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나무의 진실

2021. 12. 10. 13:11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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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문: 벚나무의 기원이라, 벚나무가 어느 나라에서 왔나 그 이야기인가요?

답: 네. 벚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식물군으로 전 세계 300~400여 종이 있어요. 이중 왕벚나무는 일본과 한국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데, 벚꽃놀이할 때 보는 품종이 이 왕벚나무입니다. 왕벚나무가 어느 나라가 원산지인가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문: 그런데 원산지가 왜 문제가 되는 거죠? 그냥 꽃구경하면 되지?

답: 문제가 간단치 않아요. 벚꽃놀이는 일제강점기 직전에 일본인들이 서울에 왕벚나무를 들여오면서 시작하는데요. 인류학자 오누키는 일본 제국이라는 상징적 도장을 찍는 행위였다고 말해요. 벚꽃놀이가 시작될 때마다 벚나무의 원산지는 우리나라 제주도라는 논쟁이 시작되지요.

 

문: 일본에서는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겠네요.

답: 그렇죠. 일본 학자들은 일본의 왕벚나무와 제주도의 야생 왕벚나무는 별개의 분류군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원산지가 아니라는 말이죠.

 

문: 과학적으로 풀면 될 것 같은데, 이게 논쟁거리가 되나요?

답: 한국과 일본에서 다른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 있는데요. 과학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정치, 외교, 사회, 역사와 문화적 문제가 결합되어 있어서요. 기원에 대한 한국과 일본 학자의 논쟁을 추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문: 추적해 보죠, 언제부터 논쟁이 시작되었나요?

답: 왕벚나무는 1901년 도쿄제국대학의 마쓰무라가 학계가 처음 보고하는데, 원산지는 밝혀내지 못하다가, 1908년 제주도에서 활동하던 프랑스인 타케 신부가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벚나무 발견합니다. 이걸 받은 독일 식물분류학자 쾨네가 1912년 왕벚나무 변종으로 보고합니다.

 

문: 일본과 비슷한 벚나무가 제주도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네요.

답: 그렇죠. 이것을 다시 일본에서 활동하던 포리 신부가 받는데, 1912년 고이즈미가 이것을 보고 왕벚나무가 제주도에서 기원했다는 설을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1913년에는 한반도 식물의 최고 권위자 나카이가 신혼여행 겸 채집 여행으로 제주도에 방문하는데요.

(AnRo0002, 2015)

 

문: 나카이는 뭐라고 합니까?

답: 제주도의 자생 왕벚나무를 보고 일본의 변종이 아니다. 일본에서 재배하는 왕벚나무와 다르다고 보고 원산지 불명이라고 말합니다. 1915년에 하버드대학의 윌슨은 왕벚나무는 오오시마 벚나무와 올벚나무의 잡종으로 보인다고 주장해서, 왕벚나무의 잡종 기원설이 등장합니다.

 

문: 제주도에 비슷한 벚나무가 있긴 한 데 관련이 없다. 이 말인데, 왜 오락가락하죠?

답: 당시에는 이 윌슨의 주장이 별로 조명을 받지 못해요. 또 제주도에 자생 왕벚나무가 있음에도 원산지라고 확답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당시 발견된 나무가 한 그루였고,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어떻게 전파가 되었는지 밝혀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문: 이후에 원산지 논의는 어떻게 되나요?

답: 1929년 조선총독부 임업 기사 이시도야가 제주도를 방문해서 야생 벚나무를 보고 일본 재배 식물 중 중국과 조선에서 건너온 식물이 많기 때문에 제주도의 야생 벚나무가 일본으로 전파된 것은 타당한 추정이라고 밝혀요.

 

문: 다시 또 제주도가 원산지라고 말하네요.

답: 1932년 고이즈미는 제주도를 방문 야생 왕벚나무를 추가로 발견해서, 원산지가 제주도임을 다시 한번 발표합니다.

 

문: 그런데 아까처럼 일본에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밝혔나요?

답: 일본으로의 전파 과정에 대해서도 도쿠가와 시대 선원들이 제주도에서 왕벚나무의 종자를 구해 진상했고, 이것이 일본 재배종 왕벚나무의 기원이 되었다고 추정을 합니다. 아마도 문헌적 근거가 있었다기보다는 상상력에 가깝습니다.

 

문: 어쨌든 제주도가 원산지라는 설이 강화되었군요.

답: 그렇죠. 1933년 경성제국대학 예과의 모리는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로 재확인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워싱턴을 비롯 세계에 퍼져있는 왕벚나무가 우리나라의 국위를 신장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제주도는 10여 종 이상의 벚나무가 서식하고 있어, 벚나무 연구의 절호의 장소”라고 말하죠.

 

문: 일본 사람 말이니까, 여기서 우리나라는 일본을 말하죠?

답: 그렇죠. 당시에는 제주도도 자기네 나라로 생각을 했으니까요? 이후에 왕벚나무의 제주 원산 학설은 학계에서는 논란이 있었지만, 대체로 인정되는 분위기가 조성이 됩니다. 그런데 왕벚나무의 제주도 기원설에 대한 일본 내 시각은 해방이 되고 나서 크게 변합니다.

 

문: 어떻게 변했나?

답: 일본 학자들은 일제강점기에는 유사점을 부각하고, 해방 후에는 차이점을 부각해요.

 

문: 이제 자기가 지배하던 나라가 아니니까 학설도 변했나 보군요.

답: 이때부터 일본의 왕벚나무는 원예가의 노력으로 접붙이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윌슨의 잡종설이 다시 조명받고, 1950년대 일본의 식물도감에는 제주도의 왕벚나무는 다른 종이라고 기술합니다. 1970년대에는 제주도 기원설은 아예 언급도 되지 않습니다.

 

문: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되었나?

답: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기원설이 더욱 각광을 받게 돼요. 1962년 한라산식물조사단이 새로운 자생 왕벚나무를 발견하고, 1965년에는 해남에서도 왕벚나무 자생종이 발견되면서 제주도가 자생 왕벚나무의 기원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됩니다.

 

문: 그러니까 우리나라와 일본이 벚나무 하나를 두고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군요.

답: 그렇죠. 왕벚나무가 접붙이기를 한 잡종이냐 제주도의 자생종이냐는 현재도 논란인데요. 정리하면 일본의 왕벚나무와 제주의 왕벚나무가 다른 종이라는 설과 제주도의 왕벚나무에서 일본의 벚나무가 나왔다는 설로 나눠지는 거죠. 이것이 혼재되어 식물도감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문: 이게 그렇게 구분하기 어렵나요?

답: 2007년 한국에서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서 제주도와 일본의 벚나무는 별개의 분류군일 가능성을 제시했는데요. 같은 결과를 두고 해석의 관점에 따라 다시 제주도 기원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문: 하나의 실험을 두고 해석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나?

답: 그 이유는 제주도의 자생 왕벚나무가 일본과 미국의 왕벚나무에서 나오는 특징적인 유전형질을 모든 갖추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연구 결과를 일본에서는 연구 샘플 채취 등의 문제를 제기해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 진실과 무관하게 과학을 이용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답: 벚나무에는 이율배반적 시선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식민지배라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이미지와 원래 우리 것이란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어요. 제주도가 원산이라는 과학적 발견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을 수 있었지만, 과학을 이용한 것이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 과학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군요.

답: 당연하죠. 어쨌든 벚나무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깨달음을 줍니다. 시민들 역시 이 지점을 통찰하고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과학적 연구가 문화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원을 따지는 문제는 과학적 학문적이라기보다는 권력이 작용하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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