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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책방을 운영한 소설가

by 월간 김창주 2020.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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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밀턴

  1667년 4월 27일. 가난에 시달린 존 밀턴이 실명한 채 딸들의 도움을 받아 집필한 『실낙원』의 저작권을 10파운드에 판다. 1981년 국내 한 일간지는 지병으로 시력을 잃은 채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이정환(1930~1984) 작가를 한국의 밀턴이라고 불렀다. 그는 누구인가?
  그가 1975년부터 1976년까지 국내 문학잡지에 네 차례 연재한 장편소설 『샛강』은 전주 출신인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종혁으로,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삼대에 걸친 책장사 이야기에 전주의 근현대사가 담겨 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책을 참고해 주세요.

 

전주미학

전주미학

www.aladin.co.kr


사찰대상 책방

  전주이씨 덕원군파인 할아버지는 녹두장군 전봉준 밑에서 포병사관을 하다가 혁명 실패 후 완주군 개바우로 이사한다.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겨울에는 서당을 열었다. 더불어, 이 서당에서 책방을 한다.
  찾아보니 완주군 용진읍 용흥리로 추정된다. 용흥리는 요즘 지명이고 여러 마을이 합해진 것 같은데, 예전 지명에 구암리도 포함되어 있다. 말 그대로 개바위란 뜻인데 개 모양의 바위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새마을운동 과정에서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다.
  서당에서 판매하던 책은 공부하던 책도 있었지만 “조상 때부터 내려오던 책도 있었고, 종혁 조부는 시대의 물결로 무너져 가는 선비집 양반집을 찾아다니며 고서를 수집해다 읽어도 보고 쟁여도 놓았다가 팔기도 했”다. 지방의 뜻있는 학생과 선비들이 찾아와 책을 사갔다.
  4대 독자인 종혁의 부친은 동자(童子)일 때 전주에 나가 최학자 서당에서 기거했다. 14살에 11살짜리 민며느리를 얻었다. 15살부터 장을 쫓아다니는 책장수가 되어 책을 싸들고 조선 천지와 중국까지 다녔다.
  이후 돈을 벌어 전주 본정 1정목 145번지에 서점을 차린다. 풍남문에서 천변 쪽으로 나란히 난 길이 당시 본정 1정목이다. 이곳에서 “삼천리고본점(서관)”을 운영한다. 일제강점기 전주에서 조선말로만 된 책을 판 유일한 서점으로 일본순사의 사찰 대상이었다.
  해방 후에도 역시 경찰의 사찰을 받는데, 좌우세력 양쪽 모두에게 테러를 당한다. 서점이란 곳이 좌익이든 우익이든 한쪽 책만 놓을 수도 없는데 이런 책을 갖다 놓았다고 하루는 좌익에서 테러를 하고 그 다음날은 우익에서 테러를 한다.
  정혁의 형은 일제강점기에 전주에서 청년운동으로 독서회와 “면도 안하기회” 활동으로 일본 순사의 사찰대상이 된다. 해방 후에 잡지사와 신문사 기자로 잠깐 활동하기도 했지만 자기 뜻을 못 펼치고 알코올중독으로 일찍 사망한다.

전주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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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르네상스

  주인공의 삶이 참 기구하다.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해서, 인민군 포로가 되었다가 탈출에 성공해서 다시 참전한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탈영병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7년을 감옥에서 살고 풀려난다.
  이후 소설에서는 전주 남부시장 닭전머리에서 덕원서점을 운영하는데, 1968년 남부시장 근대화로 서점이 철거된다. 전동으로 이사한 후 다시 “서점 르네상스”를 열었다. 1969년에 소설가로 등단한다.
  이때 서울로 상경해 신촌 로터리에서 수레를 이용해 책과 잡화를 판매하고 글을 쓰며 수입을 병행한다. 이렇게 리어카로 이동서점을 하다가, 1975년 이후에 서울 종암동에서 “대영서점”을 운영한다.
  이정환의 주요작품으로는 「영기」, 「벽 속의 화자들」, 「까치방」, 『샛강』 등이 있다. [월간 김창주, 2015]

 

참고문헌

고서점의 문화사
국내도서
저자 : 이중연
출판 : 혜안 2007.03.15
상세보기
이정환 문학전집 1~10 세트
국내도서
저자 : 이정환
출판 : 국학자료원 2020.02.24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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