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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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노래와 편곡
광장의 파도 2014년 신진예술가 발굴사업을 기획하였다. 공모의 주제는 유휴공간을 활용한 작품 활동이었다. 선정된 작가가 각각 버스정류장, 원도심의 광장, 풍남문광장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하였는데, 문제는 풍남문광장에서 있었다. 당시 풍남문광장의 한 편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천막이 세워져 있었다. 슬픔에 참긴 사람들이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한편, 풍남문광장에서 작품 활동을 할 ☆☆☆ 작가는 “한지모자 패션쇼”라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지 모자를 직접 만들어서, 나중에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패션쇼를 개최하는 행사였다. 모티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미치광이 모자 장수였다. ☆☆☆ 작가 역시 풍남문광장에서 연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천막이 쳐져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즉, 큰 광장 한 쪽..
2021.06.16 -
전주 도시공간의 빛과 그림자
역동적 공존의 문화 전주는 『주례고공기(周禮考工記)』를 기준으로 도시가 배치되었다. 좌묘우사(左廟右社)의 원리가 적용되어 좌측에는 경기전과 우측에는 사직단이 자리 잡고 있다. 근대기로 접어들면 역동적인 공존의 문화를 볼 수 있다. 경기전이 왕의 사당이라면, 그 앞에 자리한 전동성당은 중인의 문화를 대변한다. 이곳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교동의 향교는 선비 문화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향교 앞의 남천교를 지나면 서학동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본래 감영의 사령들이 살았다. 『전주부사』에 의하면, 동학교도들이 패주한 후 부채와 우산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나갔다. 이와 같이 전주 도시공간의 배치는 역동적인 공존의 문화를 담고 있다. 단적인 예가 전주인이 지켜낸 「태조어진」과 『조선왕조실록』이다. 어느 한 ..
2021.06.16 -
알파고와 전주정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화제였다. 기계문명과 문화의 대결로 읽는 사람도 있었다. 바둑 중계 중간에 나오는 ‘바꾸기’란 말을 들으면서, 20세기 광란의 제국주의를 떠올린 사람 역시 많을 것 같다. 내가 이 땅을 먹고 너는 저 땅을 먹어라. 아프리카 지도에 직선으로 그려진 국경선과 가쓰라·테프트 밀약 같은 밀실에서 이루어진 제국주의자들의 땅따먹기가 생각났다. 이세돌의 한 판 승리에서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문화적 자긍심을 지킨 선비정신이 떠올랐다. 또한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산술적이기 때문에 하찮아 보이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왜 두려운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식으로 말해 보자. 곧 굶어 죽을 것 같은 사람 셋이 있다. 그리고 떡이 세 개 있다. 그렇다면 각자 하..
2021.06.16 -
보물과 도굴
국립경주박물관이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서 금관총을 재발굴한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1921년에 처음 발굴이 되었으니까, 95년 만에 재발굴하는 셈인데요. 처음 발굴은 아마추어 고고학자인 모로가 히데오라는 사람이 했는데, 사실은 도굴꾼이었습니다. 문: 모로가 히데오는 어떤 사람인가? 답: 일제강점기에는 각 지방마다 일본인이 만든 아마추어 고고학자 모임이 유행했습니다. 경주고적보존회와 부산고고회가 대표적입니다. 모로가 히데오는 경주고적보존회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박물관 경주분관의 초대 주임(관장)을 지내고, 1930년대 초반까지 경주에서 절대적인 문화 권력을 행사합니다. 1908년 한반도에 건너와서 무역업을 하는데, 1910년경부터 경주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유물 수집을 시작합니다. 문: 2..
2021.06.13 -
춘포역과 전주 경편철도
지난번에 이어서 철도와 관련된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춘포역부터 시작할게요. 익산의 춘포(春浦), 만경강에 배가 드나들던 포구였고, 봄 춘자를 쓰니까, 우리말로 봄나루라는 말이 됩니다. 철도가 있기 전에는 배가 주요한 운송수단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문: 춘포보다 봄나루가 더 이쁘네요. 춘포역은 언제 생겼나요? 답: 1914년 전주와 익산간 경편철도가 개통되면서 역 건물이 지어지는데, 처음에는 대장역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호소가와농장은 경편철도 개통에 맞추어 정미소를 완공합니다. 이 일본식 이름은 1996년에 춘포역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호소가와는 풍남동에도 거대한 별장을 지어요. 문: 풍남동이면 지금의 전주한옥마을인가요? 지금도 있나요? 답: 전주한옥마을 입구에 있는데요. 1960년대..
2021.06.12 -
이리역 폭발 사고
이리역(현 익산역) 폭발사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번에 1920년에 전주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수학여행을 간 이야기를 말씀드렸는데요. 경편철도 이야기도 했고요. 이번 이야기는 1977년 11월 11일에 있었던 이리역 폭발사고입니다. 1977년이면 거의 45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네요. 사건은 평온했던 11일 금요일 밤 9시 15분에 발생합니다. 한국 대 이란의 월드컵 예선 축구경기를 TV에서 하고 있었고 이리역 부근 삼남극장에서는 하춘화 씨가 700여 명의 관중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문: 기차에 있던 화약이 폭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답: 이리역에 깊이 15미터, 직경 30미터의 깊은 웅덩이가 패인 폭발이었는데, 인천에서 출발해 광주에 도착 예정이었던, 기차가 익산역에서 정차..
2021.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