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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꽃무릇 아래
신라 경문왕의 침선장은 죽기 전에 대나무 숲을 찾아갔다. 대나무를 베고 산수유를 심어 놓은 곳에 더듬더듬 기던 애벌레 스스로 껍질을 벗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비를 보고 속삭였다. 붉은 껍질을 벗겨내어 숨어 있는 날개를 찾아줘. 하얀 속살을 베어 먹어, 남김없이 제 살을 모두 도려내어 똬리를 튼 껍질만 남긴 사과 쐐기풀로 자라 가시 돋은 옷이 되어 날개를 숨겨 주었다. 백조는 사람이 되어 대나무 숲에 들어갔다. 이야기를 삼킨 대나무 바람이 불면 스스스사사사하악 상사화 꽃무릇 아래 스스로 껍질을 벗어도 날 수 없는 뱀이 잠에서 깨었다. [월간 김창주, 2021]
2021.10.11 -
햄릿과 미래사회
햄릿은 다중인격 데이비드 볼은 『통쾌한 희곡의 분석』을 읽기 전에 『햄릿』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일독했습니다. 읽다 든 생각은 햄릿이 다중인격자가 아닐까? 여기서 다중인격은 햄릿, 오필리아, 숙부 등등 죽어나가는 사람이 모두 햄릿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을 의심하게 된 구절이 아무런 개연성 없이 뚝 튀어나온 햄릿의 대사 때문입니다. 5막 2장입니다. 햄릿 : 이래서 꼼짝없이 흉계에 걸려들고 만 셈인데, 채 서막도 되기 전에 머릿속에서 연극이 전개되었네. 그래서 나는 우선 칙서를 하나 위조했지, 흡사한 필적으로. 한때는 나도 이 나라 정객들처럼 펜글씨를 경멸하여 습득한 솜씨를 일부러 잊으려고 애도 썼네만, 이번엔 그 펜글씨가 퍽 도움이 되었네. 내가 위조한 칙서의 내용을 알고 싶은가? 햄릿 :..
2021.10.09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명성황후 이야기 고종의 왕권 회복 이후 대원군의 끝없는 정치 보복에 시달리며 세 번의 장례식을 거친 명성황후. 주변 4강 외교 전략 속에서 일본에 의해 처참한 최후를 바친 명성황후의 비극적 일대기를 담은 www.aladin.co.kr 당신에게 고난이 닥쳐왔다. 어떻게 할 것인가? 크게는 두 가지로 나뉜다. 이겨내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또다시 선택을 해야만 하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개인적 능력에 따라 그 선택은 각기 다르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렸다면 곧 낳겠지 하고 쓰러져 있던가. 약을 사 먹던가 할 것이다. 선택에 있어 문제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때 벌어진다. 감기에 걸렸다고 자살을 하거나, 치료를 하기 위해 무당을 불러 무속행위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대사회..
2021.10.04 -
전주 왕골(莞草)의 추억
일제강점기 전북은 완초(莞草, 왕골) 공예로 유명했다. 왕골은 높이 60∼200㎝까지 자라는 공예 작물이다. 현재는 “왕골 하면 강화도의 화문석”이다. 1935년 각도의 수출을 위한 조선 공산품의 주력 상품을 보면, 전북은 완초 제품, 단선, 조선지, 온돌지, 경기는 마포, 충남은 마직물 등이었다. 이듬해 전북도 산업과는 수출과 농촌 부업 개발을 목적으로 완초 세공품을 장려하기 위해 완주와 옥구 양군에 5개년 계획을 세우고 강습회를 시작한다. 그 결과 1937년 완산금융조합과 임피금융조합은 관내에서 생산한 왕골 슬리퍼 1,600족을 미국으로 첫 수출한다. 1938년 3월 대판(오사카)조선물산협회가 전북도 산업장려관에 십만 족의 슬리퍼를 주문한다. 같은 해 4월 전국의 공산품 전시회에서 전주의 완초화(구두..
2021.09.29 -
뒷구멍
20세기 후반 전주에는 꽤 유명한 우족탕 집이 있었다. 이 집은 사장과 주방장이 앙숙이었다. 주방장은 사장이 망하라고 고기를 몰래 손님들에게 더 주곤 했다. 방법은 이렇다. 500원짜리 지폐를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서 뒷구멍으로 주방장에게 건네주면 되었다. 그런데 이 가게는 망하기는커녕 대박이 났다. 현재 이 가게는 없어졌다. 사장이 눈치를 채고 뒷구멍을 막아서라고 어떤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20세기 중반 국가에서 운영하는 동사무소에도 뒷구멍이 있었다. 등본 따위의 서류를 급하게 발급받기 위해서는 급행료라는 것을 관료에게 뒷구멍으로 지불하면 남보다 빨리 서류를 받아 볼 수 있었다. 당시에는 국가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해, 관료들은 담배 또는 현물을 월급 대신 받았고, 이들의 아내는 시장에 그것을 내다 팔..
2021.09.19 -
일제강점기 요요 광고
1933년 개벽사에서 발행한 잡지 『별건곤』에 나온 요요 광고입니다. '전 세계 압도적 유행'이란 문구도 보이고요.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난감 요-요-' 밑에는 '대리점 모집' 한다는 문구도 있습니다. 좌측에는 상호와 전화번호가 보입니다. 日東商會 電話下谷三三二九番 내용을 보니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 좋은 스포츠라고 소개한 뒤 보통용과 경기용 요요를 나누어 값을 소개한 후 타사의 조악한 상품과는 다르다고 써놓았습니다. 당시에도 짝퉁이 있을 만큼 꽤 인기 있는 상품이었나 봅니다.
2021.09.19