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1. 22:18ㆍ考愛
개 기 다 림
김 창 주 作(2017)
등장인물
흰가운남
여자1
남자1
여자2
엄마
아저씨
아빠
무 대
무대는 영화 “도그빌”과 같이
각 방은 흰 선으로만 구획되어 있으며, 가구는 없다.
물 컵만 하나 있다. 모든 방을 관객은 한 눈에 볼 수 있다.
극중 출연자들은 보이지 않는 벽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첫 날
흰가운남: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어린 여자1을 데리고 등장한다. 여자1의 방으로 보이는 임시 거처의 문을 연다.) 삼 일 안에 엄마가 데리러 오실 거니까,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여자1: (알아듣지 못한 듯 눈만 깜박 거린다)
흰가운남: (문을 닫는다)
여자1: (구석에 쪼그리고 앉는다)
남자1: (벽을 두드린다)
여자1: (소리가 나는 왼쪽 벽 쪽으로 다가간다)
남자1: 안녕?
여자1: 안녕....
남자1: 넌 어디서 엄마를 잃어버렸니?
여자1: 응, 엄마랑 백화점에 갔다가...
남자1: 난 엄마랑 여행을 갔다가, 금방 간식 사가지고 온다고 하셨는데, 기다려도 안 오셨어
여자1: 넌 여기 온지 얼마나 됐니?
남자1: 모르겠어, 시계가 없어서, 하루쯤 지난 것 같아. 여기 와서 밥을 세 번 먹었거든.
여자1: 그렇구나... 넌 이제 이틀 남았네.
남자1: 너도 걱정하지마...
여자1: ...(다시 구석에 쪼그려 앉는다, 잠시 후 오른쪽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일어나 귀를 기울인다) 누구세요?
여자2: 반가워, 난 오늘이 삼 일째야, 너 전에 있던 친구는 어제 엄마가 와서 집으로 갔어.
여자1: 그렇구나.
여자2: 나도 곧 엄마가 올거야~
여자1: 좋겠다.
여자2: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잠깐만
여자1: 응(조용히 소리에 귀기울인다)
흰가운남: 엄마가 오셨다.
여자2: (기쁜 목소리로) 엄마가 오셨어, 난 이만 갈게.
여자1: 만나자 이별이네, 안녕
여자2: (문 밖으로 나가 엄마 품에 안기며) 엄마~
엄마: 아이구 얼마나 찾아 다녔다구, 다친 데는 없니? 엄마가 선물로 새 목걸이를 사왔다. 짠~
여자2: 엄마 사랑해요!(엄마가 목걸이를 목에 채워 주자, 좋아서 팔짝팔짝 뛰며 따라간다)
여자1: (왼쪽 벽으로 가서 벽을 두드리며) 내 옆방에 있던 애는 방금 엄마가 와서 나갔어.
남자1: 와~ 치... 우리 엄마는 언제 오는 거야.
여자1: 기운 내, 곧 오실거야
남자1: 고마워...
여자1: (다시 구석에 쪼그려, 물컵에 있는 물을 혀로 날름거리며 마시는 듯 장난을 친다. 잠시 후 앞쪽 벽에서 소리가 난다) 누구세요?
아저씨: 안녕, 오늘 새로 온 모양이구나, 나도 오늘이 3일째야...
여자1: 여긴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군요.
아저씨: 응, 내 옆방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다 나가셨어.
여자1: 그렇구나... 아저씨도 엄마를 기다리나요?
아저씨: 응...(이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흰가운남: 엄마가 오셨다. 이리나와.
아저씨: (곧 울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방을 나온다) 엄마... (주위를 둘러 보며) 그런데 엄마는 어디있죠?
흰가운남: 저 방에 계신다. 가자.
아저씨: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저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없잖아요. (화면으로는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들린다. 여자1이 방에서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아저씨: 엄마는 어디 있어요?
흰가운남: 진정해 진정, 이 주사 맞고 자고 나면 엄마가 옆에 있을 거야. (잠시 후 조용해진다)
여자1: 왜 갑자기 조용해 진거지 (왼쪽 벽을 두드리며) 너도 들었지, 뭔가 이상해...
남자1: 그러게, 엄마가 오지 않은 것 같은데, 왜 다른 방으로 데려 간 거지.
여자1: 저 아저씨는 오늘이 삼 일째라고 했어... 그런데 삼 일째에 엄마가 안 오시면....
남자1: 엄마가 안오시면... 어떻게 되는 거지...
여자1: (불안해하며)다른 방으로 가서 조용해진다...
남자1: (더 불안해하며, 몸을 떨며) 엄마...
여자1: 엄마... 보고 싶어요...
둘째 날
남자1: 나 이제 삼 일째야...
여자1: 응... 걱정하지마...
남자1: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엄마가...
흰가운남: 엄마가 오셨다.
남자1: 안녕...
여자1: 안녕...
남자1: (문 밖으로 나오며)엄마는 어딨죠?
흰가운남: 저 방에 계신다.
여자1: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탄식한다) 아...
셋째 날
여자1: (뜬 눈으로 밤을 지세운 듯 눈이 충혈되어 있다, 중얼 중얼 노래한다)
엄마...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 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린다)
흰가운남: 엄마가 오셨다.
여자1: (몸을 천천히 일으켜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간다) 엄마는 어디있죠?
흰가운남: 저 방에서 기다리고 계셔
여자1: (흰가운남이 가르키는 방으로 들어간다) 엄마는 어디있죠?
흰가운남:
자자.. 진정해, (주사기를 들며)이거 맞고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옆에 계실거야...
여자1: (뒤로 물러서며) 싫어요...
흰가운남: (여자1을 꽉 안고 주사를 놓으려 한다)
아빠: (급하게 문을 열고) 잠깐... 내가 이 애 아빠요.
여자1: 네?...
흰가운남: (주사기를 내려 놓으며) 아이구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여자1: 이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
흰가운남: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자~ 어서 데려가세요.
아빠: (여자1에 목걸이를 채우며, 입맛을 다신다) 자~ 가자, 밥 많이 먹고, 살 좀 찌면 맛있어 지겠어.(목걸이를 잡고 여자1을 끌고 나간다)
흰가운남: (혼잣말로, 주사기를 만지작 거리며)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어느 식당
아빠: (휴대폰으로 춘향전의 암행어사 출두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뚝배기에 담긴 탕을 숟가락으로 열심히 퍼 먹고 있다.) 기다린 보람이 있어, 여름엔 이걸 먹어줘야 한다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