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1. 17:30ㆍ문화
문: 이색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셨네요.
답: 일상에서 흔히 하던 것을 대회나 축제로 만든 것을 몇 개 찾아왔어요. 한강 멍 때리기 대회가 있었고, 낮잠 자기 대회, 이색적인 달리기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문: 한강 멍 때리기 대회부터 시작해 볼까요?
답: 한강 멍 때리기 대회는 2014년 서울 광장에서 시작했습니다. 예술가 웁쓰양에 의해 개최되기 시작한 대회인데요.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이 대회는 시각 예술작품으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대회를 열고 싶다면 작가에게 연락하십시오. 작가의 허락 없이 대회를 개최할 경우, 법적인 조치가 따를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바쁜 도심 한복판에 멍 때리는 집단을 등장시킴으로써, 바쁜 사람들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집단의 시각적 대조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된 시각 예술작업이다.”란 대회 목적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멍 때리기 대회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낭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참여형 퍼포먼스다.”라고 하네요.
문: 대회 운영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답: 90분 동안 어떤 말이나 행동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하면 되는데요, 휴대전화를 보거나, 졸거나 자거나, 웃거나 잡담하는 경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경우,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음료 외의 음식물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탈락입니다. 우승자 선정은 예술점수(관객 투표) + 기술점수(심박체크)를 합하고, 관객 투표를 많이 받은 10인 중, 15분마다 심박 체크해서 가장 안정적인 심박 그래프를 보이는 선수가 우승자가 됩니다.
문: 이 대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답: 멍 때리는 것도 가치가 있는 활동이란 의미부여와 함께 상식을 뒤엎는 해석을 하고 있는데요. 대회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하니까, 멍 때리는 것도 가치 있는 행위가 되었지만, 한편으로 멍 때리는 것도 경쟁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이러니한 현상이죠. 좀 씁쓸합니다. 작가의 의도일까요? 아무나 할 수 있는 멍 때리기인데,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색적인 참가자로는 강시 복장에 머리에 부적을 붙이고 멍 때리는 참가자가 있었고요. 참가자별로 참가 사유를 적는데, 초등학생 자녀를 참가시킨 어머니의 글이 있었습니다. “늘 학업에 바쁜 초딩! 짧지만 멍 때리는 시간 갖게 해 주고파요!”
문: 낮잠 자기 대회는 무엇인가요?
답: 낮잠 자기 대회 – 꿀잠 경연대회도 있었습니다. 낮잠 자기 대회는 2015년 모 대학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대회 방식은 말 그대로 학교 잔디밭에 누워서 낮잠을 자는 것인데요. 대회 후기를 보면 주최 측이 준비한 4단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잠을 자는 3인을 걸러낼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너무 많은 참가자들이 깨어나지 않아 결국 남은 10여 명은 흔들어 깨워야 했는데요. 상금은 코를 골거나 침을 흘리며 곯아떨어진 참가자 3명이 차지했고요. 수상자 소감을 들어볼까요. “아직 대학 1학년인데도 취업과 현실적인 압박 때문에 제대로 잠들지 못한 날이 많아 마음 편하게 자러 왔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과제 등 할 일이 많아 일주일에 두 번꼴로 밤을 새운다.”며 “풀냄새를 맡으며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 기분이 정말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한때 대학생들 사이에서 토익책 멀리 던지기 대회도 있었는데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죠.
문: 취업 걱정에 이래저래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답: 2018년에 제3회 꿀잠 대회가 서울 성동구 서울숲 가족마당에서 있었습니다. 50명을 모집하는 대회에 8,500명(약 170:1)의 지원자가 몰렸는데요. 가장 깊이 안정적으로 잠을 잔 참가자가 우승을 해요. 심박수를 역시 측정하는데요. 참가 신청자 중에서 5,4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요. 잠을 못 드는 주요 이유로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등과 같은 미래를 위한 준비 때문이라고 응답자의 약 37%가 밝혔고, 약 51%의 응답자는 시험공부, 과제, 아르바이트, 야근, 수행평가 등 매일 해야 되는 일과를 주요 원인으로 응답했습니다.
문: 이색적인 달리기 대회도 있다고요?
답: 넥타이 마라톤 대회가 있습니다. 이 마라톤은 구로 디지털단지 일대 5Km 구간을 달리는 행사인데요. 넥타이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요. 서울 여의도의 랜드마크인 63빌딩을 계단으로 오르는 대회도 있습니다. 계단이 1,251개, 높이는 264m입니다. 역대 최고 기록은 남자 7분 15초, 여자 9분 40초였습니다. 이것은 그래도 평범한 축에 속하고 최근 유행하는 달리기가 있는데요. 좀비를 피해 마라톤을 하는 좀비런 대회입니다. 좀비런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7개 도시, 10만 명 이상의 좀비 러너를 배출했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 좀비런은 좀비들과 함께 5Km의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 행사인데요. 술래잡기와 규칙이 동일합니다. 술래잡기 언제 하고 안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핀란드에서는 아내 메고 달리는 대회도 있었습니다.
문: 좀비를 피해 달리기를 왜 하는가?
답: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좀비는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괴물이 아닙니다. 우울감, 강박감, 불안감에 휩싸이는 마음이 바로 전염성 강한 좀비 바이러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 조차도 모르게 누구나 좀비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감염된 좀비가 되지 않고 생생히 살아가도록 서로를 독려해야 합니다. 좀비런은 건강한 일탈로, 다시금 일상을 생생히 살아갈 에너지를 드립니다.”며, 좀비런은 이 시대 사람들에게 ‘생생히 살아있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나 아닌 타인을 혐오하는 세태를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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