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와 오손공주

  중국 수나라의 구부기 중 구자악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구자기는 지금의 중앙아시아 타클라마칸 사막(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란 뜻) 북쪽에 있던 구자의 춤곡인데요. 구자악은 중국 소수민족의 음악입니다. 구자악이 중요한 이유는 외국의 음악 대부분이 구자국을 통해 중국에 들어와서, 서역과 중국 사이에 교량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악기 중에 하나가 비파입니다.

문: 어떤 음악들이 교류가 되었나요?

답: 한나라 때 중국과 서역 간에 음악의 교류가 시작됩니다. 서역이라는 말은 『한서(漢書)』에서 처음으로 나옵니다. 동(東) 투르키스탄의 타림분지에 산재해 있던 오아시스 도시국가들을 지칭해서 ‘서역 36국’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뒤 서역을 뜻하는 지역 범위가 확대되어서, 서(西) 투르키스탄·서아시아·소아시아, 때로는 인도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현재는 일반적으로 중앙아시아, 특히 동투르키스탄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서역과의 음악 교류는 수나라 당나라 시대에 전성기를 이룹니다. 이때의 악곡들이 송나라 시대까지 이어져서 ‘구곡신사’, 즉, 옛 악곡에 가사를 새로 바꿔 연주가 됩니다. 중국 고유의 음악은 종성 위주의 아악이었는데요. 구부악과 십부악을 두면서, 다른 나라 음악(호악)에 밀려서 종묘제사 때나 선을 보이는 특수악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문: 구자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답: 구자악은 북주 무제 이후에 장안에 유입된 후 독특한 음률로 인해 급속히 전파됩니다. 수 개황 시대에는 장안의 골목마다 구자악이 끊이는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 구자음률은 구자의 고유한 것이라기보다는 인도나 페르시아, 아랍(이집트) 음악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고, 이런 의미에서 구자악이 중국악을 비롯한 동양악과 서양악 간의 가교 역할을 합니다. 구자악은 악사 20명과 악기 15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수공후, 비파, 오현, 생, 적, 소, 필률, 갈고, 요고, 답랍고, 모원고, 도담고, 계루고, 동발, 패)

문: 구자악에서 비파는 어떤 악기였나요?

답: 비파 음악은 남북조(386~589) 시대에 구자(龜玆)에서 전래된 것인데 이 시대에 중국의 외래 문물을 많이 받아들였고, 개방적이었습니다. 구자의 비파 연주자가 6세기 중국 음악에 5단과 7조를 전파합니다. 5단은 중국의 전통 음계와 비슷하고, 7조는 중국의 전통 조성과 비슷합니다. 구자의 7조 이름이나 어휘를 연구해 보면, 이 음악이 인도 음악과 관계가 있거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음계가 비파 음악뿐 아니라, 중국 음악에 큰 자극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파 음악은 주로 궁중에서 연향 음악으로 사용했습니다.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야만적이고 천하게 생각했지만, 후에 비파 음악에 대한 평가는 중국 왕조와 시대마다 다릅니다. 점점 음악적 기교가 발달하고, 비파 음악이 중국의 전통 음악을 자극하면서, 비파 음악이 중국 음악 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됩니다. 비파 음악은 연향과 관계가 깊었기 때문에 대부분 표제적이고, 기교가 요구되는 곡이 많아서, 보통 자연 현상이나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는 소재가 많습니다. 비파 음악은 예전에 중국의 남과 북의 두 파가 있었는데, 기교와 음악 내용이 서로 달라서, 북파는 독주 형태를 중요하게 여겼고, 남파는 합주 음악을 더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 비파가 후에 한국과 일본에도 전파가 됩니다.

문: 구자는 현재 어느 나라인가요?

