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6. 11:21ㆍ전주
광장의 파도
2014년 신진예술가 발굴사업을 기획하였다. 공모의 주제는 유휴공간을 활용한 작품 활동이었다. 선정된 작가가 각각 버스정류장, 원도심의 광장, 풍남문광장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하였는데, 문제는 풍남문광장에서 있었다. 당시 풍남문광장의 한 편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천막이 세워져 있었다. 슬픔에 참긴 사람들이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한편, 풍남문광장에서 작품 활동을 할 ☆☆☆ 작가는 “한지모자 패션쇼”라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지 모자를 직접 만들어서, 나중에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패션쇼를 개최하는 행사였다. 모티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미치광이 모자 장수였다. ☆☆☆ 작가 역시 풍남문광장에서 연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천막이 쳐져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즉, 큰 광장 한 쪽에서 하는 작품 활동이 크게 서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막상 당일 현장에서 천막을 설치하기 전 작가와 동료들은 망설였다. 짧은 회의를 거쳐 세월호 참사 쪽 천막에 오늘 행사의 개요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쳤다. 작가 모두가 서명에 참여하고 가슴에 리본을 착용한 후에 작가는 자신의 천막을 설치했다.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입장에서는 많은 모객이 중요했지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풍남문광장의 한 편의 작은 천막 하나가 광장 전체를 슬픔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야를 가리지 않는 광장에서는 그 감정의 파도를 서로 맞으며, 때로는 애써 외면하고, 때로는 그 파도에 휩쓸리기도 한다.
광장의 노래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계속되었지만, 한지모자 패션쇼는 생략되었다. 저마다의 모자를 만들어갈 뿐 다소 썰렁한 모습이었다. 이때 궁금했을까? 아니면 미안한 마음이었을까? 세월호 참사 쪽에 있던 사람들이 작가의 천막으로 다가왔다. 그들 역시 노란 모자를 만들어가며, 잠깐의 미소를 보여주고 그들의 천막으로 돌아갔다.
광장은 본절과 후렴이 있는 민요다. 독창하는 본절에서 저마다의 가사를 가지고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는 모든 사람이 함께 부르는 후렴의 의해 우리의 노래가 된다. 만일, 본절의 가사가 구성원의 정서에 반한다면, 아무도 후렴을 함께 불러주지 않을 것이다. 그 노래는 광장에서 배제된다. 광장은 경합과 화합의 장소다.
당시 작가의 행사를 전반적으로 취재하기 위해, ○○○방송국에서 촬영 중에 있었다. 행사장의 전경을 촬영하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장소의 특성상 세월호 참사 쪽의 천막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에서 해당 장면은 편집되거나, 카메라 화면이 재빠르게 이동하거나, 갑작스레 장면 전환이 되기도 했다. 광장은 대중가요처럼 편곡되었다. [월간 김창주,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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