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6. 11:08ㆍ문화
문: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작품 진위 논란에 이어서, 이우환 화백의 작품 진위 논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 논란의 다른 점이 있습니다. 천경자 화백은 이건 내가 그런 것이 아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에요. 위작자가 잡혔는데, 정작 이우환 화백은 '전부 진품이 맞다'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요? 천경자 화백은 “내 작품도 못 알아 보겠냐!”라는 말을 하셨죠.
답: 이번에도 말은 같아요. 이우환 화백 역시 “내 작품도 못 알아보겠냐”라고 하면서 저건 진짜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우환 화백은 2016년 인터뷰에서 “13점의 그림들은 저만의 호흡, 리듬과 색채 쓰는 방법, 작가인 제가 눈으로 확인한 바 틀림없는 제 그림”이라고 말했어요.
문: 가짜를 가짜로 볼 수 없고, 진짜를 진짜로 구분할 수 없는 세상 속에 살고 있네요. 누구 말이 맞는지 알아보기 전에 이우환 화백이 어떤 작품 활동을 했는지 알고 싶네요.
답: 이우환 화백은 1936년 경남 함안군 출생이고, 미술운동인 모노파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양사상으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극복해서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2000년~2011년까지 아트옥션 낙찰가 100위에서 낙찰작품수 60점, 낙찰총액은 309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문: 누가 들어도 대한민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화가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어려운 말들이 있네요. 모노파? 미니멀리즘은 뭔가요?
답: 저도 이번에 공부해서 알았어요. 모노파는 인상파, 야수파 하듯이 미술사조를 말하는데, 모노는 한자로 사물 할 때 그 물인데,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등 자본주의 사회에 있는 그냥 계속 만들면 된다라는 그런 가치관에 대한 거부를 표현한 것입니다.
문: 그래도 어렵다. 미니멀리즘은 뭔가?
답: 아마 설명을 듣는 것보다 작품을 보며 느끼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미니멀리즘은 사전에는 되도록 소수의 단순한 요소로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 미술과 건축분야에서 일어난 예술운동이라고 쓰여 있어요. 작품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되실 거예요.
문: 현대 자본주의 사회 가치관의 거부와 동양사상으로 작품의 한계를 확장했다는 말씀으로 일단 정리를 하고요, 다시 본론으로 가서, 작품이 가짜라고 보는 증거는 무엇인가?
답: 국제미술과학연구소에서는 감정을 했는데요. 그림틀이 새 틀처럼 또 새 천을 헌 천처럼 만들어서 그림을 그린 것,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한 거죠. 또 덧칠 흔적, 캔버스에 나타나는 과도한 철분 함량의 차이도 유력한 위작의 증거라는 입장입니다.
문: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는 말인데, 작가가 진품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답: 언론에서는 진품이라고 말하는 그 이면을 두 가지 정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도의적 책임 문제, 또 하나는 주요 화랑들이 겪게 될 배상 문제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문: 위조범이 잡힌 상황에서 진품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는 말씀인데, 도의적 책임은 무언가?
답: 2013년에 감정협회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감정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해요. 이후가 작가가 직접 작가 확인서를 발급을 했는데, 만약에 확인서를 발급한 작품에서 위작이 나온다면 작가 스스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문: 실수로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어쨌든 추측일 뿐이고요. 배상 문제는 무엇인가요?
답: 경찰에 붙잡힌 위작 조직은 2013년에 모두 55점을 모사했다고 진술했지만 미술계는 유통된 이 화백의 위작 그림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판매한 화랑들은 적게는 수십억 원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문: 이런 문제 때문에 아마도 진품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결국 위작 논란이 계속되면 작가에게 도의적 책임을 묻거나, 화랑들에게 배상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게 되는데, 최근 경찰에서는 예술가적 양심이 아니라 배후세력과 협의한 결과로 보고 이 화백 작품을 유통한 대형 갤러리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문: 그러니까 경찰에서는 화랑과의 관계 때문에 진품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고 있군요.
답: 경찰에서는 작가는 물론 진품 주장을 사주하는 사람까지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화백을 둘러싼 위작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이 화백은 현재 객관적 증거 확보를 위해 경찰이 위작이라고 지목한 작품이 포함된 도록을 찾겠다며 일본으로 출국했습니다(2016년 현재).
문: 도록에서 작품을 찾아내면 작가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확실한 자료가 되겠군요.
답: 기록의 중요성을 여기서도 알 수 있는데요. 이우환 화백이 꼭 일본에서 도록을 찾아와서 작가의 양심, 진실이 밝혀졌으면 합니다.
문: 기록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 진위 논란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답: 프랑스에서는 1981년 마르쿠스 시행령 이후 위작 유통 문제가 크게 개선했는데,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작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서 작품 거래의 신뢰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문: 법적인 제도인 듯한데 예를 들어 어떤 내용인가?
답: 예를 들어 작품을 사고팔 때 작품 거래 이력, 영수증, 진품 확인서를 고객에게 건네주어야 하고 이를 어기면 법적 제재를 받이요. 작품 거래 이력에는 판매자, 구매자, 가격정보 등의 작품 내역이 담겨 있어서 진위를 가릴 때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문: 위작을 만들면 아무런 이력을 갖지 못하겠군요.
답: 판매자와 구매자를 밝힘으로써 작품의 소유주를 추적해 볼 수 있다. 이번에도 작품 거래 이력제가 있었으면 이런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작품도 위조하는 세상인데 작품 거래 이력도 위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답: 그래서 전문가들은 작가의 작품은 전체를 담은 전작도록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요. 한 작가의 작품을 연대순으로 나열하고 매체, 크기 출처 연보, 참고 문서, 전시 기록이나 작품상태 등을 기록하는 것이 진위를 가릴 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문: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고 지금이라도 작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답: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는 국가미술품감정연구원 설립, 공인 감정사 제도, 미술품 유통 전산망 가입, 위작자와 유통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월간 김창주,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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