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럼틀

2021. 9. 6. 21:58考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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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반짝이는 복고풍의 미끄럼틀. 풀이 자라난 것을 보면 아이들이 찾지 않는 놀이터 입니다. 이곳에 낡지 않은 새 미끄럼틀이 우주선 처럼 내려 앉아 있습니다.(전주 평화2공원, 2021.9.3.)

 

저녁 6시 30분.  

기다리던 사람은 오지 않는다.

같이 미끄럼을 타던 사람은 더 이상 이곳에 오지 않는다.

미끄럼틀을 보고 있으면,

어느 약수터의 전설이 생각난다.

이 약수를 한 잔 마시면 10년이 젊어지고, 두 잔을 마시면 20년이 젊어지오.

욕심을 내 세 잔을 마시면, 도로 제 나이가 되오.

난 미끄럼을 타고 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전설처럼 나는 도로 제 나이가 되지 않는다.

텅 빈 미끄럼틀을 보면,

사람은 늙어 간다.

놀이터엔 노인이 된 줄 모르는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고 있다.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며

 

[월간 김창주,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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