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9. 21:57ㆍ문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근현대미술 특별전 : 선물"이 열리고 있다(2024.11.15.~2025.2.9.).
그의 컬렉션을 나는 다시 선택한다.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1930년대 전주에서 개척사를 운영한 죽사 이응로의 작품과 그와 전주에서 동시대를 살며 작품 활동을 한 효산 이광렬의 그림이다.
효산의 외손자는 북한의 인민 화가인 정창모이다. 이 무렵 일인 교사에게 배운 서양화 기법이 전주의 서양화 화단에 싹을 틔운다. 동광미술학원 출신들은 해방공간 좌우 갈등 속에서 일부는 월북해 인민 화가와 같은 인민 칭호가 붙는 예술가가 되었다. 그러나 10년간 대나무를 그린 이응로는 일찍이 프랑스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그 역시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고초를 겪는다. 이 고초 역시 예술가라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 중 하나이리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전시지만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중섭의 전시였다. 이중섭만큼 스토리텔링이 잘된 작가도 없을 것이다.
이중섭의 건널 수 없는 현해탄 너머에는 그리운 가족이 손을 흔들고 있다. 전시장을 걸으며, 이제는 세상과 작별한 작가들을 만난다. 송수남의 1970년대 작품이 보인다.
작품 속으로 사진을 찍는 내가 보인다. 배가 한 척 떠 있고, 언덕에 두 사람이 앉아 있다.
두 사람.
전시장을 더 들어가면 나혜석과 김우영의 얼굴이 서로의 시선을 비켜 걸려 있다. 덧 없는 인생의 한 순간을 나혜석은 붙잡아 놓고 있다.
제5전시실은 집중력 있는 조명 때문일까 큐레이팅 덕분일까? 작품의 아우라,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느껴진다. 사라진 화가들이 남긴 이야기가 말 없이 눈으로 들어온다.
주말에 가면 사전 예약 없이는 전시를 관람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일부 그림(김환기)은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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