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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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선발 되는가? 문제와 답의 계급성
문제와 답의 계급성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2015년작 『Tale of Tales』에는 벼룩을 키우는 기벽을 가진 왕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왕은 벼룩을 개만한 크기로 키우지만, 벼룩은 수명을 다해 죽는다. 왕은 슬퍼하다가, 벼룩 가죽을 만들어 놓는다. 왕은 이 가죽이 어떤 동물의 가죽인지 맞추는 사람에게 자신의 딸인 공주와 결혼시키겠다고 말한다. 이것은 귀족들이 벌이는 마상경기의 승자가 공주와 결혼을 하는 시험을 대신한 것이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와서 동물의 가죽을 만져보고 답을 낸다. 그 답은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출신 배경과 연관이 있었다. 귀족은 용의 가죽, 해상무역을 하는 사람은 물개의 가죽이라고 말하지만, 모두 오답을 낸다. 이때 혈거 생활을 하는 괴인이 나타나 냄새를 맡아보고 그것이 벼룩의..
2021.05.29 -
관광 산업의 시작
지난 시간에 무전여행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2021.05.25 - [자문자답] - 무전여행 오늘은 국내 관광산업이 언제부터 시작 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문: 아하, 관광이나 여행은 조선시대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산업으로서 관광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답: 개화기를 기점으로 잡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교통수단의 발달로 국내외 관광객이 전에 없이 늘어났고, 이때 근대식 호텔 등 숙박업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모습에서 찾고 있는데, 개화기를 기점으로 잡는 것은 과장된 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문: 개화기라고 하면 언제부터를 말하는가? 답: 강화도 조약이 체결된 1876년부터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1910년까지를 보통 개화기라고 하는데요. 잘 아시는 것처럼 1875년에 일본이 운요호 사건을 일으킵니다. 강화..
2021.05.27 -
복숭아로 본 근현대
복숭아와 관련된 사건과 기사를 수집해봤는데요. 역사의 장소마다 복숭아가 있었습니다. 문: 그럼 역사책에 나오는 복숭아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답: 『신편한국사』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편을 보면요. 18세기 이후 서울은 명실상부하게 전국적 시장권의 중심도시였다. 서울에서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이 판매되었다. 과일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남부지역의 유자·귤·석류 등도 반입되었으며, 복숭아의 경우도 ‘승도’·‘유월도’와 울릉도에서 생산되는 ‘울릉도’도 서울에 반입되었다. 문: 여러 과일이 나오는데요. 복숭아 이름이 특이하네요. 답: 털이 없는 복숭아를 승도(僧桃)라 하고, 털이 있고 아주 크고 일찍 익으면서 맛이 상쾌한 복숭아를 유월도(六月桃), 울릉도에서 나는 것은 대부분 크고 씨는 종자로 삼는데 이..
2021.05.26 -
이소룡과 대중문화
이소룡 혹시 아세요? 제가 어렸을 때 동네 형들이 이소룡 흉내를 참 많이 냈어요. 괴조음이라고 하는데, 괴상한 새 울음소리라는 뜻인데, 특이한 괴성이 내면서, 길쭉한 스포츠 가방에 쌍절곤이 살짝 보이게 넣고 옆에 줄 이 길게 그려진 추리닝(운동복)을 입고 다녔었죠. 1973년 7월 20일 이소룡이 34세 나이에 갑가지 요절하면서 이후에 이소룡은 신화가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 오늘은 이소룡과 무협영화에 대한 이야기겠네요. 얼마나 대단하길래 신화라고 했을까요? 답: 이소룡이 대중문화, 특히 영화에 끼친 영향은 대단한데요. 1998년 미국 타임지에 20세기 영웅과 우상으로 평가된 유일한 중국인이 이소룡입니다. 이소룡을 흉내 낸 수많은 아류작이 있었는데, 주인공 이름이 다들 양소룡, 여소룡, 거..
2021.05.24 -
당신의 새는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가?
당신의 새는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가? 「어머니」(김철규, 2016) 리뷰 김철규 작가는 붓 대신 사포(砂布, sandpaper)로 그림을 그린다. 정확히는 캔버스에 겹겹이 바른 아크릴물감을 사포로 벗겨내, 형상을 표현한다. 그 매끈한 면은 대리석을 연상시킨다. 이 표면을 조심스럽게 벗겨낸다는 점에서 그의 그림은 회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부조(浮彫)에 가깝다. 부조는 평평한 면에 그림을 도드라지게 새기는 돋을새김을 말한다. 또한, 국어사전에 조소(彫塑)는 “재료를 깍고 새기거나 빚어서 입체형 형상을 만”드는 작품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철규 작가는 캔버스 위의 조각가다. 실재로 작가는 사포에 깎여 날리는 물감가루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작가는 붓을 버리고 이 고단..
2021.05.23 -
라면 생각
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Q: 왜 라면이죠? A: 2015년 8월에 무박 4일간 남북회담이 있었는데, 뉴스에 잠은 쪽잠, 끼니는 라면으로란 기사가 있었어요. 라면이 상징하는 것이 맥락에 따라 참 달라지는 음식이란 생각이 들어요. Q: 왜 그렇죠? A: 회담 중에 라면을 먹었다는 건 긴박한 느낌이 들잖아요. 또, 학창 시절 뜨거운 물에 부어먹던 라면, 추운 겨울에 차가운 도시락과 함께 먹던 맛을 잊을 수 없는데, 라면은 그대로인데 상황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요. Q: 맞아요. 생일날 라면 먹었어, 참 우울하죠? A: 그런데 “스키장에서 라면 먹었어”하면 또 느낌이 다르고,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 씨가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하면 또, 느낌이 다르죠.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있는 라면인..
2021.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