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3. 13:49ㆍ문화
부석사의 불상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우리나라에 부석사가 두 지역에 있습니다. 하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으로 유명한 영주의 부석사고, 또 다른 하나는 서산에 있는 부석사인데요. 둘 다 풍광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영주는 소백산맥 연봉이 보이고, 서산은 천수만 일대의 간척지와 부남호, 그 너머 안면도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두 사찰 모두 창건설화가 신라시대 의상대사와 관련이 있는데요. 오늘은 서산의 부석사로 가보겠습니다. 일본에서 절도범이 반입한 부석사의 불상을 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2013년 논란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 같은 이야기로 가벼워 보이고, 한편으론 ‘정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무거운 철학적 주제 같기도 합니다. 원고를 쓰면서 부처님께서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던진 숙제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 어떤 경로로 국내에 반입인 된 것인가요, 사건의 경과가 궁금합니다?
답: 20세기에 제작된 백과사전에는 서천의 부석사를 설명하는 맨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현재 대마도 관음사에 있는 금동관음보살상은 1330년에 부석사에서 조성하여 봉안한 것인데, 고려 말에 왜구에게 약탈된 듯하다.” 이 문장을 보면 한국에 있어야 할 불상이 일본에 있고, 그 이유는 약탈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요. 2012년 10월에 김 모 씨와 일당 4명이 일본 쓰시마 가이진 신사와 관음사에서 금동여래입상과 고려말 관음보살좌상 이렇게 2점을 절도해서 국내에 반입을 시켜서 판매를 하려다가 적발이 된 사건입니다. 이 문화재를 놓고 일본에 다시 돌려줘야 하는지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2013년 2월에 일본이 불상을 정당하게 취득한 사실이 소송으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일본에 반환을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문: 쉽지 않은 문제인데, 찬반 의견이 궁금합니다.
답: 단순하게는 원래 우리 문화재니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고, 또 소탐대실이란 의견도 있는데요. 먼저 돌려줘야 한다는 쪽의 의견을 들어보면, 한국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경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인데, 다시 말해서 약탈인지 적법하게 입수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절도한 물건은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불법으로 일본에 갔다는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야기이고, 주로 소탐대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약탈당한 문화재 반환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소장 당사국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다른 많은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일단 돌려줘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문: 일본에서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답: 당시 쓰시마 시장 일행이 도쿄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찾아가서 불상의 조속한 반환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접수해서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이후 일부 식당에서는 한국인 사절이라는 쪽지를 붙여놓은 곳도 있고, 8월 초에 있었던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 한일 순회전으로 열린 예정이었던 백제 특별전 등의 문화교류를 중단하는 방법으로 대응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말기에 왜구가 불상을 약탈했다고 추정하지만, 일본 측의 반론은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부석사가 문을 닫는 과정에서 불상이 쓰시마로 옮겨졌을 가능성을 말하면서, 약탈을 했다면 ‘절의 본존 불상으로 귀중히 모실 리가 없다.’라는 나름의 명분과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문: 부석사 불상이 일본에 건너간 것이 약탈이었는지 합법적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씀인데,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근거가 있나요?
답: 현재 쓰시마에는 134점 이상의 우리나라 불상이 보존되어 있는데, 쓰시마에서 구입을 했다거나 기증받았다는 증거가 남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관음보살좌상은 1951년에 불상을 조성하면서 불상 속에 넣은 복장물이 발견되면서 일본에 남아 있는 불상 가운데 충남 서산 부석사라는 정확한 봉안처가 확인된 유일한 작품인데요. 그 내용이 “1330년 충청남도 서산 부석사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서 승려 계진을 비롯한 승속 32명 등 서로 인연이 있는 중생들이 힘을 합쳐 불상을 제조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또 당주관음이란 표현이 있는데 불상의 높이가 50.5cm 정도지만, 독립된 법당의 주존이란 뜻입니다. 외국에 있는 다른 절에 선물로 줄 수 있는 불상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고, 만약 정상적으로 주고받았다면 그 기록을 복장해서 전달하는 것이 불교문화의 절대적인 관례라고 합니다. 이런 사실 때문에 약탈된 문화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문: 반환을 반대하는 쪽은 어떤 의견인가요?
