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考愛

견우와 직녀

by 월간 김창주 2021.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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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력 7월 7일은 칠석(七夕) 날이죠.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날입니다. 전설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아요.

 

문: 밭을 가는 견우와 베를 짜는 직녀가 결혼 후에 놀고먹으며 게으름을 피우니까, 옥황상제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일 년에 단 하루에 만나게 했다는 이야기죠. 칠석날은 까치와 까마귀들이 오작교를 놓아주러 가서, 까치와 까마귀가 한 마리도 없고, 견우와 직녀가 까치와 까마귀의 머리를 밟고 가서 칠석 다음날은 까치와 까마귀가 머리가 모두 벗어져 있다는 이야기도 생각나네요.

답: 또 칠석날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와 만나 흘린 기쁨의 눈물, 이튿날 새벽에 비가 내리면 이별의 눈물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별과 직녀별이 가장 가까워지는 날이라고 합니다.

 

문: 도시에서는 별을 보기 힘들어졌는데, 어떤 별자리에 있나요?

답: 견우별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어(Altair)별이고, 직녀별은 거문고자리의 베가(Wega) 별을 말하는데, 각각 은하수의 동쪽과 서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잘 보이지 않다가, 1년에 한 번씩 칠석에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만나는 것처럼 보인입니다.

Summer triangle with the stars Altair, Deneb, and Vega, in the constellations of Aquila, Cygnus, and Lyra. Photographed on a moonlit summer night in Estonia (Martin Mark, 2015)

문: 혹시 보신 적 있나요?

답: 고등학생때 여름날 무주에서 은하수를 본 기억이 있어요. 이런 자연현상을 중국 주나라(BC 1046∼BC 771) 때 사람들도 알고 있었는데,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한나라(BC206~AD220) 때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문: 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졌을까요?

답: 글쎄요? 한나라 시대가 일은 안하고 연애만 하는 연애 전성시대였을까요? 아니면 이별의 시대였을까요? 농업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후에 6세기에 전설이 완성이 되고, 10세기 송나라 때부터 명절로 자리 잡게 됩니다.

 

문: 자연현상을 보고 후에 전설이 만들어졌다는 말인데, 우리나라에는 언제 전해졌나요.

답: 고구려 고분 벽화에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소와 함께 있는 견우와 강아지와 함께 있는 직녀 그림이 남아있습니다. 세기의 사랑! 고려 공민왕과 노국공주도 함께 칠석날 궁궐에서 견우성과 직녀성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문: 조선시대로 넘어가 볼까요? 어떤 풍습이 있었나?

답: 조선시대에 와서는 궁중에서 잔치를 베풀고 성균관 유생들에게 과거를 실시한 기록이 있습니다. 궁중 밖의 민간의 칠석날 풍속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같은 문헌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조선시대 많은 문인들이 견우와 직녀를 소재를 많은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춘향전』에서도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가 등장합니다.

 

문: 실제로 남원에 광한루에 가면 오작교가 있는데, 견우 직녀 이야기와 관련이 있나요?

답: 조선 선조(1552~1608) 때 남원부사 장의국이 남원 요천에서 물을 끌어와서 광한루 동서 양편에 큰 연못을 만들어 은하수를 상징하게 하고, 못 안에는 삼신도(三神島)를 만들어 한 섬에는 대나무를, 또 한 섬에는 백일홍을 심고, 나머지 한 섬에는 연꽃을 구경하기 위해서 정자를 짓고, 또 가운데에는 연꽃을 심고 못을 가로지르는 오작교를 놓았는데, 이야기가 정원 설계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죠.

남원시 광한루(Carmine.shot, 2018)

문: 중국에서 시작해서 우리나라에 왔는데, 일본에도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있나요?

