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축제는 좋은 축제인가?

2021. 7. 10. 07:50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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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년 결산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행사·축제 중에서 광역지자체는 5억 원 이상, 기초지자체는 3억 원 이상인 것이 473건인데, 이 중에서 흑자를 낸 것은 4건이란 기사가 있어요. 전남 곡성군의 곡성 세계 장미축제(4억 1400만 원), 전남 함평군의 대한민국 국향대전(1억 6100만 원)과 함평 나비대축제(1억 4100만 원), 전남 여수시의 여수 거북선축제(100만 원)입니다. 이렇게 도와 시군에서 주최하는 축제에서 흑자를 낸다는 것이 옳은 것인가? 고민해 보았습니다. 축제 간에 벌어지는 원조논쟁에 대한 이야기, 문화콘텐츠를 만들다 역사적 사건을 회화하는 문제, 축제란 무엇인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문: 먼저 흑자를 내었다는 축제들은 어떤 축제들인가?

답: 신문기사를 볼게요.

전남 함평군의 나비 축제도 효자 축제다. 이 축제도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1999년 축제 시작 당시 나비는 함평 산이 아니었다. 제주도에서 애벌레를 가져와 번식시켰다. 그 이래 20년 동안 1443여만 명이 함평군을 다녀갔다. 군 인구(3만 3000여 명)의 437배 규모다. 이 기간 함평군은 입장료 수입과 농특산물 판매로 297억 5000만 원을 벌어들였다. 사업비의 두 배다. [중앙일보. 2019.3.8.] 

함평나비대축제-야외 나비날리기 행사 모습(함평군)

곡성 세계 장미축제는 작년 축제기간 동안 30만 2495명(유료 26만 9773명)이 방문하여 역대 최다 방문객 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도 대비 11.37%가 증가한 결과이다. 일일 최대 방문객 수는 5만 6830명으로 하루 동안 곡성 기차마을에서 축제를 즐겼다. 총 13억 원의 입장료 수입을 거두어들인 작년 축제는 입장료가 3천 원에서 5천 원으로 2천 원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도에 비해 3만 883명의 방문객 수가 더욱 증가했다. 입장료 인상과 함께 방문객에게 지급되는 2천 원 권 지역상품권은 축제장 내 향토음식점과 주변 시내 상가 등에서 사용되어 지역 상권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는 기사. 올해 5월에도 섬진강 기차마을과 1004 장미공원에서 개최. [전남일보 2018.5.29.] 

곡성세계장미축제(곡성군)

 

문: 지역 축제를 만들어서 흑자를 내는 것 무엇이 문제인가?

답: 아마도 이렇게 흑자를 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을 보면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했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축제가 무엇을 하는 행사인가 고민도 해봐야 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만든 축제인데, 다시 또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마음 편히 즐길 수 있겠는가? 축제가 가진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고. 축제가 마케팅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한 곳에 관광객이 늘면 다른 곳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자연환경을 비롯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축제화 하는 것 같다. 겨울철에 일정한 간격으로 얼음 구멍을 내고 수많은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는 축제도 있는데 사진을 보면 진풍경이다. 그런데 이 물고기들은 자연 상태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 양식한 물고기를 풀어놓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재미로 이렇게 동물을 활용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고민해 봐야 한다.

  이 때문에 Z세대인 20대들 사이에서는 에코 여행이 선호하는 것 같다. 여행지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를 줍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등 자연을 생각하고 있다. 전주시에서도 2019년부터 동물원 야간 개장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간에 과잉경쟁을 하면서, 스펙터클한 대규모 축제가 늘어나고 있는데, 축제라는 것을 왜 하는지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나만 우리 동네만 잘살자고 하는 게 축제가 아닌데 말이다. 축제를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한다는 말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 된 것 같다. 한편으로 20대들은 미래의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을 하고 있기도 하다.

문: 앞에서 말한 축제의 원조 논쟁도 이런 과잉 경쟁에서 비롯된 것 같다.

