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9. 14:38ㆍ문화
문: 혼밥, 싱글 라이프에 대해 준비하셨는데요. 혼자 명절을 보내는 분들이 꽤 있죠?
답: 혼명족(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이란 말을 사용하던데요. 이렇게 명절을 혼자 보내는 게 자의냐, 타의냐에 따라 의미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홀로 즐긴다와 쓸쓸히 보낸다로 나눠질 수 있다. 입시학원에서는 명절대피소를 만들기도 했다. 명칭도 재미있어요. 명절의 피로로부터 벗어나 혼자 연휴를 보내려는 젊은 층과 반면에 명절에 갈 곳이 없는 독거노인이 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구별로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혼명족'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청년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향을 찾지 못해 홀로 명절을 보냈다면 이제는 가까운 휴식처에서 나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즐기려고 홀로 명절을 맞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업준비생은 친지들과의 만남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워 피하는데 '가족 잔소리와 스트레스'를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주요 이유로 꼽는다. 청년세대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멘토는 필요없다인데, 멘토가 필요하다라는 결과가 있었다. 이게 뭔말이냐 하면요. 잔소리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 함부로 충고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혼명족을 위한 편의점 업계는 이들을 공략한 명절 도시락, 소용량 양주, 와인 세트를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문: 혼밥을 하는 사람들이 실재로 늘고 있는가?
답: 2000년 15.5%에 불과했던 국내 1인가구 비중은 2017년 28.6%(562만 가구)로 크게 확대됐다. 1인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소비의 단위가 과거 가족을 포함한 그룹 위주였다면 지금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홀로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전국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외식소비행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한 달 평균 3.45회 혼자 외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밥 평균 비용은 한 달에 3만8928원이었다. 외식 트렌드로 '편도족(편의점 도시락族)', '뉴트로'(new retro·새로운 것을 뜻하는 '뉴'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의 합성어), '비대면 서비스화' 등을 꼽았다. 간편식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편의점이 식당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골목식당 등 아날로그 감성을 젊은 층은 신선하게 느끼는 '뉴트로 감성'이 외식업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유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배달 앱, 키오스크(공원 등의 간이매점) 등 비대면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외식산업이 사람 중심의 고급 서비스와 편의성에 무게를 둔 무인 서비스로 양극화될 것이라는 전망. 외식업도 양극화. ‘혼밥’, ‘혼술’을 즐기는 나홀로족(族)을 위한 ‘가정간편식’ 분야의 소비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해당분야의 상표 출원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11. 20일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년~2017년) 가정간편식 중 ‘즉석밥’의 상표출원이 2013년 43건에서 2017년 285건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조리된 피자’, ’조리된 수프‘, ’냉동면’ 상품의 경우 2013년에는 한 두건 출원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각각 75건(연평균 147%), 140건(244%), 86건(204%)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문: 자의든 타의든 나홀로족이 늘어나면서 음식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소비트렌드도 변화할 것 같다.
답: 나 홀로족과 같이 1인 가구에 주목하는 곳이 식음료 업계뿐만은 아니라 홈퍼니싱과 여행업계 등도 각종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특히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소형 평수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서 홈퍼니싱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홈퍼니싱은 홈(Home)과 퍼니싱(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활용해 집 안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호텔업계도 나홀로족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1인 전용 여행패키지를 선보였고, 극장에서는 밀린 영화와 드라마를 종일 볼 수 있는 ‘나홀로 미드 정복 패키지’. 호텔업계 관계자는 “혼자 호텔을 찾는 이들의 연박률이 더 높다”며 “뷔페, 수영장 등을 포함하고, 먹거리 제공을 늘리는 등 패키지 상품의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문: 예전부터 독신주의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문화적 경향이 전에는 없었는가?
답: 나홀로족, 나홀로여행객은 최근에 생긴 트렌드가 아니다. 관련 신문기사를 보면, 1984년부터 독신여성이 는다는 기사가 보인다. 요약해 보면, 6.25. 베이붐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자기 생활을 즐기려는 만혼풍조. 과거에는 독신여성이 선각자나 캐리어우먼, 현재는 평범한 직장여성이 독신여성. 독신여성을 독신주의자, 만혼여성, 남자수가 모자라 배필을 못 만난 여성을 말하는데, 해결 방법으로 인국학적인 측면에서 자연 조정되로록 내버려 둬라.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감에 따라 남녀평등 문제, 독신은 세계적 사회현상이므로 독신을 비정상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보자. 독신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예방(영화 도어락), 이런 혼자 살기가 탈선과 높은 자살률로 이어줄 수 있음을 다양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로 분석하고 있다. 산아제한정책을 하고 있을 때다. 이 기사는 일반적 현상은 아니었지만 많은 여성들에게 꿈같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1989년 기사를 보면, 1980년대 이후 결혼에 대한 혐오감이나 거부감은 없지만 직업을 가지고 혼자 살아가기 충분한 경제적 기반을 가진 독신여성들이 늘어나기 시작. 이에 반해 사회가 이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건강한 공동체적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적 프로그램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기사. 다른 말로 하면 부정적 인식이 강했고, 관련 지원 제도 미흡했다.
