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6. 22:09ㆍ문화
누어의 가족을 만날 때 차 대접을 받았는데, 나중에 들으니 이들이 차를 내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일이었다. 차를 탈 수 있는 따뜻한 물이 흔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분유라도 먹일라 치면 깨끗한 물을 따로 구해 와 불을 때 끊여야 했다. 그런 물로 내게 차를 타 내놓은 것이다. 그게 떠오르니 누어에 대한 미안함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흐르는 눈물을 참아 보려 애를 썼지만 불가능했다. 정우성,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원더박스, 2019, 89~90쪽
난민의 정확한 뜻은?
난민의 일반적인 뜻은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말한다. 유엔 난민기구에서 정의하는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이다.
난민이 발생한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면?
20세기에 난민이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보면, 러시아혁명 기간에 약 150만의 난민이 러시아를 떠났다. 1934년 독일에 나치 정권이 수립되자 반체제 인사들과 유대인을 비롯한 나치의 피해자 약 250만의 난민이 독일을 등지고 각지로 흩어졌다. 또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1947년 인도의 분열과 파키스탄의 분열, 1948년의 팔레스타인 전쟁, 1975년의 캄보디아와 라오스, 베트남 등지에서 '보트 피플'로 유출된 인도차이나 난민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1998년부터 시작된 코소보에 대한 세르비아군의 인종청소 때에는 78만에 달하는 주민이 학살을 피해 국외로 탈출했다.
국제사회의 난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
난민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출과 원조에 나서고 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혁명으로 인해 난민이 발생하자 국제연맹은 노르웨이의 탐험가 난센을 난민 구제 판무관으로 임명하여 외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난센여권)를 발급하였다. 1939년에는 국제연맹에 독일 난민 고등판무관 사무소를 두어 난민보호에 나섰다. “유엔 난민기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수백만 명의 유럽 난민을 돕기 위해 1950년에 3년간의 한시적인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6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엔 난민기구는 전 세계 난민 보호와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행동을 이끌어오고 있습니다.”(유엔 난민기구 누리집) 이런 국제사회의 노력도 있었고 난민을 돕는 것이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우리 지역에서 피난민을 구제한 노력이 있었다.
어떤 사건인가?
2008년에 전주문화재단에서 지역 원로의 구술을 바탕으로 근현대사를 재구성하는 사업을 했었다. 언론인이셨던 진기풍(1925~2017) 선생님의 중언이다. “6·25 사변 때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피난민이 동쪽으로 내려갔지만, 중공군의 개입 후에는 서쪽으로도 많이 왔어요. 당시 전라북도 지사이던 김가전 목사님이 신문사에 좋은 제의를 해왔습니다. 피난민을 맞이하는 도민의 수칙을 만들었어요. 타지에서 온 피난민이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방이 여유 있는 집에서는 반드시 무세로 주어야 하고 가능하면 식사도 대접해야 한다는 등등이었어요. 이것을 모든 시민이 착실히 지켰고 나와 아주 가까운 분은 일주일에 한 번씩 아욱죽을 쑤어서 피난민을 대접했습니다. 피난민이 되돌아간 뒤 한참 동안 타지에 사는 기관장들이 새로 부임해서 인사를 나누면 많은 사람들이 피난 때는 많은 신세를 졌다는 말을 잊지 않았어요.”
세계 난민의 날은 언제 만들어졌는가?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국제연합(UN)이 2000년 유엔총회 특별 결의안을 통해 정했고, 다음 해인 2001년부터 매년 6월 20일 전 세계가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본래 6월 20일은 아프리카 단결기구(OAU)가 1975년부터 아프리카 난민의 날로 정하여 기념하여 오던 날이었는데, 많은 난민들을 보호하고 난민들에게 관대함을 보여주었던 아프리카와의 연대를 표현하고, 보다 많은 나라와 세계 시민들을 동참시키기 위해 이 날을 '세계 난민의 날'로 확장하여 기념하기"(박예솔, 2019) 시작했다.
국제적인 노력이 있음에도 난민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난민이란 단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상당히 많이 기사들이 나온다. 특히 돕지는 못할망정 난민에 대한 유언비어가 문제다. “2018년에 예멘 난민 549명이 제주도에 도착하면서, 국내 여론이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불거진 이슬람 혐오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기사, 이슬람을 둘러싼 고정관념의 대표 격은 ‘이슬람은 여성을 혐오한다’는 주장이다. 포털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이슬람은 여성에게 히잡과 여성의 인권을 탄압한다는 주장인데, 여성 억압을 이슬람과 동일시하는 유언비어는 난민 수용 반대 여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스웨덴은 2015년 난민 8만여 명 받아들여 현재 16만 명이 넘었다. 난민은 대부분 시리아·이란·이라크·우즈베키스탄·아프가니스탄에서 유입됐는데, 무슬림 인구가 압도적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난민 수용 규모가 2배로 늘어난 2015년 스웨덴 내 여성에 대한 범죄가 더 줄었다는 기사가 있고. 이슬람권에서 종교적인 문제로 난민이 된 사람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때문에 난민이 된 사람들인데, 오히려 이슬람권의 난민을 볼 때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보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난민들이 2차 피해를 받는다는 기사도 있다. 2018년에만 1만 6천여 명의 난민 신청자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난민 신청은 잘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1993년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다. 그러나 난민 인정률(3.9%)은 세계 평균(30%)의 10분의 1에 그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2019년 KBS 보도를 인용하면
"법무부의 공무원이 난민 심사 과정에서 면접 내용을 거짓으로 작성해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피해자들이 그제 증언대회를 열었습니다. 수단의 난민 아담의 증언인데요. 20년 넘게 수단 정부의 독재에 맞서 싸워 왔습니다. 비무장한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 왔어요. 하지만 이 같은 아담의 이야기가 난민 면접 조서엔 담기지 않았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아담의 사연을 일부 누락시킨 겁니다. 신청서에는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다 체포된 뒤 신변 위협을 느껴 본국을 탈출했다’고 썼는데, 조서에는 ‘돈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적는 식이다. 이렇게 난민 면접 조서가 조작된 난민 신청자가 최소한 57명인 것으로 법무부 자체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김혜주, 2019)
왜 그랬을까요?
지금 이 시점 대한민국에서의 난민 문제는 난민 문제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담고 있다. (중략)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 문제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어떤 갈등이 분출되었다고 본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를 잘 해결해 가면 좀 더 성숙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번 일이 우리 사회 안에서 소외된 계층을 확인하고 이를 돌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정우성,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원더박스, 2019, 165~166쪽
난민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난민으로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가 영화배우 정우성 씨다. 유엔 난민기구 친선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난민 이야기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출간했다. 정우성 씨는 자신의 SNS에 “1분마다 25명의 사람이 모든 것을-때로는 사랑하는 가족을-남겨둔 채 전쟁과 폭력으로부터 피신했습니다”라며 “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여러분의 관심과 연대를 필요로 합니다. 이번 난민의 날 난민과 함께 걸어주세요”라고 글을 남겼다. 돕는다는 생각 이전에 따뜻한 관심이 더 먼저 필요한 시점이다. [월간 김창주, 2019]
참고문헌
유엔 난민기구 누리집(https://www.unhcr.or.kr/UNHCR/new/)
김혜주, 「하지도 않은 문답 적고…“공무원이 난민 면접 조작”」(KBS, 2019.6.18.)
박예솔, 「‘세계 난민의 날’…난민 수용, 뜨거운 ‘찬반 논쟁’」(PEOPLE TODAY, 2019.6.20.)
정우성,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원더박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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