답: 지금의 중국 신강 위구르 자치구 고차(庫車, Kucha, 쿠처)현에 있는 도시입니다. 중앙아시아의 타림분지 북쪽, 톈산산맥[天山山脈]의 남쪽 중앙부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입니다. 한(漢) 나라 때부터 중계무역으로 번성합니다. 『한서(漢書)』 「서역전(西域傳)」에 따르면, 구자국(龜玆國)은 서역북도 최대의 오아시스로, 금속과 석탄의 산출도 왕성했다고 전해집니다. 2세기 이후에 구자국은 중원의 정치적 혼란으로 정치군사적 간섭에서 벗어나서, 서역의 5대국 중의 하나로 동서교역을 통해 번영을 이룩합니다. 당나라는 648년에 안서도호부(安西都護府)를 지금의 쿠처로 옮겨서 타림분지 경영의 중요한 거점으로 삼았습니다. 쿠처 지역에는 현재 쿠처 고성, 스바시 고성,한나라의 봉화대, 키질석굴사원 등이 유명한데 이 석굴들이 후에 중국의 둔황(敦煌)·윈강(雲崗) 석굴의 모태가 됩니다. 특히 쿠처의 키질석굴사원 내부에 장식되어 있는 벽화에는 서방적 ·인도적인 요소가 잘 나타나 있어, 미술사적으로나 문화사적으로 중요합니다.

타클라마칸 사막(Pravit, 2008)

문: 사막도 나오고 오아시스도 나오고, 어딘지 멀고 외로운 곳 같아요?

답: 얼마나 외롭고 먼 곳인지, 오손공주의 이야기가 있어요. 한 무제의 딸로 위장해서, 오손에 시집 간 강도왕의 딸 세군을 일컫는 말인데,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된 슬픈 운명의 연인을 말합니다. 출전은  『한서(漢書)』 「서역전(西域傳)」입니다. 오손은 전한 때의 서역 지방에 할거하던, 투르크계의 유목민족입니다. 북방 몽골에 자리 잡고 있었던, 흉노가 오손보다 훨씬 더 강대해서 자주 한나라를 침범했기 때문에 무제는 흉노를 막기 위해 오손에 사신을 보내 동맹을 맺어요. 10년 후 동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무제의 형 강도왕의 딸인 세군(細君)을 무제의 딸이라 속여 늙은 오손의 왕에게 시집보냅니다. 그 후에 흉노는 한나라와 오손의 협공을 견디다 못해 서역의 한층 더 북방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서역 50여국이 한나라(B.C. 202∼A.D. 220)를 상국으로 섬기게 되었고 한나라는 이민족의 이반을 막기 위해 구자(龜玆:쿠처)에 감독 사찰기관으로서 서역도호부(西域都護府)를 두게 됩니다. 그런데 흉노의 위협으로 벗어나게 한 일등공신이 된 세군은 말도 통하지 않는 이역의 땅에서 망향의 노래를 부르며 슬프게 살다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해요. 이런 글이 있어요.

노인들의 말을 들었네,
한나라는 오손공주를 시집보낼 때
가는 길에
그리워할 일 생각하여
음악을 아는 기술자에게
금과 쟁과 축과 공후를 만들게 하여
말 위에 음악을 만들어주었네,
방언으로 이름 붙여 비파라 한 것은
외국에 쉬이 전해주려는 것이지.

문: 비파 곡으로 남아 있는 음악이 있나요?

답: 현재 연주되고 있는 대부분의 고전 연주곡은 작곡가가 전해지지 않고 있고, 「십면매복(十面埋伏)」과 같은 유명한 곡도, 1,000년 전에 작곡된 아주 오래 곡 정도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장예모 감독의 2004년 영화  『연인』의 원제가 「十面埋伏」인데요. 중국 당나라 서기 859년이 배경입니다. 당나라가 무능한 왕조와 부패한 대신들로 나라 전체가 불안에 휩싸이고 쇠퇴의 길로 들어서는데, 반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여기서 ‘비도문’이란 반란 조직이 등장을 해요. 멜로 액션 영화라고 하는데요. 당나라는 개방적인 나라였지만, 당시 사회를 비판한 노래를 만든 8세기 전기의 민간의 가수 겸 작곡가가 당 현종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이 사람이 살기 위해서 옥에서 「하만자」라는 춤곡을 만들지만, 결국 사형을 당합니다. 9세기 후기 당 희종은 현실을 폭로하는 동요를 금지시키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