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23. 10:05ㆍ문화
뉴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를 합친 신조어인데요.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합니다. 2018년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4050 세대보다 1020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는데, 바로 이 10대 20대의 대중문화 소비, 향유 경향을 말합니다. 복고풍이 유행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무엇이 다를까요? 1990년 후반에는 모즈룩이라고 해서 1960년대 비틀스가 입던 옷 스타일이 유행을 하기도 했고, 『논어』에도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안다.)이란 말이 있는 것을 보면 공자님이 살던 시대에도 복고풍이 유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연암 박지원은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이란 말을 쓰기도 했는데, 지금 10대와 20대 사이에서는 유행하는 뉴트로는 이것들과 무엇이 다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추억 팔이, 옛 것에 대해 그리움을 추억하고 소비하면 복고풍이고 경험하지 못한 옛 것에서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면 뉴트로라고 구분하는 것 같아요. 복고풍을 소비하는 것은 중장년층이고 뉴트로를 소비하는 층은 10대와 20대라고 나누고 있습니다. 추억을 파는 게 아니라, 그런 추억이 없는 세대에게 옛 것의 그 어떤 아름다운 면을 부각하고 재해석한 것. 예를 들면 겉모습은 옛 물건 같은데, 기능은 최첨단인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뉴트로는 생활의 한 부분이 아니라, 전반적인 면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 어떤 상품들이 있을까요?
답: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전자 손목시계가 유행하기도 하는데요. 어떤 회사는 자신들의 처음 내놓았던 시계를 그대로 복각해서 내놓았는데, 겉은 복고인데, 속은 최신형 전자기기로 넣어 놨고요. 여기에 모델명 옆에 헤리티지(heritage)라고 써 놓기도 하는데요. 전자제품이 아니라, 문화재다. 이 말이죠. 일종의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시계뿐만 아니라, 오래된 제품을 복각한 콘덴서 마이크도 그런 제품을 본 적이 있다. 기능은 최첨단인데, 60년대 나온 것을 복각해서, 클래식한 분위기를 내면서, 장인의 혼이 담겨 있다는 말을 하는 듯합니다. 컴퓨터 키보드를 타자기처럼 디자인한 제품도 있고요. 기계식 키보드라 누를 때마다 소리가 나서 주변에서 좀 미안하지만, 경쾌한 소리를 내서, 자판을 두들기는 맛이 있다고 하네요. 이런 식으로 음료, 식품, 패션, 가구, 주방식기 등에서 뉴트로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문화재급”이란 전략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과거 오락실에서 하던 추억의 게임들이 다시 출시되고 있기도 합니다. 30년 전에 출시되었던 가정용 게임기가 복각되어 출시되기도 했고요. 출시 한 달 만에 전 세계에 200만 대가 팔렸는데, 역시 “소비자들에게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소장할 수 있는 기회다.” 이런 인식을 주어서 많이 팔린 거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겉은 예전과 같은데 속은 요즘 기술이 들어가 있어서, 호응이 좋았습니다.
