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31. 23:54ㆍ문화
우리 문화를 다시 보기 위해서, 이웃나라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2011년 3월 14일 후쿠시마 원전 3호기 요란하게 폭발한 날인데요. 하나하나 사건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진실을 은폐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멀지만 가까운 나라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문: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한 이야기네요.
답: 그렇죠. 1986년 체르노빌에서 원자로가 폭발, 구소련뿐만 아니라, 북유럽과 독일까지도 상당한 방사능 오염이 되었고, 농업과 축산업에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그런 일이 일본에서 일어난 것인데, 충격적 이게도 일본의 후쿠시마 1원전 1호기가 폭발하는 모습은 TV로 나왔죠.
문: 일본이 과학기술이 발달한 나라인데 어쩌다 폭발했을까요?
답: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이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때 자동적으로 전원이 차단되고,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가동되는 자동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문: 안전대책이 있었던 셈인데도 원전사고 난 것이군요.
답: 그렇죠. 문제는 지진 발생 약 50분 후 높이 15m의 지진 해일, 쓰나미가 발전소를 덮치면서 지하에 설치된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침수되어 정지하였고, 발전소 내의 모든 전기시설 역시 손상되었다. 원자로의 냉각시스템이 정지한 것입니다.
문: 냉각장치가 정지하면 원자로가 폭발하지 않나?
답: 그렇죠. 사건 경과를 살펴보면요. 2011년 3월 11일 오후 9시 23분 연료봉이 노출되어 멜트다운(녹아내리기) 시작되고요. 12일 새벽 3시경 격납용기 내 압력을 내리기 위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증기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문: 아니 방사성 물질을 그렇게 방출해도 되나요?
답: 폭발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확산되기 위한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는데, 주변의 오염을 감수하겠다는 것이죠. 같은 날 1호기가 폭발, 14일에는 3호기가 더 요란하게 폭발합니다.
문: 자연재해로 어쩔 수 없는 예상 밖의 사고라는 생각이 든다.
답: 처음에는 예상 밖의 사고가 대형 지진과 쓰나미였다고 했지만, 이건 과거에 있던 한신 이와지 대지진보다 작았다고 하고, 이것을 후에 도쿄전력도 인정을 했습니다. 쓰나미가 덮치기 전에 이미 원전은 전원이 끊어지고 배관이 터진 상태였습니다.
문: 그렇다면 사고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답: 그렇죠. 대지진 4일 전에 높이 8.4~15.7m의 쓰나미가 원전을 덮칠 수 있다는 것이 일본 경제산업성 원자력 안전보안원에 보고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예상 밖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죠.
문: 아...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답: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외부 전원을 강화하지 않았고, 비상용 디젤 발전기는 수몰될 수 있는 지하에 있었고, 발전 차량도 한 대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 살던 일본 주민들은 이것은 사고가 아니라, 범죄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문: 분노가 느껴진다. 인재란 말인데, 후쿠시마 원전이 이렇게 된 데는 원인이 있을 것 같다.
답: 역사를 보면 답이 나와요. 1975년에 후쿠시마 원자로의 설계 결함이 드러납니다. 냉각장치와 격납용기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었고, 이에 관련 기술자 3명이 사표를 냈지만, 원자로는 계속 가동이 됩니다.
문: 아하! 원래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그냥 가동을 했군요. 후에는 문제가 없었나?
답: 1978년 3호기에 임계사고가 나는데(임계는 연속적인 핵분열이 일어난다는 뜻, 핵분열성 물질이 예기하지 못한 원인에 의해서 제어 불능인 상태를 말함.) 도쿄전력에서 조직적으로 철저히 은폐를 하다가, 29년 뒤인 2007년 3월에야 세상에 알려집니다.
문: 사고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고 있었군요.