답: 일본에서는 다나바다라고 하는데, 7세기에 견당사(당나라에 보낸 사신)가 일본에 전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8세기 말, 일본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엽집』에 하늘의 강을 사이에 두고 애태우는 견우가 칠석날 밤에 배를 장식하고, 강 건너 직녀가 있는 곳에 가서 일 년에 한 번 소원을 이룬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의 풍습과 결합해서 현재의 다나바다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 한중일 칠석날에 어떤 풍습들이 있나요?

답: 음식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밀국수와 밀전병, 복숭아화채, 호박부침 등을 만들어 드셨고, 중국에서는 과자를 만들어 먹는데, 주재료가 기름, 설탕, 밀가루, 꿀이에요. 틀에 넣어서 동물 모양, 바구니 등 여러 가지 모양의 과자를 만드는데, '걸교 과자'라고 합니다.

 

문: 주로 밀을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느낌이 드네요. 일본은 어떤가요?

답: 일본에서는 소면, 궁중과자인 사쿠 베이를 먹었습니다. 사쿠 베이는 밀가루에 쌀가루, 소금을 첨가해서, 반죽하고 칼로 가늘게 잘라서 대나무에 걸쳐 말린 것입니다. 세 나라 다 밀을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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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칠석날 하는 놀이도 있을 것 같은데요?

답: 중국에서는 일곱 개의 바늘구멍에 각각 색실을 빨리 꿰는 놀이가 있었고, 여인들이 바느질 솜씨가 늘기를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일본에는 스모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인들은 바느질, 수놓기 대회를 하고, 남자들은 새끼 꼬기, 농악, 씨름, 공부하는 소년들은 두 별을 제목으로 하는 시 짓기를 즐겨했다고 전해집니다. 포쇄의식도 있습니다.

 

문: 포쇄, 몇 해 전에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경기전에서 조선왕조실록을 말리던 포쇄 의식을 재현했었는데요.

답: 그렇죠. 그건 관청에서 하던 것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장마가 끝나는 이때 햇볕에 옷과 책을 말리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집집마다 내어 말리는 옷과 책이 마당에 가득해서, 『동국세시기』에는 칠석에 내어 말리는 옷과 책의 수량에 따라 잘살고 못 사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중일 공통적으로 칠석 물맞이라고 해서 머리 감는 풍습이 있습니다.

 

문: 요즘은 볼 수 없는 장면들인 것 같아요.

답: 한중일 세 나라 모두 현재는 다른 모양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중국은 정인절이라고 해서, 연인의 날로 해석할 수 있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고 식사를 하는 날, 결혼하기 좋은 날이 되었고.

 

문: 일본은 어떤가요?

답: 다나바다마츠리(칠석제)가 일본의 3대 축제 중에 하나인데, 단자쿠라고 해서, 대나무 가지에 소원을 붙인 장식물을 집 처마 밑에 걸어 놓고, 어린이들이 소원을 기원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칠석제를 재현하는 행사를 하거나, 다례 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2018년 국립국악원에서는 별을 향해 지내던 영성제(靈星)를 춤과 음악을 복원해 470년 만에 재현하기도 했습니다.

 

문: 우리나라, 중국, 일본 외에도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있나요?

답: 시간이 없어서 더 찾지 못했는데, 안데르센 동화 중에 『백조왕자』가 좀 비슷하지 않나, 생각을 해봤어요. 백조가 된 11명의 오빠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 가시가 박힌 쐐기풀로 오빠들의 스웨터를 만들어서, 마법을 풀어주는 이야기인데, 가시에 찔리면서 11벌의 옷을 짜고, 그 기간 동안에는 침묵해야만 하는 조건인데, 아마 만화로 보신 기억이 있을 거에요.

 

문: 아마 어느 나라나 베틀에서 고된 일을 하던 여성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답: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성장 역군인 방직공장의 여직공들과 비교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겠고, 2010년에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는데,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품 『하녀』에서 남자 주인공(김진규)은 방직공장의 음악 선생이고, 여주인공은 방직공장의 여공인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라고 비교해 생각해 볼 수 있고, 여성의 노동과 성에 대한 물음표를 던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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