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1. 23:15ㆍ음악
세피리보다 직경이 작은 두 개의 관을 하나로 묶고, 두 개의 리드를 한입에 물고 연주를 하고, 두 명의 피리 연주자가 똑같은 호흡과 힘으로 연주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쌍피리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더불어서 중국 수나라 구부기 중 안국기에 등장하는 쌍필률, 유럽의 아울로스까지 쌍피리와 비슷한 악기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문: 악기 하나로 동서양의 문화를 살펴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쌍피리는 어떤 악기인가요?
답: 쌍피리의 관과 서의 재료는 본래 강화도의 깊은 산에 자생하고 있는 갈대로 만들었는데, 1980년대 후반에 이 갈대밭이 거의 없어져서, 갈대의 대용으로 해죽을 이용 하여 쌍피리의 관을 만들고, 서의 재료 또한 다른 전통피리와 같이 해죽의 껍질을 깎아서 만들고 있습니다.
문: 만파식적이 대나무가 둘로 갈라진다 그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답: 대부분 학자들은 대금의 원형을 만파식적으로 보고 있는데, 대금이 아니라, 쌍피리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만파식적 신화에 보면 대나무 두 개가 합해서 하나가 되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이런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문: 쌍피리는 거의 본 일이 없는 것 같은데요.
답: 강화도에 쌍피리가 남아있는데, 일을 할 때나 주민들이 모여 놀 때 쌍피리는 소리에 맞추어 연주를 하기도 하고, 명절 때나 농사일을 할 때에 주로 연주하는데, 물을 받아놓은 물동이에 박을 만든 바가지를 엎어 놓고 수저나 막대기로 바가지 등을 두드려 장단을 치며 쌍피리를 불거나 그 가락에 맞춰 노래 부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쌍피리의 연주곡은 「용두레 노래」가 알려져 있고, 음역 상으로 볼 때 태평소로 연주하는 모든 민속음악을 연주할 수 있습니다.
문: 유명한 쌍피리 연주자 있나요?
답: 『고려사』에 본관이 전주이고, 고려시대의 장군인 김경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몽골 군이 침입하자 결사대 12명을 거느리고 분전 격퇴했고 뒤이어 귀주의 몽골군도 물리칩니다. 김경손 장군이 몽고병을 물리치고 돌아올 때 쌍소금(雙小笒)을 연주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쌍피리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문: 쌍피리가 등장하는 또 다른 기록은?
답: 1980년 1월 9일 황해도 철뭇이굿 공연기사가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는 황해도 옹진에서 줄곧 무속을 해온 김금화 여사가 출연, 철뭇이굿은 춘추 양계절에 소원성취를 기원하며 주로 집안(외양간)에서 하는 굿이다. 무복이 바뀌고 그 차림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고, 무악도 다양하게 쓰이는데 피리는 쌍피리가 동원된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문: 강화도에만 남아있을 정도로 희귀한 것 같은데, 중국으로 가볼까요.
답: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의 궁중음악인 구부기 중 안국기에 쌍필률이 등장합니다. 구부기는 중국 수나라 주변에 있던 9개 나라가 악사를 파견해서 수나라 궁중에서 자신의 나라 음악을 연주한 것을 칭하는 말입니다. 안국은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인데요. 중앙아시아의 숨은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시의 역사는 2,500년 정도고, 중앙아시아 최대의 이슬람 성지로 도심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칼란 미나레트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첨탑으로 통하는데, 높이가 46m인데, 숱한 외침과 붕괴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종교적 의미 외에 이 탑의 또 다른 기능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문: 어떤 기능이 있었나?
답: 꼭대기에 불을 지피면 탑은 사막의 등대 역할을 했다. 실크로드의 상인들은 불빛을 보고 오아시스인 부하라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 안국기는 어떤 음악이었을까요?
답: 안국기는 안국의 춤곡이었는데, 구부기 중 다른 나라의 음악에는 쌍필률이 등장하지 않고 있어서, 당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춤곡 음악의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음악의 내용은 실크로드의 대상을 맞아들이는 무희를 춤 동작을 상상해 보셨으면 합니다.
문: 상상하라는 것을 보니까 밑천이 떨어진 것 같은데 유럽에도 쌍피리가 있나요?
답: 그리스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에 미케네 문명 이전 유물인 쌍피리 연주자 조각상(소장번호 3910)이 있는데요. 케로스 섬에서 발견된 대리석 조각상으로 고대 그리스 조각의 백미로 꼽힙니다. 이 피리를 유럽에서는 아울로스라고 합니다.
문: 아울로스는 어떤 악기인가?
답: 아울로스(aulos)는 고대 그리스의 관악기고, 당시에 현악기인 리라나 키타라와 함께 연주가 되었습니다. 이들 현악기를 아폴론(시와 음악의 신)의 악기라 한 것에 비해서, 아울로스는 디오니소스(축제, 술)의 악기라고 해서, 플라톤은 정서 교육상 좋지 않은 악기라고 평을 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오늘날의 오보에, 파곳의 전신이고, 5세기 후에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도 동유럽 지방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 생김새, 연주법이 궁금한데요?
답: 동양은 피리를 나란히 붙여 놓은 모양이라면, 그리스의 아울로스는 대문자 A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aulos의 관은 보통 2개로 구성되어 있고, 좌우 양손에 들고 연주합니다. 이름이 갈대 또는 줄기라는 뜻이고, 관의 재질은 나무·갈대·뼈·상아 등으로 만들고 오른쪽 관으로 가락, 왼쪽 관으로 반주를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문: 잘 상상이 안 가는데, 어떤 악기였을까요?
답: 2009년 개봉한 영화 『아고라』에서 아울로스가 등장합니다. 천재 여성 천문학자 히파티아(~415)가 등장하고, 스승 히파티아를 사랑하는 야망의 남자 오레스테스가 등장하는데, 원형극장에서 오레스테스가 히파티아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아울로스를 연주합니다. 올림피아드에서는 아울로스를 연주하는 성대한 경연이 있었고 우승자는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합창 반주로 경기장과 연설장 등에서도 사용이 되었고, 야외 행진이나 전쟁 때는 포르베이아라는 가죽 끈에 매달고 연주를 했다고 전해집니다. 개선하는 고려의 김경손 장군의 모습을 오버랩해서 상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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