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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개구리의 용기

by 월간 김창주 2021.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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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지난주에 개구리에 대한 시로 끝냈던 것 같은데요? 2021.05.29 - [자문자답] - 사랑은 봄 미나리 살찐 맛

답: 목은 이색의 「개구리 울다」라는 시였어요. “개구리가 미나리밭에서 우는데, 비 오고 흐려 소리 더욱 드날리니”라는 시구로 시작하는데, 사라진 고려를 그리워하는 내용입니다. 제자 중 하나는 고려의 충신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조선을 개국했어요. 미나리밭에서 우는 개구리는 아마도 이색을 뜻하겠죠. 오늘은 개구리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문: 개구리 하면 이야기가 많은데, 개구리왕자, 황소개구리,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도 있고요.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하나요?

답: 오늘도 조선왕조실록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실록에서는 개구리와 관련해서, 몇 가지 이야기로 크게 나뉘는데요. 역시 왕실 의례와 관련된 말이 있고요.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 효도에 관한 이야기, 나라에 변고를 예측하는 기록도 있고, 또 하나는 개구리의 용기와 화난 개구리라는 관용구가 있어요. 개구리는 하찮은 미물, 또 하나는 그런 미물임에도 불구하고라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The Frog Asks To Be Allowed To Enter The Castle(Walter Crane, 1874)

문: 먼저 효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답: 세종실록에 쓰여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고려 고종 때 일인데요. 12세기 말에 태어나서 13세기 중반까지 고려를 통치한 왕인데, 몽골의 침입에 강화도로 천도해서 28년 항쟁하면서, 팔만대장경을 조판하고, 유학을 장려해서 문화적 업적을 남긴 임금인데요

 

문: 고려 고종이 개구리와 관련이 있나요?

답: 아니요. 고려 고종때 벼슬을 버리고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고향인 전남 장성으로 귀향한 서능이란 분이 계셨어요. 어머니 목에 종기가 나는데, 의원이 “만약 생개구리가 없으면 살랄 방도가 없다”라고 말해요. 그때가 음력 12월이었는데, 어디서 생개구리를 구한단 말이요. 하면서 슬프게 울었답니다. 그걸 보고 의원이 생개구리가 없더라도 약을 한번 만들어 봅시다. 하고 솥을 나무에 걸었더니, 나무에서 무언가 떨어졌으니, 그것이 생개구리였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흔한 이야기 같은데, 조선왕조실록에 기록이 되어있는데요. 그만큼 서능이란 분이 효심이 지극했다는 이야기일 것이고, 조선은 유학을 숭상하던 나라여서 효와 충을 통치 이데올로기로 중요시했습니다.

 

문: 개구리와 왕실의례와 관련이 있다고 하셨는데, 저번에 미나리는 충성심을 상징한다는 하셨는데 개구리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답: 실록에는 빈번이란 말이 나와요. 빈은 개구리밥을 번은 흰 쑥을 말하는데, 제례를 지내면서 음식이 변변치 않음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입니다. 또 왕실 의례를 하려면 음악이 필요한데요. 세종임금 때 궁중음악을 개혁한, 우리나라의 3대 악성 중 한 분인데, 누군지 아시나요?

 

문: 거문고를 창안한 고구려의 왕산악, 가야금을 창안한 가야의 우륵, 율관을 제작해서 음정을 바로 잡은 조선의 박연이죠.

답: 맞아요. 실록에 보면 음정이 안맞아서 음악이 개구리울음소리 같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박연은 율관을 제작해서 음을 바로 잡은 분이죠. 다시 세종실록으로 가겠습니다. 당시에 악기를 달아놓는 틀인 종거 장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가 있어요. 한 신하가 『대성악보』라는 음악책에 종거 장식에는 나물로 장식한다라는 말이 쓰여 있어, 그렇게 하자고 해요. 나물이 개구리, 지렁이를 말하거든요.

 

문: 왕실에 쓰일 악기인데, 개구리가 장식되었나요?

답: 그러니까 박연이 이렇게 말합니다. 비록 책에는 그렇게 쓰여있지만, 그림으로는 범이 그려져 있고 또 『진씨악서』라는 다른 음악책에는 범이나 사자가 그려있으니, 이렇게 하자고 합니다. 결국 세종대왕은 박연의 의견대로 하는데요. 박연이 다른 용례를 찾아서 설득을 한 것이죠.

 

문: 책도 여러 책을 봐야 해요. 역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면 안 돼요?

답: 실록에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요동돼지라는 관용구가 나와요. 비슷한 뜻인데요. 중국 요동 사람이 머리가 흰 돼지를 신기하게 여겨 이를 왕께 바치려고 가다가 하동(河東)을 지나면서 그 지방의 돼지가 전부 흰 돼지인 것을 보고 부끄러워하며 도로 돌아갔다고 뜻에서 우물 안 개구리란 뜻과 함께 쓰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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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목은 이색은 스스로를 낮춰서 미나리 밭에서 우는 개구리라고 하고, 개구리도 여러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답: 개구리는 크게는 이중적인 의미가 숨어 있어요. 특히 실록에는 화난 개구리란 표현이 등장하는데, 두 가지의 의미로 쓰입니다. 하나는 화내봤자 개구리란 뜻이고, 또 하나는 와신상담을 하며 오나라를 정복한 월나라 구천의 옛이야기에서 나옵니다. 구천이 화난 개구리에게 절을 해서 군사들의 사기를 높였다는 뜻입니다. 하찮은 것도 이렇게 용기가 있다라면서요. 또 개굴개굴 우는 소리가 선비들이 글 읽는 소리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문: 염상섭의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에서는 일제강점기 지식인을 상징하죠?

답: 소설에서 보면 김창억이 옥중경험 때문에 광인이 되는데요. “해부된 개구리가 사지에 판을 박고 칠성판 위에 자빠진 형상”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독립운동과 관련이 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어요. 나약한 지식의 모습이랄까요. 2015년에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청개구리를 이야기했어요.

 

문: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는 개구리론이죠?

답: 이백의 시를 인용하기도 했지요. 몇 번의 식사, 몇 잔의 술, 몇 장의 기프트 카드가 온수주청와(溫水煮靑蛙)를 만든다라고 했죠. 개구리는 양서류라 물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데,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다 나중에 뜨거운 줄 모르고 죽는다는 말입니다. [월간 김창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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