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5. 11:00ㆍ음악
지난 편에서 기원전의 바닷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다. 인간은 기원전 8세기 전부터 해상활동을 했다. 그 기록이 유물이나 벽화로 남아있고, 경전에도 기록되어 있다. 인도 남부의 드라비다인의 이야기도 했다.
2020/08/24 - [바다의 실크로드] - 바다의 실크로드
이번 글은 기원후의 바닷길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항해지 중에 첫 번째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오늘은 기원전 1세기 중엽부터 시작한다. 기원전 1세기 중엽에 로마의 항해사 히팔루스가 아랍인들로부터 인도양 계절풍의 비밀을 알아낸 후 아테네에서 홍해를 지나 인도양에 이르는 직항로를 발견한다. 이후 동방과의 교역이 활발해진다.
교역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나?
당시 인도로 향하는 로마의 선박은 120여 척이나 되었다. 이탈리아에서 출항해서 인도양 계절풍을 이용해 3개월 정도 걸려서 10월에 인도에 도착한다. 몇 달 동안 체류를 하면서 중국 등 동방 각지에 특산물을 구입해가지고 다음해 4월에 계절풍을 타고 귀향한다. 이때부터 오아시스를 거쳐 중국에서 인도로 반출된 견직물이 인도 서해안에서 로마로 직수송되기 시작한다. 인도 항구에서 중국 화물은 비단뿐만 아니라, 피혁, 후추, 계피, 향로, 금속, 염료, 의약품 등 다양한 품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중에 계피는 로마에서 각종 화장품, 약품, 향료품 등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재료로 수요가 많았고, 가격도 높았다. 이렇게 보면 중국과 로마 교역은 인도를 가운데 두고 이루어지는데, 로마의 교역 의지가 점점 커지면서 해상 접촉지가 점점 동쪽으로 옮겨간다.
옮겨 간 곳이 어디 인가?
기원후 2세기 중엽에 일남, 지금의 베트남에서 중국과 로마 양대 제국의 해상접촉이 성사된다. 『후한서』의 「서역전」을 보면, 서기 166년 대진 황제 안돈의 사절이 일남에서 상아, 서각(무소의 뿔), 대모(바다거북)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대진의 안돈이 누구일까? 이와 관련해서 베트남 남부의 구항구 유적지에서 다량의 로마 제품,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의 이름이 새겨진 금박휘장이 출토되었다. 같은 곳에서 후한시대 중국의 구리거울인 기봉경 파편이 나왔다. 당시 베트남이 동서 교류나 교역의 중계지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안돈은 로마제국의 제16대 황제(재위161~180)로 5현제의 마지막 황제다. 후기 스토아파의 철학자로 마음까지 황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 『명상록』을 남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다.
2세기 교역의 중심지 베트남에는 어떤 음악이 있었을까?
당시의 음악이 어땠는지 자료를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남아있는 자료와 현재의 음악으로 추정을 해봐야 하는데, 사전에는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인도나 태국, 크메르(캄보디아) 등으로부터의 영향도 있으나, 베트남의 독자적인 악기나 음악도 적지 않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외국의 침략과 지배를 자주 받는데, 음악적 특징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말이다. 1884년에는 프랑스 식민지가 되면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 편입이 되고, 1945년에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인 구엔 왕조가 망한다. 구엔 왕조의 궁중음악이 현재까지 남아있는데, 베트남 말로는 냐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악이라고 한다. 일본은 가카쿠, 중국은 야유에라고 하는데, 전부 아악을 자기 나라말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 일본, 베트남 역시 한자문화권 아래에서 중국의 영향을 받는다.
베트남에는 어떤 악기들이 있나?
잘 알려진 베트남의 전통악기에는 일현금이 있다. 우리나라도 12세기에 송나라에서 대성아악을 받아들일 때 중국에서 일현금 15개를 들여와서 연주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는 남아 있지 않은데, 일현금은 베트남에만 남아 있다. 베트남 말로는 당바오라고 한다. 말 그대로 줄이 하나인 악기라, 단순한 악기로 보이지만, 다양한 연주기법과 농현을 연주할 수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악기에는 단우엣이라는 줄이 세 개인 류트가 있다. 월금이라고도 한다. 기타나 비파처럼 생겼는데, 몸통이 달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11세기 경부터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악기들은 베트남의 위쪽에서 내려온 온 것 같고, 한편으로는 인도네시아와 타이를 중심으로 하는 동남아시아 음악의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선율타악기인데, 인도네시아의 가믈란처럼, 베트남에는 트룽이라고 하는 대나무로 만든 실로폰이 있다.
2세기 베트남 음악을 알 길은 없고, 주변국인 인도네시아의 가믈란은 어떤 음악인가?
실로폰 같이 음정을 갖고 있는 타악기다. 아마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 소리가 밝고 명랑하다. 여러 명이 합주를 하는데, 가믈란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최초로 자바섬을 다스렸던 상향 구루 신이 있었다. 구루는 산스크리트어로 선생님이란 뜻이다. 상향 구루가 다른 신들을 불러 놓고 회의를 하려고 할 때 신호로 공을 만들어서, 이 신호로 회의를 소집했다. 공은 ball이 아니라, 놋쇠로 만든 타악기, 징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후에 다른 의미의 신호를 위해서 음정이 다른 두 개 공을 더 만들었다. 이것이 최초의 가물란 세트라고 한다. 이 세트를 로카나타라고 하는데, 세상의 왕이라는 뜻이다. 이 세트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서기 230년경이다.
가물란은 어떤 악기들이 사용되나?
가믈란에 쓰이는 악기는 대부분 타악기인데, 자바말로 가믈이 망치라는 뜻이다. 가믈란 협주에는 총20종의 악기가 사용된다.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공이 있다. 징처럼 생겼는데, 가장 저음을 낸다. 지름이 90cm정도고 청동으로 만드는데, 악절을 구분할 때 쓰인다. 매주 목요일 밤에는 악기에 꽃을 바치고 향을 피우는데, 자바사람들은 공에 신격이 있어서, 신령이 서려있다고 믿는다. 야외용 악기로 사론이 있다. 청동막대로 만든 실로폰인데, 주요 선율을 담당한다. 실내용 악기로 술링이 있다. 유일한 목관악기로 대나무로 만들어졌다. 단소처럼 세로로 들고 연주한다. 또, 레밥이 있다. 두 줄로 된 현악기고 우리나라 해금하고 비슷합니다.
가믈란이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갖는 음악적 기능?
가믈란 음악은 본질적으로 독주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배울 때 한 악기만 혼자 다루어서는 안 되고, 여러 악기를 함께 배워야 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서양음악은 감상하는 음악이고, 가믈란은 참여하는 음악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가믈란 악기 중에는 어려운 것도 있지만, 초보자들도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어서 가믈란 합주에 참여하기가 쉽다. 마을의 부자집이나 관리들의 집에 가믈란 세트가 마련되어 있기도 한데, 1주일에 1~2일 정도 자신의 집을 개방하고 이웃사람들이 가물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다. 또, ‘와양 쿨릿’이란 그림자 연극이 있는데, 가믈란 연주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것이 전통이다. 초저녁부터 아침 6시까지 하룻밤을 3등분해서 각기 다른 선법으로 연주를 하는 특징이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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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인의 어깨 위에서 읽은 것을 재 정리한 것입니다. 7~8년 전에 정리한 글로 참고문헌 목록을 잊어버렸습니다. 인용 기호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았거나, 참고문헌 목록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것은 모두 제 불찰입니다. 제가 잘 기록하지 못한 부분을 알려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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