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챌린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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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지평선 : 오방앗간
시골에 가면 정자에 늘 앉아 있는 노인이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추수가 끝나고 방앗간에서 곱게 도정한 쌀을 어쩐지 믿음직해 보이는 트럭에 실어 보내고, 금방 갔다가 돌아올께유 해가 지고 비가 내린다. 비님이 와 못 온 모양이여 이른 아침 정자로 나서 트럭을 기다린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가고 보름이 되어도 1년이 가고, 3년이 가도 노인은 정자에 앉아 기다린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노인이 시간이 멈춰진 정자에서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하염없는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어렸을 적 들었던 기억이 있다. 얼마나 아득하게 들리던지. 방간앗의 무한궤도는 쉼 없이 돌지만, 그 안에서 시간이 멈춰진 삶을 사는 사람 이번에 도착한 곳은 오방앗간이다. 방앗간이 멈춰 있으니, 기다리던 사람도 떠나고 시간..
2024.11.09 -
사건의 지평선 : 주꾸미 볶음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모든 문화유산은 시간을 견뎌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경험하거나 체험하지 않고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지나친다. 경험하거나 체험했어도 그 기분을 구체적인 언어로 바꿔 생각지 않으면, 역시나 그게 뭔지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그러나 음식은 먹는 순간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함축한 것을 만날 때가 있다.그것은 행운이고 행복이다.서천에 왔으니, 반짝이는 갯벌을 보며,먹어야 한다.그것은 이다.들깨가루, 미나리, 참기름. 절묘하게 간이 맞춰진 음식들은 시간을 함축하는 힘이 있다. 과거의 어느 때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함께 음식을 나눈 사람과 사람은 미래의 어느때에 오늘을 떠올리게 된다.점심을 했으니,다시사건의 지평선현암마을로 출발..
2024.11.08 -
사건의 지평선 : 옛 판교역에서
등짝이 따닷해지는 햇살을 받으며, 논길 밭길 따라 들판을 쏘다니고 싶은 가을이다. [시간이 멈춘 마을]에서 [사건의 지평선]이란 전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보았다. 그곳은 서천군 현암마을이다. 황순우(총괄자문) 님이 보내주신 초대장부터 올려본다. 판교면 종판로 882-8에 도착하면, 마을 안내소가 나온다. 한눈에 보아도 이제는 문을 닫은 역과 아담한 역전 광장이 나온다. 역사가 있던 자리에는 식당이 들어서 있다. 그 뒤로 추수가 끝난 논이 보인다. 전시 장소는 판교극장 중대본부 오방앗간 촌닭집 장미사진관 등 5곳이다. 공영슈퍼 쪽으로 광장을 벗어나면 중대본부가 보인다. 건물 전면에는 조그맣게 기증자의 성명이 새겨져 있다. 언제 기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서체를 보며, 그 시기를 가늠해 본다. 계단을 올..
202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