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패션

2021. 7. 22. 21:00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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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어글리 패션? 무슨 뜻인가?

답: 어글리나 패션이나 둘 다 영어 단어인데요. 그대로 직역하면 못생긴 옷차림새 정도 될 것 같아요. 멋지게 입으려고 애쓰는데, 이건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차림새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요. 2019년 지면 기사 중에는 “어글리 슈즈 없어서 못 판다”라는 기사가 있었는데요. 못생긴 신발이란 뜻 정도 될 것 같은데 10대~20대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드레스나 정장에도 이런 운동화를 착용해서. 저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멋, 격식을 내기보다는 발이 편한 신발을 찾는 경향인데, 당연히 그 모습이 어색한 것도 있고, 한편으로 오래전에 생산된 운동화가 복고 바람을 타고 유행하면서 옛 모습 그대로 제작 판매가 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문: 실용적인 이유로도 어글리 패션이 유행하는 것 같네요?

답: 30년 전에 나왔던 디자인 그대로 재생산한 것이 유행하기도 했는데요. 오랜만에 보는 하얀 운동화였습니다. 디자인이 오래전에 나온 것이라 그런지 투박해 보이긴 했지만, 운동화가 참 편해 보였어요. 상표를 말할 수 없지만, 2019년 3월에 통계를 보니까, 220만 켤레가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인기를 수치로 실감할 수 있고, 유명 신발 제조사마다 이런 운동화를 하나씩 내놓고 있습니다. 

 

문: 어글리 패션이니까, 신발 말고도 다른 옷차림새에도 이런 특징이 나타날 것 같다.

답: 저는 바지를 왜 저렇게 입고 다닐까 했어요. 청바지 재단을 그냥 가위로 자른 듯이 실밥이 다 나온 모습으로 입는 거, 또 중고생이 아버지 양복을 몰래 입고 나온듯한 오버핏, 제가 7~8살 때나 유행했을 법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스웨터인데, 보면 촌스럽지만 엄마 직접 만들어줬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옷, 자수가 화려하게 들어간 옷도 있고요. 또 일부러 때를 묻힌 신발, 패션 소품이 유행을 하고 있는데, 어깨가 과장된 재킷, 다 낡아 떨어진 슬리퍼, 또 허리에 차는 가방 있잖아요. 이것도 유행을 했어요. 한 마디로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어딘가 모르게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정들어 보인다고나 할까요?

 

문: 예를 든다면?

답: 원피스를 예쁘게 입었으니까, 이게 맞게 구두를 신어야 할 것 같은데, 앞에서 말한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있거나, 또는 청바지에 원피스를 입기도 하고요. 정장을 멋지게 입어서 코트를 입어야 할 것 같은데, 그 위에 점퍼를 입고, 야구 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고 있다던지, 샌들에 두껍고 긴 면양발을 신고 있기도 한데, 익숙한 차림새이면서도 익숙해 보이지 않는 그런 모습니다. 제가 20대 때 그렇게 입고 다녔으면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불렸을 것 같아요. 자주 보다 보니까, 요즘 이뻐 보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어글리 패션의 유형을 게토 룩, 마운틴 룩, 대디 룩, 어글리 슈즈로 나누고 있습니다.

 

문: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가?

답: 어글리 슈즈는 설명이 된 거 같아요. 게토 룩에서 룩은 look이고요. 패션 스타일마다 이런 룩을 붙이는데요.  ghetto는 예전에, 유대인들이 모여 살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은 거주 지역 또는 미국에서, 흑인 또는 소수 민족이 사는 빈민가라는 뜻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게토 룩을 검색해 보시면 모자가 달린 검은색 점퍼, 후드티가 나오고 또 하나는 러닝셔츠가 나와요. 이런 차림새는 없는 배 나온 아재가 입으면 정말 없어 보이지만, 남성미가 있는 사람이 입으면 멋있죠.

  2016년에 리한나라는 디자이너가 이런 게토 스타일의 옷을 선보였는데요. 기사 제목이 패션 쓰레기하고 옆에 물음표가 달린 기사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이런 게토 룩으로 패션 트렌드에 영향을 준 디자이너가 바잘리아입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패션은 거리에서 입을 수 있게 만든 것이지 레드카펫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기존 패션쇼에 대해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용적이어야 한다 그런 말인 것 같기도 하죠.

Colombia, ghetto

문: 다음으로 마운틴 룩은 등산복인가?

답: 게토 룩이나 마운틴 룩이나 국내에 정식으로 아직 번역된 것 같지는 않아요. 인터넷에서 마운틴 룩을 검색해 보면, 방수가 되는 점퍼가 나옵니다. 사실 이런 등산복 차림은 유행한 지 꽤 된 거 같습니다. 2003년 파이낸셜 뉴스 중에 듀얼복이 뜬다라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알뜰 소비심리에 따라 평상복과 겸용으로 입을 수 있는 등산의류 수요가 늘고 있다.(중략) 레저활동을 비롯해 일상생활, 출퇴근 시에도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최근에는 40∼50대 중장년 층에게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문: 역시 실용성을 말하고 있는데, 대디 룩은 무언가요?

답: 대디 룩은 아재 룩 아재 패션이라고도 부르는데, 자신의 사이즈보다 크게 오버핏 재킷을 입는 경향입니다. 이것도 꽤 된 거 같아요. 제가 TV에서 본 기억으로 1990년에 「사랑일 뿐야」, 입영열차」를 부른 가수 김민우 씨가 마치 아버지의 양복을 빌려 입고 온 듯한 모습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영국에 키코 코스타디노프라는 디자이너가 있는데요. “자신의 SNS 계정에 청소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노인을 비롯한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을 게시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디자이너인데요. 2018년에 서울 동묘 근처의 황학동 번개시장을 방문했는데 한국 아저씨들의 패션을 보고 최고의 거리라는 태그를 달았다. 이후에 자신의 컬렉션에서 아재 패션이 반영된 대디 룩을 선보였다. 전통시장의 아재 패션, 작업복을 수준 높은 디테일과 커팅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디자인으로 발전시켰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인터넷 방송 스타 박막레 할머니의 패션도 미국 패션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죠.

황학동, 풍물시장 서던 날(도화도주, 2017)

 

문: 어글리 패션이 유행하는 이유가 있다면?

답: 뭐 그냥 한 때의 유행이란 말도 있고, 멋지게 격식에 맞게 잘 차려입는 것도 중요한데, 편하게 입는 것도 중요하다란 생각도 반영된 거 같습니다.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실용성과 편리함을 극한으로 추구하는 것이 어글리 패션이라고 하는데, “취향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패션에 아름다움의 기준 역시 다를 수 있다는 의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유행하는 이유로 “기존 패션에 대한 반항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값비싼 소재를 사용한 까다로운 제작과정과 흉내 내기 어려운 디자인 등에 대한 거부감, 반항에서 이런 어글리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것을 보다 보니까 누군가의 패션이라고 따라 할 게 아니라, 아재 패션, 박말레 할머니 사례처럼 우리 스스로 패션에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습니다. [월간 김창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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