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와 아지노모도

2021. 11. 3. 16:48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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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인류무형문화유산

  지는 김치의 방언이다. 2013년 12월 아제르바이잔에서 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는 김치가 한국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 오는 음식이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음식이라는 점, 김장을 통해서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해외 한인들 역시 김치와 김장문화를 지켜나가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했다.

  어렸을 때 김장이 끝나면 김치를 들고 이웃집에 심부름 갔던 것, 장독을 땅에 묻고 저장해서 한 겨울에 꺼내온 김치를 맛있게 먹던 기억이 있다. 1970년대에는 직장에서 김장보너스를 주기도 했다. 요즘은 가족해체 시대에 식구들이 모두 참여하는 김장문화 진작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김장 유급휴가를 주자는 의견도 있지만 동시에 농가에서는 중국산 김치 침범에 속수무책이어서, 한숨이 깊다는 신문기사를 볼 수 있다.

  김치, 김장문화와 함께 일본은 와쇼쿠(和食)라고 불리는 전통음식, 중국은 주산, 주판셈 지식과 활용에 대한 등재 권고를 받았다. 한중일 삼국이 오래전부터 문화교류를 해오던 인접 국가이기 때문에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놓고 갈등이 있었다. 김치를 통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겠다. 유네스코에서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호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간단하게 특징을 정리해 보면 크게 ‘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으로 나누어진다. 각각의 정의는 꽤 길지만 등재되어 있는 문화유산으로 설명을 하면 쉽다.

  세계기록유산에는 대표적으로 조선왕조실록, 동의보감, 난중일기가 등재되어 있다. 최근에는 유력한 등재 후보로 KBS 영상기록물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거론되고 있다. 세계유산에는 ‘석굴암과 불국사’, ‘고창의 고인돌 유적’ 등이 등재되어 있고 우리 지역에서는 ‘칠보의 무성서원’이 등재되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에는 ‘판소리’, ‘강릉단오제’ 등이 등재되어 있고 최근에는 ‘아리랑’이 등재되었다. ‘줄다리기’는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와 공동 등재를 할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다.

 

조선의 명물 불로초

  2003년에는 ‘한국사람이 사스에 걸리지 않는 것이 김치를 즐겨 먹기 때문’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중국에서는 김치 열풍이 불었고, 미셜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영부인이 직접 담근 김치 사진을 레시피와 함께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건강전문지 『헬스』가 2006년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음식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 김치는 52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국제 음식이다.

오이김치(2013)

  1931년 2월 27일 자에 다음과 같은 신문 기사가 있다.

“조선의 명물 ‘김치’가 경성서 비행기를 타고 동경을 여행하게 되었다. 27일 동경에서 개회하는 이왕가 연회에 조선의 명물 ‘김치’가 꼭 필요하다고 하여 경성 이왕직에서는 25일 아침 동경을 향하는 비행기 편에 김치 육 관(22.5kg) 가령을 수송하였다”

  1931년 11월에 ‘김치는 불로초’라는 제목의 기사가 두 차례에 걸쳐 연재가 되는데 김치의 효능, 유산균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널리 알려진다.

  1923년 1월에 이왕직 전선과, 궁정의 식사 맡던 곳인데, 전선과의 이익환이란 분의 인터뷰가 있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궁정 요리사다. 요즘 중국산 김치 양념 속 때문에 문제라는데 당시 우리 음식의 핵심을 말한다. “자랑할 조선 양념, 개량보다 원상회복이 급하다” 1931년 11월 15일 자 신문에는 ‘세계적 조선 김치’라는 광고가 있다. 김치 선전 같지만 “세계적 조선 김치도 ‘아지노모도(味の素)’로 더한층 맛있게 한다”라는 광고다. 일본이 발견해서 전 세계인의 입맛을 바꿔놓은 조미료 즉 MSG 광고다. 광고 옆에는 왕실에 식품을 조달한다는 글귀도 보인다.

 

망발은 아니오

  1931년 11월 신문기사를 보면 김장철이 다가옴에 따라 각 지역별 김장법에 대한 연재 되었다. 그 첫 번째가 전라도다. 제목이 “내 고향의 자랑거리 전라도 ‘지’ 담그는 법”이다.

“재료: 며루치젓, 배차, 무채, 배, 밤, 낙지, 조기젓, 소고기, 생전복, 깨소금, 찹쌀가루,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잣, 청각 등이고 다른 양념 준비는 모든 것이 경성이나 다른 데서 하는 것과 같으니. ‘지’에서 좀 다른 것은 무채 대신 배와 밤을 많이 넣는 것이오, 깨소금과 찹쌀 풀을 넣고 소고기와 낙지가 들어가는 것이 좀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소고기와 깨소금은 아니 넣으신대도 망발은 아닙니다(무방하다)” 

  김치 양념 속에 대한 특징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각 지역별로 김치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산 양념

  김치는 52개국으로 수출하는 국제 음식이지만 국내 김치 시장 상당 부분을 중국산이 장악하고 있다. 수입 김치의 99.9%는 중국산이고, 중국산 김치 양념 속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치 무역수지 현황을 보면 2009년을 제외하고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년 1억 달러(1,000억 원) 어치 안팎의 김치가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 그나마 일본으로 수출하는 국내산 김치 덕택에 김치의 국제수지 적자를 줄이고 있지만, 2013년 8월 현재 중국으로 단 포기의 김치도 수출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중국이 한국 김치에 대한 국제식품규격 대신에 2013년부터 중국 국내 규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이 중국 전통절임채소인 ‘파오차이’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파오차이는 끓는 물에 삶지만, 김치는 발열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기준을 통과할 수 없다.

 

김치의 브랜드화

  유네스코에 김치를 등재했다고 중국에게 김치를 만들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문제다. 피자를 이탈리아에서만 만들어 팔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2001년에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Kimchi로 김치의 영문표기를 정했지만 한자 이름은 아직 없다. 중국의 전통절임채소인 파오차이와 구분하기 위해 김치에 한자 이름을 지어주자는 의견이 있다. 쇠금에 진기할 기자를 합쳐서 중국어로 진치, 또는 김치의 옛 이름인 딤치와 비슷한 음을 내기 위해서 맑을 정자와 기자를 합쳐서 중국어로 징치, 또 매울 신자와 기자를 합쳐서 중국어로 신치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중국에서 유통하는 김치제품 포장에는 한국어로 김치와 중국의 전통절임채소를 뜻하는 파오차이가 적혀있는데 이렇게 김치의 한자 이름을 만들어 주는 것은 김치에 일종의 브랜드를 만들어주자는 의도다. [월간 김창주,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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