1990년대 독신여성 모임이 활성화. 하지만 이 모임이 신문에 보도될 정도였다.
1999년 FIT족에 대한 기사가 있다. FIT(Free Intelligent Tribe)족은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혹은 자신의 일에 몰두한 나머지 ‘나홀로’족을 자청하는 전문직 독신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독신주의자냐구 독신자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했지만 불과 몇 년 후 결혼을 포기했다는 2011년 삼포세대가 등장했다. 당시 FIT족의 일상을 소개하고 있는데 지금의 현실과 비교하면 드라마 같다. 상업적인 느낌이 든다. 경제력을 확보한 전문직, 디자인, 예술, 외국기업, 방송, 다양한 전문분야의 프로인데, 아직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지 못해 결혼을 미루고 혼자생활을 즐긴다. 결혼정보회사는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고 평가. 취미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해외여행도 항공권과 숙박만 예약을 하고 배낭여행을 즐긴다. 당시에도 혼자서 여왕처럼이란 1인용 식기 세트, 1인용 전자기기, 음식 등을 소개하고 있고. 모닝콜 서비스가 이색적이었다. 청소대행업, 물건 구매 대행업 등의 새로운 사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문직 여성은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타날때까지 결혼을 미룬다. 당시에 제가 여자였어도 이런 선택을 했을 것 같다.
문: 전에도 이런 나홀로 문화가 있었는데, 혼밥, 혼술이란 말이 유행하는 이유는?
답: 예전에는 혼자 밥먹는데 누가 외식을 하는가? 혼자 해먹지, 라면을 끓여 먹던지, 집을 나와서 무엇을 혼자 먹는 다는 것은 외롭다는 뜻이 아닐까? 그런데 혼밥, 혼술, 혼자 영화, 혼자 여행이 마치 문화트렌드인 것처럼 말을 만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상업적 마케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1세기 초에는 프리랜서를 전문가라는 동경의 시선으로 보았지만, 현재는 비정규직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노동유연화를 당하는 인력을 전문가라고 고급스럽게 말하는데 전문가는 비정규직을 뜻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어떤 분야든 전문성이 없으면 먹고 살 수 없는 시대다. 전문가라는 말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말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웬만큼 잘해서는 살아 남을 수 없다. 정규직이 되지 못한 자들의 슬픔이다. 회사에는 경력있는 신입직원을 뽑는다. 인간성도 좋아야 한다. 일을 하면서 직원을 성장 시켜야하는데 노동유연화로 이런 것을 하지 않는다. 일을 함께 하면서 일과 인격, 자아가 함께 완성해 가야하는데 그것을 지켜봐주지 않는다. 혼밥이란 용어를 만들어서 싱글라이프를 멋있는 것처럼 만든 것은 아닌가? 노예의 삶은 관계를 단절시킨다. 누군가 너에게 어떤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은 당신을 종속화하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혼자있는 사람은 약자이다.
조운파 작사·작곡가의 ‘혼밥 문화’개선 이색 가요 ‘밥 먹으러 갑시다’가 화제다. 트로트 가수 정세정이 부른 신곡 ‘밥 먹으러 갑시다’는 각박한 세태에 혼자보다는 ‘함께 먹으며 정을 나누자’는 노래다. “너랑 나랑 함께 먹고, 니꺼 내가 내고, 내꺼 니가 내자”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남을 배려하고 서로 나누고 섬기자는 훈훈한 정을 서정적 음률과 디스코 리듬에 담았다.
문: 혼밥도 유행하고 있지만, 최근에 소셜 다이닝이 유행하고 있다.
답: 누리소통망서비스(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소통방식이다. 고대 그리스의 식사 문화인 ‘심포지온’에서 유래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파티문화의 하나로 대중화된 사교 트렌드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소셜 다이닝이 크게 확산하고 있는데 1인 가구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쁜 일정에 쫓겨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혼자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사람들이 건강한 식생활이라는 관심사를 공유하며 뭉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킨포크족이라고 하는데, 킨포크(kinfolk)는 친척을 뜻하는 단어인데요. 명칭처럼 비록 낯선 사람이지만 함께 음식을 나눠먹고 즐기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다.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한 작은 모임이 시초다. 농부ㆍ디자이너ㆍ사진가ㆍ작가ㆍ화가 등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요리를 하고, 식사를 즐긴 이야기를 잡지로 엮어냈고, 이는 곧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며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킨포크족 사이에는 음식의 맛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먹는 행위보다는 함께 나누는 것을 즐겨야 하는 등 몇 가지 철칙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초반부터 20대∼30대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혼자 사는 가구의 증가도 킨포크족의 증가를 부추겼다. [월간 김창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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