답: 수백 년 전에 약탈된 것으로 추정하는 문화재가 절도범에 의해서 반환된 국제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라는 점에서 하나의 전례를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국제법에 따르면 도난 문화재는 문화재가 있던 나라로 반환해야 하지만, 즉각 반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게 국제적 관행이고, 일반적으로 소유권 분쟁 시 문제를 제기한 쪽에서 불법을 입증할 의무가 있고, 문화재 분쟁에서도 다르지 않은데요. 우리나라 법원이 일본 관음사가 불상을 정당하게 취득한 사실이 확정될 때까지 불상 반환을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은 국제적 기준에 맞는 합리적 판단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사건이 수백 년 전 일본에 약탈당한 다른 문화재 연구를 환기시키고, 약탈한 문화재 처리에 중요한 전례를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본이 이 문제에 집착하는 데는 전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 다른 나라에 비슷한 사례가 있나요?
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3년 6월 에르미타주 박물관 특별전시회 개막식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소련군이 약탈해 간 문화재를 둘러싸고 독일 측은 반환을 요구했고, 러시아 측은 ‘군인들의 피값’이라고 맞받아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스와 이집트가 문화재 반환운동을 하는 대표적인 나라인데, 그리스는 1970년대부터 영국을 상대로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물인 엘긴 마블스 반환 운동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고, 유네스코가 최근 반환을 권고하기 했지만, “영국박물관에 있어야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고, 1980년대에는 엘긴 마블스를 보관할 장소가 그리스에는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그리스가 2007년 무렵에 새로운 박물관을 지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대응 논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석사의 불상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복장물이 나왔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 약탈을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문: 어려운 문제인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답: 최근에는 2점의 불상 중 금동여래입상은 일본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원래 소장처가 부석사로 밝혀진 관음보살좌상과 달리 금동여래입상은 불법적으로 반출됐다는 기록이 전혀 없는 만큼 일본 반환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고, 혜문스님은 “문화재 운동이란 소유권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회복”의 문제로 보고 “금동여래입상이 일본으로 되돌려진다면 일본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민족 문화재 환수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문화재 제자리 찾기를 국가적 재산을 찾는 문제로 보지 말고, 양심을 찾는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우리나라의 해외유출 문화재가 15만 점인데, 이 중에 66,000점이 일본에 있습니다. 프랑스가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의 경우에는 반환 협상에서 최종 반환까지 20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원래 우리 것이니까 안 줘도 된다가 아니라, 반출 경위를 따지고 그에 따른 개별적 대응과 판단을 내리는 것이 당연한 순리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이 사건에 영화 같은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불상들이 일본에서 위조된 모조품이라는 주장인데요. 2013년 문화재청에서는 “불상을 실재 보지도 않고 사진만 보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대응할 가치도 없다”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월간 김창주, 2013]
※ 2021년 현재, 부석사 불상의 소유권을 놓고, 소송과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참고자료
정은우, 「서일본 지역의 고려불상과 부석사 동조관음보살좌상」, 『동악미술사학』 Vol.14, 2013
「다시 힘 얻는 부석사 불상 위작설」,『불교닷컴』, 2013.10.8.
「서산 부석사와 영주 부석사」, 『서울신문』, 2013.10.4. 27면
「이슈 논쟁 절도범이 반입한 불상」, 『한국일보』, 2013.10.8. a24면
「일본 사찰 “도난당한 고려불상 韓법원에 반환 요구할 방침”」, 『연합뉴스』, 2020.12.20.
「일본서 도난된 우리 불상 돌려줘야 하나요」, 『한국경제』, 2013.10.7. S9면
「장물 불상, 밝은 눈으로 보자」, 『세계일보』, 2013.10.10. 26면
「절도범이 반입한 불상, 돌려줘야 하나」, 『중앙일보』, 2013.10.1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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