1970년대 초반에 출시되었던 과자, 80년대 인기를 누렸던 과일 음료가 당시 디자인 그대로 재등장하기도 해서 2018년에 편의점 판매 1, 2위라는 인기를 끌었고, 패션 업계에서도 70년대에 생산된 옷이나 신발을 다시 출시했습니다. 이들 제품의 특징이 로고를 아주 크게 박아 놓았는데, 이 브랜드가 역사를 가진 헤리티지다. 그런 뜻의 마케팅인 것 같습니다. 즉, 자신들만의 독창성과 전통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 역시 이런 뉴트로 유행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뉴트로는 지역문화와 만나 특화된 공간을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이게 진짜 뉴트로 같습니다. 백화점이 아니라, 골목길에 있는 오래된 인쇄소, 공구방, 음식점 들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멀리 갈 것 없이 전주 객리단길의 명조체로 쓰인 경양식집 간판, 레스토랑이나 카페라는 영문 표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음식점에 들어가면 실내장식이나 식기들도 복고풍인데요. 예전 다방에서나 봄직한 엽차 잔이 있고, 유리컵에는 1980년대나 90년에 음료회사에서 사은품으로 주던 것들인데, 예전에는 유행이 지났다고 또는 촌스럽다고 버린 것들인데, 요즘은 상당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주한옥마을에 가시면 한복을 입고 산책하시는 분을 쉽게 보실 수 있는데, 요즘은 1930년대에 유행했을 법한 여성 양장, 망사가 달린 모자, 남성은 체크무늬 양복에 신사모를 쓰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50~60년대에 유행했다는 벨벳 옷, 비로드라고 하죠. 또 70~80년대 교복을 입고 다니는 분도 있고요. 팔에 선도부라고 완장을 딱 차고 다니는 풍경도 볼 수 있어서. 전주한옥마을은 조선시대와 20세기, 21세기 600년이 모두 살아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요즘 진풍경은 10대, 20대 초반 남성들이 여성 한복을 입는 게 유행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최신 유행은 전주한옥마을에서 만날 수 있고, 10대와 20대의 이런 모습을 일탈, 장난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문화의 발신, 창출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전주에 와서 새로운 문화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문: 뉴트로가 왜 유행하는가?
답: 요즘은 모든 곳이 체인점화되어서 단골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돈을 써도 우리 동네에서 쓰고 우리 지역에서 소비를 했다. 그 안에는 그렇게 사용한 돈이 돌고 돌아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서로 돕는다는 의미가 있었죠. 요즘은 대부분 체인점화되다 보니 단골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대신 정량화된 쿠폰을 줍니다. 체인점은 정량에 맛도 거의 동일해서 규격화된 편리함이 있습니다. 어디 출장을 가서 식당 고르기가 어려우면, 그냥 체인점에 들어가면 간편하죠.
최근에 이런 복고풍 또는 문화재급의 상점, 식당들이 유행하는 것은 여행을 가서까지 우리 동네에도 있는 똑같은 맛의 체인점 커피나 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고, 이런 오래된 식당, 빵집, 찻집에 가면, 가격은 비싸도 장인 정신을 가진 주인들의 독특하고 맛 좋은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새로운 추억,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가게들은 몇십 년을 그대로 그 자리에서 운영하며, 소중한 기억과 함께 그대로 남겨져 있습니다. 이런 기억과 관련해서 요즘은 흑백 사진점이 유행을 하고 있고, 여행을 가서 연인과 가족, 친구와 함께 소중한 기억을 남기고 있는데요. 이걸 그냥 사진이라고 하지 않고 앞에 인생이란 말을 붙여서, 인생 사진이라고 하는데, 자기 인생에 기억되고 남을만한 사진이다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인생이란 말이 사진에만 붙는 게 아니라, 자신이 소비한 것, 구입한 것 중에 기억에 남을만한 것에 붙이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을 보면 대중들은 의미 있는 또는 나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소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소비가 아니라, 인생이란 말을 붙여서 신중한 소비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의 장인들을 알아보고 구매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구성하면서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이 세대들의 특징이, Y세대는 1981~1995년 출생자로 욜로 라이프. 예스 세대(매사에 참여적),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고요. Z세대는 1995년 이후 출생자로 윤리적 소비, 사회 환원 기여와 환경문제 관심이 많은 것이 특징인데요. 이들의 특징이 대중문화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1990년대 출생한 세대는 2008년 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하는 촛불집회에 가장 먼저 촛불을 들었던 당시 10대들인데요. 이 세대를 촛불세대라고도 부릅니다. 촛불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점은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인데요. 촛불세대에게 민주주의는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라고 말하는데요.
오래된 것에서 가치를 찾고 있고 사람이 손수 만든 상품의 가치를 알고 소비하고 있습니다. 앞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문화재급 상품을 발굴하고 소비하면서, 단순히 그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만들고 있는데요. 그 안에 삶을 향유하는 가치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전주는 이것을 뉴트로라고 하지 않고, 미래유산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월간 김창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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