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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도시공간의 빛과 그림자
역동적 공존의 문화 전주는 『주례고공기(周禮考工記)』를 기준으로 도시가 배치되었다. 좌묘우사(左廟右社)의 원리가 적용되어 좌측에는 경기전과 우측에는 사직단이 자리 잡고 있다. 근대기로 접어들면 역동적인 공존의 문화를 볼 수 있다. 경기전이 왕의 사당이라면, 그 앞에 자리한 전동성당은 중인의 문화를 대변한다. 이곳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교동의 향교는 선비 문화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향교 앞의 남천교를 지나면 서학동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본래 감영의 사령들이 살았다. 『전주부사』에 의하면, 동학교도들이 패주한 후 부채와 우산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나갔다. 이와 같이 전주 도시공간의 배치는 역동적인 공존의 문화를 담고 있다. 단적인 예가 전주인이 지켜낸 「태조어진」과 『조선왕조실록』이다. 어느 한 ..
2021.06.16 -
알파고와 전주정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화제였다. 기계문명과 문화의 대결로 읽는 사람도 있었다. 바둑 중계 중간에 나오는 ‘바꾸기’란 말을 들으면서, 20세기 광란의 제국주의를 떠올린 사람 역시 많을 것 같다. 내가 이 땅을 먹고 너는 저 땅을 먹어라. 아프리카 지도에 직선으로 그려진 국경선과 가쓰라·테프트 밀약 같은 밀실에서 이루어진 제국주의자들의 땅따먹기가 생각났다. 이세돌의 한 판 승리에서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문화적 자긍심을 지킨 선비정신이 떠올랐다. 또한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산술적이기 때문에 하찮아 보이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왜 두려운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식으로 말해 보자. 곧 굶어 죽을 것 같은 사람 셋이 있다. 그리고 떡이 세 개 있다. 그렇다면 각자 하..
2021.06.16 -
박성옥의 예술세계
20세기에 활동한 음악가, 박성옥의 예술세계에 대해 이야기인데요. 먼저 아쟁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을 하면요. 산조아쟁이란 말이 194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문: 그러면 그전에는 산조아쟁이란 없었다는 말인데 왜 그런 거죠? 답: 보통 정악아쟁, 산조아쟁으로 구분을 하는데요. 1940년대에 산조아쟁이 만들어 지기 전의 아쟁과 구별하기 위한 용어입니다. 문: 아하 그럼 산조아쟁을 박성옥 이란 분이 만들었나 보군요. 답: 그렇습니다. 산조아쟁은 1940년대 박성옥이란 분이 무용 음악 반주곡을 만들기 위해, 아쟁을 개량해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정악아쟁이라 불리어지는 아쟁은 고려 때 중국에서 수입한 악기로 당시에는 대나무를 매끈하게 다듬고 송진을 발라서 연주를 했습니다. 문: 그럼 지금은 ..
2021.06.16 -
견공과 사도세자
천연기념물 53호가 뭐냐고 하면 아는 사람이나 알지 거의 모르죠. 진돗개인데요. 5월 3일은 진돗개의 날로 매년 진도에서는 기념식과 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진돗개가 천연기념물 몇 호인지 절대 잊어버릴 수 없겠지요. 모든 말에 개가 붙으면 말이 참 저렴해져요. 개를 의인화해서 높여 부르는 견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문: 왜 진도에만 진돗개가 있나요? 답: 1940년대 일본인 학자들은 진돗개는 석기시대부터 기르던 것이었는데, 중앙아시아와 만주를 거쳐 한국으로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도는 섬이라 잡종이 되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순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설이 있고, 진도에서 구전되어 오는 설은 다릅니다. 문: 진도의 구전설은 무엇인가요? 답: 중국 송나라(10~13세기)와 교역을 했는데, 진도를 ..
2021.06.15 -
줄다리기의 이야기 구조
빛과 그림자 남녀로 나뉘어하는 줄다리기는 주로 동남아 지역에 분포해 있다. 중국의 줄다리기와 비교하면 경쟁적인 놀이의 성격보다는 풍년을 기원(기풍)하는 농경제의로서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성행위를 묘사하는 퍼포먼스나 남녀가 비와 태양으로 상징되어 여성이 풍요의 대상이 되는 주술적인 상징과 요소는 오늘날 전승되는 우리의 줄다리기에서 확인된다.(서해숙, 2011) 서해숙은 조선 후기 이앙법 확산으로 벼의 수확량이 많아지면서, 줄다리기가 더불어 확산되었고, 수전 농업지역에서 줄다리기가 성행하였다고 파악하고, 줄다리기 본연의 의미는 경기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거행하는 의례이며, 동시에 놀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완성된 짚 줄은 놀이용 줄이 아니라, 생산력 생명력을 담보하는 용으로 신격화된다고..
2021.06.15 -
예언 기술
연매출 170조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앞으로 30년간 IT(정보 기술)가 아닌 DT(데이터 기술)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해 화제다. 데이터 기술은 집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라는데, 누가 축적한 데이터며 이것으로 무엇을 예측한다는 것일까? 아침마다 거울을 보는 나는 되고 싶은 나를 상상하며, 또한 되고 싶지 않은 나를 다짐하며, 머리카락을 빗는다. 거울 속의 나는 수면 아래 별주부를 따라간 토끼처럼 야망을 꿈꾸기도 하고, 하나뿐인 간을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이 다짐의 거울은 별주부의 바다 속도 아닌 인간이 만든 가상의 공간으로 옮겨졌다. 21세기 나르시스의 호수는 스마트폰이다. 현대인은 각자의 휴대폰을 바라보며, 자신의 빛과 그림자..
2021.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