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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난민과 관광객

by 월간 김창주 2021.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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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두고 여러 갈등이 있어왔다. 본래 취지야, 인류 보편적 문화유산을 전쟁과 산업화로부터 보존하자는 것이지만,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하나의 문화유산을 두고 경쟁적으로 등재하려는 분쟁이 있었다. 중국은 단오를 한국에 빼앗겼다고 말하고, 중국이 아리랑을 선점하려하자 남한만 서둘러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등재했다. 북한의 아리랑은 작년 말(2014년)에야 등재가 되었다. 문화는 특성상 인접 국가 간 교류를 통해 널리 전파되는데, 원조 경쟁을 하며 선점하려는 현상 때문에 유네스코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인접 국가 간 공동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등재를 추진하고 있고, 동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는 줄다리기가 대표적인 예다.

  자랑할 만한 유산에만 논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등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인 유산도 있다. 인권에 반하거나 성차별적 관습인, 신부 납치 혼례, 여성 할례, 브라만 계급만 행할 수 있는 종교 전통 등과 포경, 투우와 같이 동물보호 차원에서 문제 되는 것들이 있다. 몇 해 전 한 민속학자가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이들도 등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해, 그러면 일본의 군함도와 같은 강제 징용시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반문한 적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와 합의해 조선인 강제징용을 명기해 등재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세상 남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자랑하려다 벌어진 사건이다. 옳은 것이 무엇인지 묻고 생각하기도 전에 천박한 관광자원화의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알면서 욕심을 부린 것일까?

군함도(kntrty, 2008)

  이 순간 관광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 정부는 15년 만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내주기로 했고, 일본 정부는 지방 면세점을 2020년까지 2만 개 조성할 계획이다. 중국은 하이난섬에 연면적 7만2000㎡의 리조트형 면세점을 열었다. 스위스의 관광 도시 그레헨은 저렴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자체 환율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에 유럽 각국이 난민을 분산 수용하는 쿼터제 도입은 지난 16일(2015.6.16.)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있어, 이탈리아와 쿼터제 도입을 두고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각종 면세혜택과 환율정책 등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반면에 난민은 외면하고 있어, 국가와 도시가 상점이 된 느낌이다.

  6·25 한국전쟁 중 전국의 많은 피난민들이 전주로 내려왔다. 이때 도지사였던 김가전 목사는 신문사와 함께 피난민을 맞이하는 도민의 수칙을 만든다. “타지에서 온 피난민이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방이 여유 있는 집에서는 반드시 무세로 주어야 하고 가능하면 식사도 대접해야 한다는 등등이었어요. 이것을 모든 시민이 착실히 지켰고 나와 아주 가까운 분은 일주일에 한 번씩 아욱죽을 쑤어서 피난민을 대접했습니다(진기풍, 2008년 증언)” 이렇게 문화와 관광은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음미하는 여행이 아닌, 쇼핑관광의 세태 속에서 문화유산은 현재를 소비하는 관광의 도구로 사진 속에 등장하는 멋들어진, 이색적인 조형물에 불과한 화석으로 전락하게 된다.

※ 전북매일신문(2015.7.2.목.15면) 기고한 칼럼입니다. 괄호 안에 기준이 되는 해를 추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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