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과 진화
2021. 6. 10. 23:25ㆍ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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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새로 불사를 한, 인근 절에서 가져온 사찰 건물의 서까래를 태우고 있는 것을 보고 질문을 던졌다. 서까래가 향나무냐고 물었고 향나무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이 질문 결과, 수백 년 향을 사르며 기도를 올렸을 불자의 마음이 밴 나무의 향내가, 향나무의 향내보다도 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330쪽) 낫으로 수천수만 포기 풀들의 허리를 베어 날렸는데... 어찌 풀들의 상처의 냄새가 향기롭게 내 후각에 와 닫는가? 내 후각은 풀들의 통증에 동참하여 고통을 느낄 수는 없는가? (중략) 내 감각들은 내게 이로운 쪽으로 폭력성을 가지고 진화 해 왔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332쪽)
함민복, 「일상을 어떻게 글로 쓸 것인가?」, 『모악 에세이』,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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