이 놓여 있습니다.

포의풍류도(김홍도, 1745~?)

문: 용의 울음보다 더 처절하다는, 작가인 김홍도의 심정이겠죠?

답: 그렇습니다. 이 그림들은 단원 김홍도가 50대 초반이었던, 18세기 말에 그린 자신의 자화상으로 추측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림에 늘어 놓은 술병, 검, 비파, 벼루, 붓, 화병, 파초잎 등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어요. 이 그림은 조선시대 스타일의 SNS다. 자신의 일상을 SNS에 소개하려고 주변의 물건들이 카메라 렌즈에 들어 오도록 연출하고 재배치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 같은데요. 김홍도는 이렇게 자신의 셀카를 찍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문: 앞에서 영화 취화선처럼 여성이 생황을 연주하는 그림도 본 기억이 있다.

답: 기녀와 양반의 로맨스와 기방의 풍속을 그린 신윤복(1758~?)의 그림이 있는데요. 뱃놀이하는 장면을 그린 「주유청강(舟遊淸江)」이란 그림에서 배의 오른쪽 끝에서 생황을 연주하는 여인이 있어요.

신윤복의 주유청강에 등장하는 기생의 생황 연주

문: 풍속도에 생황이 나올 정도면 당시 민간에 생황이 많이 보급되었던 것 같다.

답: 신윤복의 연못가의 여인」이란 그림은 생황을 연주하다, 연꽃을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 등이 작품으로 남아 있는데요. 이러한 점에서 18세기 말에 생황이 민간에도 보급된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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