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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모기와 혁명

by 월간 김창주 2021.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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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면서, 모기 덕분에 독립한 나라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기억나시죠? 또 몇 해 전에는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이집트숲모기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모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문: 그러면 모기 덕분에 독립한 나라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답: 해충인 모기 덕에 독립을 했다고 하면, 모기들이 적들을 막 물었을까? 생각하실 수 있을 텐데요. 놀랍게도 그런 셈입니다. 2010년에 대지진이 있었던, 북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있는 섬, 아이티입니다. 아이티는 17세기에 프랑스의 식민지였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당시에 생도밍그라고 불렀어요. 당시 전 세계 사탕수수의 40퍼센트를 차지했고, 품질이 좋았어요. 프랑스한테는 많은 이득을 주었는데요. 프랑스 농장주들이 이곳 원주민만으로는 부족해서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데려와서, 더 많은 사탕수수를 생산합니다. 이때 아프리카의 좀비에 대한 민담도 전해져요. 18세기 후반 카리브해에는 100만 명의 노예가 살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절반이 아이티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곳에도 1789년 프랑스혁명의 바람이 불어요.

 

문: 독립을 요구하는 투쟁이 시작되었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프랑스와 싸우면서 자치 정권을 수립하는데, 이때 영국군이 들어와요. 결국 수도를 빼앗기고 영국의 식민지가 될 위기에 처하는데, 날씨가 더워지고 습기가 심해지면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모기떼들이 등장해요. 이 모기들이 황열병을 옮기는데, 아주 무서운 병이에요. 높은 열과 음식을 먹으면 토하고요. 현기증 때문에 꼼짝을 못 하고, 몸에 있는 구멍마다 피가 나오고 그러다가 일주일 안에 죽게 되는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문: 그런데 모기들이 영국군만 골라서 물진 않을 것 아닌가요?

답: 원주민들은 어렸을 때 물려서 한 번씩 앓고 나면, 평생 면역력이 생겼던 거죠. 1794년 영국군 2,000여 명이 황열병 때문에 사망을 하고, 이후 3년 동안 계속 들어오는데, 결국 철수합니다. 그러다가 1802년에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대가 다시 들어오게 되죠. 좋은 사탕수수가 나는 땅이라 그만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인데요. 당시 프랑스군 역시 2만 명 이상이 모기에 물려서 황열병에 걸려서 부대원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처참한 결과를 맞고 철수를 합니다. 이후에 1804년 1월 1일 생도밍그는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고, 아이티공화국을 세우는데,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독립국이었습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책을 참고해 주세요.

 

전주미학

전주미학

www.aladin.co.kr

생도밍그 전투(January Suchodolski)

 

문: 조그만 모기가 별 것도 아닌데, 역사를 만들었네요.

답: 그렇죠. 모기가 사람을 괴롭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허망하게 목숨을 빼앗기도 하죠. 한 해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모기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고 해요. 아마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역사에 등장하는 모기들이 있어요. 알렉산더 대왕 아시죠? 유럽을 벗어나서 중앙아시아, 인도까지 진격하던 알렉산더가 어이없게 말라리아에 걸려서 B.C. 323년 불과 33살의 나이에 죽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학질이라고 했습니다. 학을 뗀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거에는 무서운 병이었어요. 우리나라 역사에도 모기가 등장을 합니다. 17세기 조선시대 소현세자 역시 학질에 걸리고 불과 나흘 만에 34살 나이에 사망하는데, 물론 독살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학질을 오진해서 잘못된 치료를 받아서 의료 사고로 죽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문: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데, 소현세자는 어떤 인물인가?

답: 인조 임금이 청나라와 전쟁에서 져서 청 황제에게 9번 절을 하는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죠. 이 전쟁이 병자호란인데, 이때 왕자인 소현세자가 인질로 붙잡혀 갑니다. 인조는 이때 이렇게 말하죠 “힘쓰도록 하라, 지나치게 화를 내지도 말고, 가볍게 보이지도 말라고 당부합니다.” 그런데 청나라에 가서 국제무역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요. 이 돈으로 청나라에 노예로 끌려 간 조선의 농부들을 속환시켜서 고국으로 보내고, 청나라의 문물을 배우고 아담 샬에게 서양의 천문학, 과학기술을 배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선에 돌아온 지 두 달 만에 학질 때문에 사망하게 되죠. 모기가 아니었으면 우리나라 역사가 바뀔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한 아담 샬 폰 벨 신부(작자 미상)

 

문: 말라리아는 이제 치료가 되죠?

답: 그래도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19세기 말에 말라리아를 옮기는 기생충을 발견하는데, 이 기생충이 인간의 혈액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몰랐는데, 1897년에 영국군 군의관 로스가 인도에서 모기의 위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다가,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말라리아가 모기에 의해서 전염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로스는 이 발견으로 19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게 돼요. 이 발견에 로스의 친구인 영국의 시인 존 메이스필드가 시를 지었어요. 이 발견 장면을 묘사한 것 같아요.

유리 위에서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는 작은 점들이
그리는 상형문자를 읽어 내려고 애썼네
이 상형문자에는 세상이 시작된 때부터 감추어져 온 비밀이 들어 있었네.

 

  뭔가 심오하죠. 세상이 시작된 때부터 사람을 괴롭혀 온 모기의 비밀을 밝혀낸 장면을 묘사한 것인데요. 이게 잘 들여다보면 영국군의 군의관이 인도에서 발견하잖아요. 제국주의자의 식민지 경영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모기가 어떻게 보면 풍토병을 옮겨서 적들을 물리치는 독립군 역할을 했습니다.

 

문: 역사를 바꾸기도 한 모기인데, 어쨌든 모기는 해충이고 퇴치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답: 모기 박멸, 이게 참 딜레마인데요. 1948년 모기 때문에 또 한 번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파울 헤르만 뮐러가 DDT가 매우 효과적인 살충제라는 발견하게 되는데요. 상당한 인기를 누렸지만, 인체와 토양, 물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현재는 금지되었습니다. 모기 잡으려다가 인간과 자연까지 훼손한 셈인데요. 몇 년 전 지카 바이러스가 갑자기 유행한 것도 이런 맥락이 있어요. 2011년 브라질 동부에서 유전자 변형 모기를 풀어놓는 실험을 해요. 짝짓기를 하면 후손이 모기가 되기 전에 죽게 만드는 유전자를 심어놓은 것인데, 이 실험이 성공하면 모기를 정복하게 되는 것이죠.

 

문: 그런데 실패한 것이군요.

답: 이때 실험한 모기가 이집트숲모기였는데, 실제로 이런 유전자 변형 모기로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자연 속에서 그걸 극복하고 살아남은 모기가 생긴 거죠. 내성이 강한 모기가 생긴 건데, 모기가 번식력이 엄청나게 좋아서, 더 강력한 모기가 생긴 거예요. 모기 잡으려다가 사람 잡게 생긴 형세인데요. 때문에 당시에 DDT를 다시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모기 보고 칼 빼기란 속담이 있는데, 대수롭지 않은 일에 지나치게 화를 낸다는 속담인데요. 작은 모기지만 간단히 말하고 넘어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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