답: 진주 남강 유등축제가 있다. 2013년에 진주의 남강 유등축제를 서울시가 베껴갔다고 진주시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또, 2012년에는 일본의 한 매체가 한국의 이런 연등 축제가 일본 아오모리현의 네부타 마쓰리를 베꼈다는 기사도 있다. ‘네부타[ねぶた]’는 나무, 대나무, 철로 무사인형에서부터 가부키나 신화 등의 명장면을 표현해서 틀을 만든 후 그 외부에 종이를 붙여 원하는 형태로 꾸미고 그 안에 등불을 밝혀 화려하게 만든 구조물을 말한다. 이것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후에 네부타 축제를 베껴 갔다고 주장했다. 이게 좀 말이 안 되는 게, 네부타 축제는 12세기 이전에 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6세기 중엽인 신라시대 진흥왕 때 불교행사인 팔관회와 함께 연등회가 열렸고, 인도에도 중국에도 이보다 먼저 연등회에 관련한 기록들이 있어서, 아시아 전역에서 오래전부터 있었던 행사였다.

 

원조 연등회?

시장이 1인 시위 2013년 진주의 남강유등축제를 서울시가 베껴갔다고 진주시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일이 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한 인터넷 매체가 한국의 연등회는 일본 아

sawlead.tistory.com

 

문: 오래전부터 있었던 문화인데, 왜 이런 원조 논쟁이 벌어질까?

답: 축제를 나누고 교류하는 행사로 생각하면 좋을 텐데, 관광이란 것과 만나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축제라는 것이 본래 공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관광이란 것과 만나서 산업화되면서, 축제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 같다. 사실 원조 논쟁은 특산품이나 음식점에서부터 먼저 시작했다. 그러다가 논개의 고향, 홍길동, 심청이, 콩쥐팥쥐, 또 백제의 서동과 같이 지역의 설화에 이런 논쟁에 옮겨가고 있다.

  세계 3대 식품이 있잖아요. 전주비빔밥, 햄버거, 피자. 그런데 전주비빔밥이 세계에 나가 잘 팔린다고 전주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니고, 햄버거가 많이 팔린다고 미국이 많이 버는 것도, 피자와 카푸치노가 많이 팔린다고 이탈리아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 

  축제는 나누고 교류한다는 지점에서 다시 생각했으면 한다. 지자체의 많은 축제들이 주민에 의해 자발적인 만들어지기보다는 특정 전문가에 의해 기획이 되고, 시민의 세금에 의해 만들어지다 보니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축제를 나눈다는 의미에서 생각을 해보면요. 공익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축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문: 고유한 문화를 상품화하면서 벌어지는 부작용 같다.

답: 사실 역사도 상품화에서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논개 아시죠? 임진왜란 때 왜장을 끌어안고 진주 남강에 투신해 순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2011년 기사인데요. 당시에 진주에서 제10회 논개제가 있었어요. 이때 진주 촉석루 앞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논개 순국 재현극이 있었고, 600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는데. 2m 높이에서 어린이가 왜장 인형을 끌어안고 아래에 있는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행사였습니다. 사진을 보면 어린 여자아이가 인형을 안고 공중에 붕 떠 있는 사진이다. 황당하지 않나요? 당시 이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자살 체험이다.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는데요. 당시 행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요. “논개의 순국 정신을 가르치고 진주가 충절의 도시임을 알리기 위해 6년 전부터 해온 행사다. 투신 체험이 아니라, 순국 체험이다, 체험 어린이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등 부모들도 좋아한다, 누리꾼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란 반응을 보이는데요.

논개가 왜장을 안고 몸을 던진 의암(진주시)

 

문: 황당한데, 이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답: 긍정적으로는 아마 그 체험을 한 학생은 평생을 논개를 잊지 않을 것 같다. 반대로 부정적으로는 이게 놀이가 되면서, 논개의 순국이 희화될 수 있다. 코미디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역사적 사건을 문화콘텐츠화할 때는 입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재미와 상품성을 따지다 보면, 역사적 사건이 본래 가진 의미가 온 데 간 데 없어지거나, 왜곡되거나, 이렇게 시시덕 거리는 기묘한 체험 행사로 둔갑할 수 있다. [월간 김창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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