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좀비 이야기

2020. 8. 16. 22:28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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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좀비

  좀비 이야기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생존은 모든 생물의 본능인데,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 상황을 한편으로 사람들은 즐기기도 한다. 재난 영화가 대표적이다. 아포칼립스 장르라고도 한다. 그리스어로 계시라는 뜻이다. 종말과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이런 영화들은 당대의 시대상을 담고 있다. 20세기 냉전시대에는 핵전쟁으로 인한 지구 멸망이 주요한 소재였다. 이런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 뒤에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 멸망이 주요 소재다. 또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소재로 사회 혼란을 영화화하기도 한다. 『설국열차』와 같이 새로운 빙하기가 시작되는 소재도 있었고, 국내에서는 쓰나미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있었다.

 

물론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도 있다.

  부두교에서 등장하는 좀비가 극장에 나타난 것은 1970년대 B급 공포물에서다. 좀비는 B급 문화의 상징 같은 소재다. 최근에 좀비를 소재로 한 콘텐츠는 대중문화에 자주 등장한다. 거의 대부분의 좀비 영화의 줄거리는 비슷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람들이 좀비가 되고, 이 좀비에 물린 사람들은 또 좀비가 되고, 세상 사람들이 다 좀비가 되어 가는데 주인공은 좀비가 되지 않으려고 싸우거나 도망 다니는 이야기다.

 

부두교는 어느 나라에서 유래했나?

  부두교는 서인도제도의 아이티 등지에 널리 퍼져있는 민간신앙이다. 서인도제도는 남 ·북아메리카 대륙 사이에 있는 크고 작은 많은 섬들, 열도를 말한다. 콜롬버스가 인도를 가려고 서쪽으로 항해하다가 인도인줄 알고 내린 곳이 서인도 제도다. 이곳 부두교에 좀비가 등장한다. 사실 기원은 서인도제도가 아니다. 앞에서 재난 영화가 당대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했는데, 부두교의 좀비 역시 서구의 제국주의의 식민정책인 노예무역을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의 흑인을 잡아다가 사탕수수를 서인도제도의 아이티 섬 등에서 재배하게 했다.

 

좀비는 아프리카와 관련이 있나?

  아프리카의 "베닌, 잠비아, 탄자니아, 가나와 같은 국가들의 민담, 설화를 보게 되면 마녀들이 노예나 하인으로 부리기 위해 죽은 시체를 살려내거나, 산 속 깊은 곳에 모여 사는 좀비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고, 자마이카, 수리난, 마니티크와 같은 카리브해 연안국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민담이 전해 내려온다는 것이 발견되어서 아이티의 좀비 민담이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가 아닌, 당시 제국주의 식민정책과 노예정책으로 인해 이들 국가들로부터 서인도 제도로 수입된 산물로 보고 있다."(김민오, 2014) 좀비라는 것이 살아있는 시체라는 의미인데, 자신들이 노예가 된 상황과 별 다를 게 없었다. 이후에 아이티가 독립하면서 미군이 주둔하게 되는데, 이때 좀비 문화가 전파되어서 미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미국이 군대를 아이티에 주둔 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아이티가 빚을 갚지 못하자, 군대를 주둔 시켰다.

어떤 영화들이 만들어지나?

  좀비 영화의 효시는 1932년 빅터 할페린 감독의 『화이트 좀비』다. 여기서 좀비는 괴물이 아니라, 사악한 주인에게 최면에 걸린 인간으로 그려진다. 아이티의 좀비 민담에 가깝다. 노예로 그려진다. 이후에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좀비영화의 중요한 기점을 만들었는데, 그이유가 이때부터 좀비가 괴물 캐릭터로 그려지기 시작하고 앞에처럼 조종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의 살을 뜯어 먹는 것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로 그려진다. 더 이상 노예의 모습이 아니지만, 인종이나 여성차별에 대한 문제를 반영하고 있어서 미국의 좀비영화들이 당대의 사회현실을 풍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대부터는 별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 다시 좀비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전에 등장한 좀비영화와 차이점

  이전 좀비영화들이 인간과 좀비 사이의 사투를 주요 이야기 구조로 삼았다면 2000년대 좀비영화 속 주인공들은 좀비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하는 동시에 같은 인간끼리 대립하는 이야기 구조가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좀비영화 속 인물들은 좀비보다 그다지 나을 것이 없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행동하거나 불가피한 이유로 같은 인간에게 해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며, 때로는 인간들끼리 편을 가르고 서로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중략) 주인공조차 선과 악이 공존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김민오, 2014)

 

 좀비영화가 다시 등장하고 유행하는 이유

  "경쟁시대에서는 모두가 적", 혹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모두가 적"이라는 요즘의 일부 세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심화되고 있는 인종, 민족, 성, 종교, 소수자, 계급 등의 각종 차별행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이런 좀비물의 유행이 2001년 있었던 9.11 테러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2001년 이후부터 좀비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대중문화에 폭발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같은 새로운 질병이나 카트리나 허리케인(Katrina Hurricane) 피해나 중국 스촨성(四川省) 대지진 같은 자연재해들이 빈번해지면서 인류가 순식간에 멸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전 세계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다시 좀비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한다. 좀비는 B급 문화에서 전 세계적 문화적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좀비와 특정 사회현상을 연관 지어 표현하기도 한다. 대부분 영혼이 없는 수동적 상태를 풍자적으로 비유하고 있다.(김민오, 2014)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전주사고

사회문화현상에도 좀비라는 말을 많이 사용

  스마트폰 좀비는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연애좀비라는 표현도 있다. 집을 샀지만, 어쩌면 평생 대출금과 이자를 은행에 갚아야 하는, 은행에 월세를 내고 있는 이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비유해서 좀비 자본주의라고도 말한다. 또 하나는 무한경쟁 시대에 살다보니, 상대방을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극단적으로는 혐오하는 세태가 반영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영화 부산행을 보면 덤비는 좀비도 무섭지만, 생존자 간에 살기 위해 경쟁하면서 좀비보다 산 사람이 더 무서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또 반면에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도 아주 극적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무력함과 피로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비영화는 현대인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반면에 삶의 활력을 주기 위한 기획물도 있다. 좀비를 피해 마라톤을 하는 좀비런 대회다. 술래잡기 형식으로 좀비들과 함께 5Km의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 행사다. 전주문화재야행에서는 경기전좀비실록. 조선왕조실록 지키던 민초의 혼을 되살려 현 시대에 맞게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하마비

 

참고문헌

김민오, 「좀비영화의 시대반영성 연구 :장르 발전사와 뱀파이어 장르와의 비교를 중심으로」,(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김창주, 「초경쟁 시대의 좀비」(『전북중앙신문』,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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