답: 2000년에는 원전 원자로 균열 사고를 은폐하고 있다고 감독당국에 알린 내부 고발자를 색출해서 쫓아내는데, 감독당국이 내부 고발자가 누구인지 도쿄전력에 알려주는 어이없는 사건이었습니다. 2011년에는 불행하게도 냉각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원자로가 폭발하기에 이르렀죠.
문: 사고는 사고고, 이후에 안전대책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답: 1호기 폭발 영상은 12일 오후 3시 반에 고정 카메라로 촬영되었지만, 보도는 거의 5시가 되어서 나왔습니다. 사실 확인을 한다며 보도를 늦춘 탓인데, 주민들의 대량 피폭에 대한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당시 TV와 신문에서는 “괜찮습니다. 당황하지 마세요.”라고 보고를 했고요.
문: 괜찮은 상황이 아니 것 같은데요.
답: 그렇죠. 이건 거짓말이었다고 당시 피해주민들은 말하는데, 15일에는 오전 11시에는 사고 20~30km 지역에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안에 대피하라는 잘못된 지시로 많은 사람들이 피폭을 당합니다.
문: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거 같다.
답: 그래서 나중에는 지진과 쓰나미로 갇혀 있는 사람들을 피폭 위험 때문에 구조하러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구조대원들에게 철수 명령이 내려집니다. 길이 있어도 물류차량이 들어갈 수 없어서 휘발유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피난조차 갈 수 없었습니다.
문: 피해 지역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나?
답: 후쿠시마 원전사고 한 달 후 2011년 4월 22일 사고 원전 반경 20km 안 들어가면 처벌받는 ‘경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30km 안쪽은 긴급 상황 때 주민 스스로 피난해야 하고 학교나 병원은 다시 열 수 없는 ‘비상시 피난 준비 구역’이 됩니다.
문: 20km에서 30km면 엄청나게 크다는 생각이 든다.
답: 서울 여의도를 기준으로 하면 반지름 20km 안에 광명 부천 시흥 군포 안양 과천 성남 구리 고양 김포의 전부 또는 대부분이 포함되고, 30km가 되면 인천 안산 수원 의정부 파주 대부분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 언제까지 출입금지 구역이 되는 것인가?
답: 세슘 137이란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가 30년, 반감기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성질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드는 시간인데요. 플루토늄 239는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감기가 약 2만 4,000년, 우라늄 235는 7억 년, 우라늄 238은 45억 년입니다.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시간입니다.
문: 과학기술이 발전했는데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답: 방사능을 과학적으로 없앨 방법은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없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흩어 놓거나, 이동시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원전사고도 사고지만, 원전 폐기물 역시, 까마득하게 긴 시간 동안 벽속에 숨겨져 있는 폐기물을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문: 아까 반으로 줄어드는데 45억 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피해 규모 역시 상상할 수가 없다.
답: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있은 후에 내부 피폭에 대한 논문이 있는데, 세슘 137은 장기에 쉽게 쌓이고 어린아이는 어른보다 3배 이상 축적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나라 전체가 피폭 실험장이 되었다는 불안과 스트레스에 쌓여 있습니다.
문: 실재 오염 때문에 생기는 피해도 피해지만 여기서 오는 정신적 피해, 더불어서 경제적 피해도 클 것 같다.
답: 자연에서 나온 식품들을 세슘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걱정을 해야 하는 형편인데요. 방사선을 내뿜는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내부 피복이라고 합니다. X선 검사나 자연 상태에서 받는 방사선과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내부 피폭이 될 위험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문: 내부피폭이 더 위험하다는 말씀이군요. 그것을 정말 알 수 없는 시간 동안 견뎌야 하고요.
답: 방사능이 반으로 주는 데만 45억 년이면 거의 알 수 없는 시간이에요. 후배들에게 45억 년 동안 남겨 줄 수 문화와 문화유산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그런 게 있을까요? 현 인류의 욕심 때문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핵폐기물을 후손들에게 남겨주게 되었습니다. 방사능 오염 물질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디스토피아,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월간 김창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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